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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수백 억 기부금에 검은거래까지…은행 기관영업 어쩌나

은행 지점장이 인천시장 후원회장에게 2억 원을 건넨 사연은?

[취재파일] 수백 억 기부금에 검은거래까지…은행 기관영업 어쩌나
지난 2010년10월 인천광역시는 7조 원 규모의 인천시금고를 운영할 은행으로 한 시중은행을 선정했다. 계약기간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 이 은행은 인천시의 각종 기금과 예산을 취급하는 대가로 250억 원의 공식 출연금을 내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2011년부터 당시 인천시장의 후원회장 이었던 인천시 생활체육협회 회장 A씨가 운영하는 회사로 돈이 입금되기 시작했다. 당시 이 은행 인천광역시청지점장이었던 B씨는 인천시에 대한 기관영업을 하기 위해 돈을 썼다며 활동비 명목으로 2억 원을 은행 본점에 요구해 받아냈다. 그리고 이 돈은 후원회장 A씨가 운영하는 회사에 은행 측과의 거래를 위장해 지급됐다.

공식 출연금 250억 원 외에 후원회장에게 2억 원을 주기로 약속하고 인천시금고 사업자로 선정된 셈인데, 이 은행이 인천시금고 사업자로 선정된 후 지급한 돈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은행측은 인천시금고 사업자로 선정된 2011년부터 2014년 까지 4년 동안 매년 3억 원, 모두 12억 원을 인천시 체육발전기금으로 지급했다.

2010년 인천광역시의 시금고 사업을 수주하고, 인천시장 후원회장에게 2억 원을 지급한 이 은행 인천광역시청지점장 B씨는 이후 은행 인천본부장을 거쳐 본사 기관그룹장(부행장보)로 승진했다.

시금고의 규모가 현재 13조 원 정도로 서울시와 부산시에 이어 3대 금고로 불리는 인천광역시의 시금고 사업자는 원래 경기은행이었지만, 2004년 한국씨티은행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2007년부터 국내 최대 은행의 하나인 신한은행으로 변경된다. 당시 이 은행이 인천시에 시금고 사업자 선정 대가로 얼마나 줬는지는 기록에 남이 있지 않아 파악하기 어렵다. 그나마 2010년부터는 행정자치부 예규로 금고사업자 선정 대가로 받은 기부금을 명시하도록 해 기록이 남아 있다.

2014년 9월, 인천시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 동안 시금고를 운영할 신규 사업자 선정에 나섰다. 이번엔 2개의 금고 사업자를 지정하기로 했는데도 국민, 기업,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국내 초대형 은행들이 모두 나서 각축전을 벌였다.

결과는 470억 원의 출연금을 약속한 신한은행이 1위, 85억 원의 출연금을 약속한 농협이 2위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신한은행은 일반회계, 공기업 특별회계, 기금을 운영할 인천시의 제1금고로 선정됐고, 농협은 기타 특별회계를 취급하는 인천시 제2금고로 선정됐다. 인천광역시의 시금고 운용사업자 선정 대가는 공식 기부금만 2010년 250억 원에서 2014년 555억 원으로 4년 만에 배 이상으로 불어난 것이다.

경찰청은 지난달 25일 2010년 인천시 금고 사업자 선정과 관련 인천시장 후원회장에게 2억 원을 건넨 시중은행 본점 임원 B씨와 기관고객부 사무실, 그리고 전 인천시 생활체육협회장 A씨의 사무실, 자택 등 5곳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관련 계좌추적도 마무리 하고 이번 주 인천시장 후원회장 이었던 A씨를 불러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금융감독원도 인천광역시금고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이 은행 본점과 지점에 대한 검사를 끝내고, 관련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2011년 당시 인천광역시청지점장이었던 B씨가 본사로부터 받은 2억 원을 후원회장에게 준 뒤, 1억 원은 다시 본인이 되받은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측은 임원 B씨를 직위해제했다. 
은행별 협력사업비 지급규모
금융감독원은 지난 7월 대규모 기관고객 유치와 관련 ‘은행의 과도한 이익제공 관행에 대한 내부 통제 기준’을 마련하고, 10억 원을 초과하는 이익 제공시 제공일자와 제공받은 자, 제공한 이익 등을 전국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 공시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국내 9개 은행이 지금까지 공시한 10억 원 이상의 이익제공 규모는 지난 2년6개월 동안 지급한 것만 4천240억 원에 달했다.

금감원은 내년 초 지방자치단체의 금고사업자나, 대학과 대학병원, 대형 연기금 등의 주거래 은행 선정과 관련한 은행들의 이른바 기관영업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경우처럼 관련 내용을 잘 아는 사람들의 제보가 없다면, 그 이면에 또 어떤 거래가 있었는지를 가려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말 현재 국내 은행이 고객들로부터 받아 운용하는 예금은 우리나라 연간 국내총생산규모(GDP)와 비슷한 1천557조원에 달한다. 고객들에게는 고작 1% 정도의 예금이자를 지급하면서 대형 고객을 잡기 위해서는 수백억원씩을 펑펑 쓰는 국내 은행들의 영업행태가 언제나 바뀔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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