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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알맹이 없는 조선업 구조조정…대우조선해양은?

[취재파일] 알맹이 없는 조선업 구조조정…대우조선해양은?
"공공선박 조기발주와 선박펀드 활용 등을 통해 2020년까지 250척이상 발주 하겠다."

오늘 정부가 발표한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의 핵심 내용입니다. 쉽게 얘기하면, 정부가 경비정이나 군함을 국내 조선소에 예정보다 미리 발주해 일감을 주겠다는 것입니다. 또 국책금융기관과 해운사 등이 참여하는 펀드에서 선박을 발주해서, 조선소는 일감을 받고 해운사는 상대적으로 싼 값에 배를 이용하도록 한다는 구상입니다. 이런 식으로 발주되는 선박은 11조원 규모에 달한다고 합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조선3사가 2018년까지 도크수 23%, 직영인력 32%를 축소하도록 하는 고강도 자구노력을 시행토록 하고, 각 사별로 경쟁력 있는 분야에 핵심역량을 집중하도록 사업 포트폴리오도 조정하도록 했습니다.
조선업
● "당연히 없는 것보단 낫지만…"

그런데 정부의 발표 이후 조선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했습니다. '각 사의 강점에 맞춰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겠다' 등의 원론적 방안 말고는 올 초와 지난 6월에 발표된 조선업 구조조정 추진 방안에서 크게 달라진 내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또 정부가 도크수 23%, 직영인력 32% 축소라는 숫자까지 제시한 것에 대해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도크가 비는 것과 인력 감축은 수주가 없다보니 어쩔 수 없는 것인데, 마치 정부가 획기적인 사업재편을 위해 축소를 유도시키는 것처럼 발표하는 것은 맞지 않다"라고 얘기했습니다.

물론 공공발주, 선박펀드는 수주가뭄에 허덕이는 조선사들에게 당연히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여기에 투입되는 11조원이라는 게 조선업 전체에 대해 2020년까지 투입되는 규모입니다. 기사회생의 묘수라기보다는 잠시나마 버틸 수 있는 수준이란 것이죠.
대우조선해양
● 그런데 대우조선해양은?

정부는 올 상반기 조선업 구조조정을 시장중심으로 하겠다며 맥킨지에 조선업 컨설팅 보고서 작성을 맡겼습니다. 민간주도이니만큼 조선사들이 총 10억 원을 내서 말이죠. 맥킨지는 보고서 초안에 조선 빅3 가운데 대우조선해양의 독자생존이 가장 힘드니 대우조선을 매각 또는 분할해서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 빅2 체제로 재편해야 한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이런 내용이 알려지자 대우조선은 반발했고, 정부는 갑자기 보고서를 '참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때문에 이번 구조조정 방안에서 대우조선의 처리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습니다.

그리고 오늘,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대우조선은 상선 등 경쟁력 있는 부문을 중심으로 효율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주인찾기'를 통해 책임경영을 유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즉, 현재의 빅3 체제를 유지하겠단 것입니다. 또 국내 조선업 부실의 최대 원인인 해양플랜트에 대해서도 철수가 아니라 사업규모 축소로 정해졌습니다. 이에 대해 업계는 "정부 입장에서 대우조선을 포기할 수 있겠냐?"란 반응을 보였습니다.

조선업계에선 전세계 업황이 안좋기도 하지만 국내 조선이 더 큰 위기를 맞은 게 대우조선의 탓이 적지 않다는 얘기를 공공연히 해왔습니다. 대우조선이 2000년 산업은행의 자회사가 된 이후 대우조선의 CEO들이 연임을 위한 실적을 채우려고 저가수주 공세에 나섰고, 이는 우리나라 기업끼리의 제살을 깎아먹기 경쟁으로 이어졌단 얘깁니다. 그리고 현재도 저가로 수주한 배를 짓느라 조선업체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대우조선이 산업은행의 자회사가 된 이후 정부가 대우조선에 쏟아 부은 공적자금은 수조원에 달합니다. 그런데도 지난해 영업손실만 5조원에 이르고 부채비율도 7000%를 넘습니다. 더 큰 문제는 대우조선에 지원을 한 국책은행들입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청문회에서 "대우조선해양이 부도에 이르렀다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일시에 13조원의 손실을 입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선업계
● 조선업 '구조조정'이 아닌 '지원' 방안

때문에 이번 조선업 '구조조정' 방안, 아니 조선업 '지원' 방안이 나온 것은 "그동안의 정부의 경영실패를 인정할 수 없어서, 그리고 돌아올 파장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는 "정리할 때 얻는 수익과 회생했을 때 얻는 수익을 비교해서 판단한 것이다. 수익을 많이 창출해 회수해야 한다. 그 방법을 찾는 것이다. 국민 세금이 투입된 기업을 수익이 나는 기업으로 만든 뒤 팔아야 할 것 아니냐" 이렇게 반박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방안에는 대우조선을 어떻게 수익이 나는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구체적인 방안은 보이지 않습니다. 신사업으로 '① 대형 LNG선, 고효율 Mega Container 등 차세대 新선박 사업, ② 차세대 선박추진체계 개발(연료전지, 에너지 저감장치 등), ③ 첨단 기술과 건조시설을 활용한 수출 방산사업의 역량 제고' 등을 추진하겠다는 원론적인 내용만 있습니다.

지금 시장에선 대우조선에 대한 추가 자금투입이 불가피하다, 다음 정권으로 폭탄을 떠 넘겼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정부는 그렇지 않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만, 더이상 정부의 경영실패는 없기를 정말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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