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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린 자는 다 죽는다…"최순실은 역린"

대통령 지지율이 17.5%까지 폭락했습니다.

국정 수행이 힘든 수치입니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국민적 분노가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최순실과 대통령, 40년 인연을 바탕으로 순수한 마음으로 도움을 주고받은 사이다, 두 사람은 둘의 관계를 아직도 이렇게 말합니다.

대통령도, 최순실도 '비선 실세 국정농단' 이 말을 끝내 인정하기 싫은 모양입니다.

권력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최순실이 역린이었다고 털어놓습니다.

역린, 용의 가슴에 거꾸로 난 비늘, 용은 역린을 건드린 자를 반드시 죽입니다.

대통령의 약점을 만지면 죽는단 뜻입니다.

최순실이란 역린을 처음 건드린 건 2년 전인 2014년 11월 28일 세계일보입니다.

비선 실세 국정개입 의혹, 첫 경고음이었습니다.

최순실의 당시 남편 정윤회가 십상시라는 비선조직을 주도하며 국정에 개입한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만든 문건이 근거였습니다.

대통령은 비선 실세가 있냐 없냐가 아니라, 어떻게 청와대 문건이 외부로 나갈 수 있느냐 이걸 문제 삼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 어떤 의도인지 모르지만, 결코 있을 수 없는 국기 문란 행위입니다. 이런 공직기강 문란도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할 적폐 중 하나입니다.]

문건을 작성한 경찰관 한 명은 자살했고, 다른 한 명은 구속됐고, 보고받은 조응천 비서관은 쫓겨났습니다.

첫 보도를 한 세계일보는 사장이 교체되고, 기자 세 명이 사표를 내는 고초를 겪습니다.

정작 비선으로 지목됐던 정윤회는 무혐의, 일을 깔끔하게 정리한 우병우 비서관은 민정수석으로 영전합니다.

구속된 경찰관은 검찰 조사에서 이렇게 외칩니다.

'대한민국 권력 서열 1위는 최순실, 2위 정윤회, 3위가 대통령이다.' 하지만 메아리는 없었습니다.

2년 뒤 최순실 국정개입 의혹을 내사했던 이석수 특별감찰관 역시 시작도 못 하고 옷을 벗습니다.

최순실은 역시 역린이었던 겁니다.

건드린 자는 다 죽었고, 가리고 숨기고 피한 자는 살았습니다.

[황교안/국무총리, 지난 9월 23일 : 의혹 제기에 대해 책임져야 합니다. 유언비어는 의법조치도 가능하지 않으냐.]

[이원종/청와대 비서실장, 지난 21일 :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얘기가 어떻게 활자화되는 게 개탄스럽습니다. 실소를 금치 못했습니다.]

[안종범/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지난 21일 : (안 수석께서 최순실 씨를 아세요?) 모릅니다.]

[이재만/청와대 총무비서관, 지난 21일 : 대통령님 친분관계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 않습니다.]

[이원종/청와대 비서실장, 지난 21일 : 아는 사이는 분명하나 절친한 사이는 아니라는 그런 뜻입니다 최순실 모른다, 비선 실세 없다 입니다.

알았으면 후안무치 거짓말이고, 정말 몰랐으면 무능의 극치입니다.

분명한 공통점이 존재합니다.

모두 '최순실'이란 역린을 피했다는 겁니다.

역린을 건드리지 않은 자들의 공통점, 하나 더 있습니다.

대통령 지지율 17.5% 국정 공백 상태인데, 여전히 대통령의 결단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정·청 인사쇄신, 거국 중립내각 구성, 대통령 탈당 여부 등 쓸 수 있는 정치적 카드는 뻔합니다.

이 상황에서 국정을 책임질 위치에 있는 위정자들이 또 대통령의 결단만 기다리고 있는 겁니다.

국민 눈에는 혹시 또 다른 역린은 없는지 눈치 보는 걸로 비칠 수 있습니다.

국민은 특단의 해법을 요구합니다.

첫째, 대통령과 최순실의 명확한 상황 인식입니다.

순수했던 40년 인연이 잠깐 잘못된 게 아니고 비선을 국정에 허용한 잘못에 대한 진솔한 사과와 시인이 필요합니다.

둘째, 최순실이 주무른 돈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입니다.

재단 모금 8백 억 원, 문화융성 예산 1,800억 원, 국내외 개인재산 수백억 원, 특검이든 검찰이든 철저히 수사해서 밝혀야 합니다.

셋째, 남은 임기에 대한 책임 있는 태도입니다.

당·정·청 쇄신과 중립내각 구성, 차기 대선 공정관리, 명확한 입장과 계획을 선언해야 합니다.

세간에는 별의별 얘기가 다 돕니다.

최태민 최순실 모녀와 대통령의 40년 악연이 사이비 종교 신정정치로 이어졌다는 해석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입에 담기도 민망한 억측과 소설도 난무합니다.

더 길어지면 피해는 대통령이 아닌 국민에게 돌아갑니다.

국정 공백을 하루라도 줄이려면 더 이상 역린을 두려워 말고 대통령을 공식 회의 석상으로 이끌어내서 해법을 내와야 합니다.

대통령과 곧 물러날 사람들의 유일한 선택이고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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