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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서해의 독도' 격렬비열도는 안녕한가?

[취재파일] '서해의 독도' 격렬비열도는 안녕한가?
[뉴스토리]
"그래, 독도 마라도는 알아도 격렬비열도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르포 <긴장의 서해, 격렬비열도를 가다> 취재는 이렇게 시작됐다. 지난 7일 인천 소청도 앞바다에서 우리 해경 고속단정이 불법조업 중이던 중국어선에 의해 침몰됐다. 우리 영해에서, 그것도 불법으로 고기를 잡던 중국어선을 단속하다가 되레 선체충격을 받고 가라앉은 것이다. 불법조업하던 외국어선에 우리 공권력이 침몰하는 순간을 접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분개했을 것이다. 해경은 함포사격 등 강경대응 방침을 밝혔다. 

느닷없이 이런 생각이 들었다. "격렬비열도는 안녕한가?" 얼마전 격렬비열도를 중국인이 몰래 사려다 무산됐다는 얘기를 들은 터였다. "격렬비열도가 뭐길래?" "격렬비열도는 대체 어디쯤 있고, 얼마나 크며, 사람은 살고 있는지?"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직접 가보고 싶은 마음을 억누를 수 없었다. 

그런데 출발부터 순탄치 않았다. 일단 격렬비열도를 오가는 배편이 없다. 접안시설이 없으니 여객선은 커녕 일반 연안어선들도 섬에 접근하기 어렵다. 수소문 끝에 태안군 어업지도선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편의시설은 커녕 섬에 물 한방울 안 나온다는 소리에 마실 물, 식량, 취사도구, 침낭 등 커다란 등산배낭을 가득 채운 채...    

태안 신진항에서 뱃길로 2시간, 격렬비열도는 충남 태안반도 서쪽 55km 해역에 위치한 작은 섬이다. 북, 동, 서격렬비도 등 세 개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세 섬을 모두 합친 면적이 잠실종합운동장 보다 약간 더 크다. 우리나라 영토의 기준점인 23개 영해기점 가운데 하나이며, 중국 산둥반도에서 가장 가까운 우리 땅이다. 충남 서해안 가장 끝자락에 위치한 국토의 막내인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세 섬 가운데 북격렬비도는 국유지이지만 동, 서격렬비도는 민간이 소유한 사유지라는 점이다. 세 섬 중에서도 가장 서쪽, 중국쪽에 위치한 섬이 서격렬비열도. 바로 이 서격렬비열도를 2년전 중국인이 사려고 시도하다가 무산됐다. 당시 소유주와 어렵게 연락이 닿았다. "중국인들이 요즘 해외의 섬을 비싼 값에 산다는 소리를 듣고 있었는데, 하루는 부동산중개사가 진짜로 중국손님을 데리고 왔어요. 처음엔 20억 원 정도를 제시하더니 얘기를 하면서 16억 원으로 가격을 조정했습니다." 그는 왜 하필 이 작고 외딴 섬을 20억 원이라는 거액에 사려고 했을까? 소유주의 대답이 이어졌다. "수산자원에 관심이 많더라고요. 양식장 허가사항 같은 것을 많이 물어봤어요." 정리해 보면 중국인은 서격렬비도를 매입한 뒤 양식사업을 하려 했던 것이고, 가격은 16억~20억 원 정도를 제시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언급했다시피 격렬비열도는 접근성과 편의성이 몹시 열악하다. 부두시설도 없고 물도 안 나온다. 더욱이 서격렬비도는 세 섬 중에서도 가장 작고, 가뜩이나 각종 시설물 공사를 하기에도 어려운 바위섬이다. 한마디로 사람 살기 부적합한 곳이다. 혹시 개인자격이 아니라, 조직적 세력이나 목적이 있었던 건 아닐까.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국유지인 북격렬비도에 항로표지관리원 2명을 파견하고 있다. 1994년 당시 문민정부가 '작은 정부'를 표방하면서 항로표지관리원을 철수하는 바람에 20년 동안 무인도로 남겨졌던 격렬비열도를 다시 유인화한 것이다. 충남 서산에 있는 대산지방해양수산청 소속 항로표지관리원 두 명이 2인1조로 보름씩 육지와 섬을 오가며 교대근무를 하고 있다.

정부는 이와함께 문제의 서격렬비도 매입에 나섰다. 하지만 소유주들과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해 매입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다. 관련 무인도서법에 따르면 정부 보상가는 2억 원을 약간 웃도는 수준인 반면 소유주들은 훨씬 높은 가격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현재 격렬비열도를 외국인 거래 제한구역으로 지정한 상태다. 따라서 외국인이 섬을 사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장인 태안군수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안심할 수 없다. 한국인 대리인을 세운다면 문제는 달라질 수 있다. 

격렬비열도의 가을은 평화롭다. 하지만 인근 해역에서는 불법조업과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때마침 중국 정부는 댜오위다오에서 또 남중국해에서 해양영토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격렬비열도를 '서해의 독도'라 부르고 관심을 가져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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