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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청와대 연설문 등 유출 논란'…검사 처벌 가능할까

대통령기록물·공무상 비밀 여부·적용법령 등 쟁점<br>"연설문도 대통령기록물" vs "수정 단계 미완성 자료"

최순실 '청와대 연설문 등 유출 논란'…검사 처벌 가능할까
현 정부 '비선 실세 '의혹을 받는 최순실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각종 연설문을 사전에 열람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미르·K스포츠재단 사태가 청와대 기밀 유출·누설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해당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가 관련 컴퓨터 파일을 검찰에 전달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한 시민단체가 이 사안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혀 검찰이 유출자 신원과 유출 경위 등 파악에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

JTBC는 24일 최씨가 쓰던 사무실을 비우면서 건물 관리인에게 처분해달라며 두고 간 컴퓨터에서 44개의 박 대통령 연설문을 포함해 200여개의 파일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파일이 열린 시점은 박 대통령이 발언하기 전이었다며 최씨가 사전에 이를 받아보고 수정한 게 아닌지 의심된다는 게 보도 내용의 골자다.

청와대 내에서도 극소수만 열람이 가능한 대통령 연설문이 외부의 특정 개인에게 사전 유출됐다는 게 사실이라면 그 자체로 심각한 '국기 문란'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검찰이 수사를 통해 이를 처벌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주요 쟁점은 유출됐다는 연설문이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하는지, 해당 내용이 공무상 비밀·기밀인지, 처벌 법령이 존재하는지 등이다.

2007년 제정된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은 대통령기록물을 '대통령(대통령 권한 대행 및 당선인 포함)의 직무 수행과 관련해 대통령 본인이나 보좌·자문·경호기관이 생산·접수·보유하는 기록물 및 물품'으로 정의한다.

이를 무단으로 유출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법조문 해석상 연설문 역시 대통령기록물로 볼 수 있다.

연설문은 대통령 당사자 또는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 등 보좌진이 대통령 직무 수행과 관련해 작성한 것이기 때문이다.

해당 연설문 가운데는 청와대 비서진 교체 등 민감한 내용이 포함된 '국무회의 말씀 자료' 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법조계 일각에선 대통령 말씀 자료나 연설문이 최종적으로 국민에게 공개되는 자료라고 하더라도 발언 이전에 이를 외부로 유출하거나 그 내용을 누설했다면 처벌된다는 견해가 있다.

내용보다는 시점과 행위가 문제라는 것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대통령 연설문 내용이 기밀인지 여부를 떠나 대통령 직무와 관련된 문서를 의도적으로 외부로 유출한 행위 자체에 방점을 두고 처벌 여부를 따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직무상 비밀의 개념과 관련해선 판례의 입장은 '반드시 법령에 의해 비밀로 규정됐거나 비밀로 분류·명시된 사항에 한하지 않고 정치·군사·외교·경제·사회적 필요에 따라 비밀로 된 사항은 물론, 정부나 공무소 또는 국민이 객관적·일반적인 입장에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에 상당한 이익이 있는 사항도 포함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러면서 '실질적으로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본다.

아울러 비밀 누설을 처벌하는 조항은 기밀 그 자체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의 비밀엄수 의무 침해에 의해 위험하게 되는 이익(즉 비밀 누설에 의해 위협받는 국가의 기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편에선 검찰이 수사에 들어가더라도 재판에 넘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법원은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여부에 대해 그동안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왔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를 공모한 혐의로 기소된 백종천 전 청와대 외교안보실장이나 '정윤회 문건 유출'과 관련해 기소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등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게 대표적이다.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관련 자료가 대통령의 수정 지시가 내려진 초본에 불과해 '생산이 완료된 문서'가 아니라는 이유로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에선 여기에 더해 대통령기록물이 문서의 원본이어야 한다는 기준을 추가했다.

처벌 대상을 너무 넓게 잡는, 법조문 해석의 지나친 확장 또는 유추 해석은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는 게 법원의 입장이다.

최씨에게 넘어간 연설문이 수정 단계에 있거나 원본 파일이 아니라면 법적 처벌 여부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정치적·도덕적 책임과는 별개로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더욱 상세한 확인 절차가 필요해 보인다는 견해도 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언론 보도상으로는 최씨가 대통령의 연설문 초안을 미리 받아 수정한 게 아니냐는 의혹 제기인데 사실관계가 맞는다면 기존 판례에 따라 확정된 문서가 아니므로 처벌이 쉽지 않다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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