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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계란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 투자 기본원칙 실종된 한국경제

삼성전자, 현대차 악재로 전체 경제 휘청…’다변화된 경제 생태계’ 시급

[취재파일] "계란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 투자 기본원칙 실종된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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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경제의 쏠림 현상을 비유하는 '삼성공화국'이란 표현이 있습니다. 삼성이란 대기업이 갖는 경제에서의 규모의 비중 뿐 아니라 사회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과도할 정도로 커서 삼성의 의지대로 각종 의사결정과정이 좌지우지 된 수 있다는 우려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우리 경제는 이번에 이런 쏠림 현상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직접적으로 경험했습니다. 갤럭시노트 7 리콜에 이은 생산중단 파문, 현대자동차의 리콜 사태와 파업 등 이른바 '빅2' 기업이 휘청이자 우리 전체 경제지표에 그 영향이 바로 드러났습니다.
무역 수출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무역지수를 보면 갤럭시노트7의 리콜사태와 자동차 업계의 파업 영향으로 수출물량이 5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습니다. 부문별로 보면 수송장비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나 급감했고, 전기전자기기도 4.1%가 줄어들었습니다. 이로 인해 상품을 수출하고 받은 돈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나타내는 소득교역조건지수가 8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하며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금리를 결정하고 경제 전망치를 내놓는 한국은행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삼성이 우리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성장률 전망치를 도출하는 작업을 할 때 사실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삼성 현대의 경제력 집중이 과도하다는 뉴스 리포트가 방송에 나가자 시청자 중에서는 이런 메일을 보낸 분들도 있습니다. "잘 나가는 글로벌 기업이 있는 것도 문제냐?" "왜 우리 경제 어려운 게 삼성과 현태 탓이란 말인가?" 지금 우려하는 것은 삼성과 현대의 경쟁력이 나아진 것을 말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경제 생태계가 존재하지 않아 소수 기업으로의 집중도가 높아지는 부분입니다. 즉 파이가 커지고 전체 파이를 구성하는 기업 집단이 보다 여러 가지 신산업으로 확대되고 많아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한국의 대표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앞으로도 더 확장하고 더 잘 나가기를 바라는 데는 전혀 이의를 달 생각이 없습니다.)
 
● '30년전, 지금도 삼성·현대'…노키아 잃은 핀란드 될 판
 
30년 전과 20년 전, 그리고 지금의 4대 그룹 리스트를 보면 삼성, 현대는 항상 존재합니다. 30대 그룹 가운데 4대 그룹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절반을 넘습니다. 이 기업들이 삐끗하면 국가 경제 전체가 흔들리는 이윱니다.

삼성과 현대차 두 기업의 수출 비중이 30%에 육박하다 보니 소수 기업의 악재가 특정 산업으로, 결국 경제의 위기로 전이되는 양상입니다. 90년대부터 상위 순위가 안 바뀌고 고착화되고 있다는 것은 규모가 규모를 계속 키워가면서 공정한 경쟁을 막고 새롭게 커나갈 수 있는 성장판을 스스로 잠식하는 경제체제가 된 것이라고 전문가는 분석합니다. 
현대 삼성 노키아 잃은 핀란드 될판
경제력 집중으로 인한 부작용은 90년대 세계 휴대전화 부동의 1위였던 노키아가 좌지우지한 핀란드 경제를 연상시킵니다. 수출의 5분의 1이 노키아에서 나올 정도로 핀란드 경제는 노키아 의존도가 높았는데, 노키아의 스마트폰 실패로 4%씩 성장했던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으로 추락했고, 실업률은 치솟았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함께 겹치면서 핀란드 경제는 아직 노키아로 대표되던 시기의 영화를 아직 되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쏠림 현상은 더 심화되고 있습니다.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계열사 11곳의 당기순이익이 전체 30대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과 2011년까지만 해도 각각 47.5%, 49.2%에 그쳤지만 2012년 69.1%로 급상승한 후 매년 6% 포인트씩 높아지고 있습니다. 2014년 기준으로 보면 81%를 차지하는 걸로 집계됐습니다.

2014년의 경우 다른 기업들의 수익이 악화된 것도 비중이 크게 뛴 원인 중의 하나겠지만 IMF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 구조조정에서 별다른 성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도 금융권 지원으로 연명하는 한계(좀비) 기업들이 늘어난 것도 이런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투자에서도 마찬가집니다. 30대 그룹 지난해 투자액을 보면 76조 원으로 전년보다 18% 늘었는데, 상위 3대(삼성 현대차 SK) 그룹 의존도가 65%에 달해 약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3대 그룹을 빼고 나머지 그룹 투자액은 26조5천억여원으로 오히려 6% 가량 줄어들었습니다. 

상위기업이라도 잘 나가니 다행이지 않느냐 위안을 삼고 넘어가기엔 우리가 처한 환경이 너무나 녹록하지 않습니다. 전세계적인 저성장 기조로 수요 자체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중국의 추격은 무섭습니다. 전통 제조업 뿐 아니라 엄청난 창업열기를 등에 업고 신산업에서도 하루가 다르게 존재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상위기업의 해외 생산 비중이 커지면서 국내 경제로 파급되는 낙수효과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은 2010년만해도 해외생산 비중이 16% 정도로 국내생산이 더 앞섰지만 지금은 대부분 해외공장에서 만들고 있고, 자동차도 20005년엔 해외생산 비중이 17% 정도였는데 이제는 50%에 육박합니다. 
 
● 10대 재벌 자산비중 역대 최대…고용비율은 오히려 감소세  
 
이러다 보니 대기업 자산은 커지지만 국내 고용은 오히려 줄어드는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10대 재벌그룹의 자산비중은 역대 최대치로 늘었으나 고용비율은 오히려 떨어졌습니다.

자산 상위 10대그룹의 고용 동향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임직원 수는 92만9999명으로 통계청이 집계한 작년 전체 취업자 수(2593만6000명)의 3.59%에 불과했습니다. 이들 10대그룹의 고용비율은 2012년 3.58%에서 현 정부 출범 첫 해인 2013년 3.63%로 0.05%포인트 소폭 높아진 뒤, 지난해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습니다. 투자와 고용 확대를 이유로, 각종 규제들이 철폐됐지만 해외 생산이 늘고 국내 경기가 부진해지면서 고용에 대한 재벌들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결국 일부 기업에 의존해서 꾸려가는 우리의 경제체제는 시간이 갈수록 더 불안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기업이 성장해 투자와 고용이 늘어나 취업이 잘되고, 이에 따라 가계소득이 늘어 내수가 좋아지고, 다시 기업 매출이 늘어나는 '순진한 선순환'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수출 강소기업을 더 육성하고, 한번의 실패가 영원한 실패로 이어지지 않도록 창업에 지원책이 필요합니다. 청년의 상당수가 대기업 취직, 공무원 임용이라는 꿈을 갖는 나라에서 경제 생태계의 다변화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입니다. 위기를 '위험'으로만 받아들이고 '기회'는 생략한다면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더 축소지향적인, 더 보수적인 방향으로 사회가 움직이지 않을까 우려가 큽니다.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도 더 치열해져야 할 것입니다. 과거 고도성장기를 이끌었던 '5대 주력산업', 조선 해운 철강 건설 석유화학은 구조조정 실패로 '5대 취약업종'으로 전락한 처집니다. 전세계는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인공지능, 바이오 등 새로운 분야로의 투자와 창업, 연구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짚어봐야 합니다.
 
증권사 객장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문구,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투자의 제1원칙입니다. 어떤 것이든 이른바 '몰빵'은 위험합니다. 분산투자를 통해 위험을 회피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둬야 합니다. 한국경제가 이 원칙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볼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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