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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 결정, 그리고 열흘

[취재파일]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 결정, 그리고 열흘
미국 팝음악의 거장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된 지 열흘 가까이 지났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한 지난 한 세대를 통틀어 가장 말이 많았던 노벨문학상의 주인공인 것 같습니다. 그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옳으냐 그르냐 혹은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더니, 이제는 그가 시상식에 참석할지를 놓고 많은 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밥 딜런의 수상 거부를 점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근거는 다양합니다. 근거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건 당사자의 반응입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밥 딜런은 수상자로 발표된 뒤 처음 가진 공연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연호하는 관객들을 향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고 하죠.

게다가 앙코르 곡으로 프랭크 시내트라의 '왜 나를 지금 바꾸려 하나요(Why Try To Change Me Now)’까지 불렀다고 하니, 노래 속 가사 ‘사람들이 궁금해하도록 내버려둬요(let people wonder)’를 대중이 특별히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며칠 뒤에는 노벨상을 주관하는 스웨덴 한림원마저 밥 딜런과 연락을 포기했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딜런과 가까운 지인에게 전화와 이메일로 연락했고 친절한 답변을 받았다는 한림원 사무총장의 말을 전하며 한림원조차도 이번 수상과 관련해 밥 딜런의 의사를 확인하지 못했음을 알렸습니다.

때문에 “밥 딜런이 수상을 거부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어떤 이는 노벨이 다이너마이트를 만들어 부자가 된 사실을 상기시키기며 반전과 평화의 메시지를 노래했던 밥 딜런과는 맞지 않는다고 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노벨상의 경향과 권위에 반대하며 수상을 거부한 20세기 프랑스의 지성, 장 폴 사르트르의 사례와 비교하기도 합니다.

급기야 궁금증을 참지 못한 사람들은 밥 딜런의 웹사이트에 ‘노벨상 수상자’라는 글귀가 들어갔네 빠졌네 하면서 그의 마음을 짐작해보려 합니다. 이쯤 되니 사람들의 지레짐작과 여론 때문에 밥 딜런이 본의 아니게 수상을 거부하는 상황으로 몰리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옵니다. 어찌됐든 노벨상 시상식은 12월 10일이니까, 그가 또 한 명의 노벨상 수상 거부 인물로 기록될지 아닐지는 아무리 길어도 그 날이면 해답을 찾게 될 겁니다.
노벨문학상 미국 록 가수  밥 딜런
이래저래 말이 많은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수상 직후 다양한 의견이 쏟아져 나왔고 그 와중에 문학계와 음악계 인사들의 반응도 흥미로웠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작가의 발언이어서인지 과격한 표현 때문인지, 아니면 ‘히피’와 ‘향수’라는 단어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빈 웰시의 언급은 특히 흥미로웠습니다. 음악(옥스포드 사전 music: vocal or instrumental sounds (or both) combined in such a way as to produce beauty of form, harmony, and expression of emotion)과 문학(옥스포드 사전 literature: written works, especially those considered of superior or lasting artistic merit)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라며 그는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자 결정을 ‘노망난 히피의 분별없는 향수’로 폄하했습니다. (“I'm a Dylan fan, but this is an ill conceived nostalgia award wrenched from the rancid prostates of senile, gibbering hippies.”…정확한 번역은 생략하겠습니다.)

반면 일반 대중 사이에선 호의적인 반응이 많습니다. 밥 딜런의 팬들은 물론 순수 문학의 폐쇄성에 거부감을 갖는 많은 이들은 스웨덴 한림원의 파격을 적극 지지합니다. 원래 노래와 시가 하나였다는 음유시인의 전통을 상기시키며, “위대한 미국 음악의 전통 속에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작한 데 대한” (for having created new poetic expressions within the great American song tradition) 공로를 인정했다는 스웨덴 한림원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밥 딜런 노벨문학상 수상
개인적으로는 지난 일주일 남짓 동안 생각이 좀 왔다 갔다 했습니다. 전 세계 대중이 이미 열광하는 ‘위대한 미국 음악의 전통’에까지 노벨문학상 주최측이 개입해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 일인지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지만, 동시에 이런 파격적 행보에 내가 놓치고 있는 시대적 변화나 함의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도 커졌습니다.

그러면서 떠오른 노래는 ‘시대가 변하고 있다(The Times They Are A-Changin').’ 이렇듯 다양한 순간에 많은 이들이 밥 딜런의 노래를 떠올리며 가슴 깊이 공감하고 때로는 위안을 얻으니, 그의 노랫말이 가진 힘과 영향력이 대단하다는 사실만은 새삼 부인할 수가 없네요. 그의 내한공연에 설레는 마음으로 달려갔던 오래 전 기억을 떠올리며,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자 결정이 정치적으로 옳은지 그른지에 대한 판단은 좀더 후일로 미루기로 마음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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