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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채용부정 의혹에 술렁이는 금감원…금감원장은 '조고각하(照顧脚下)'

"특정인 위해 '게임의 룰'도 바꾼다"…조직내 불만 확산

[칼럼] 채용부정 의혹에 술렁이는 금감원…금감원장은 '조고각하(照顧脚下)'
55명을 채용하는 올해 금융감독원의 신입사원 채용에는 3천630백 명이 몰려 66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1차로 서류전형에 합격한 지원자들은 지난주 토요일(15일) 필기시험을 치렀고, 오는 28일 필기시험 합격자 발표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이처럼 사회에 첫 발을 내딛기 위한 관문으로 금융감독원을 선택한 젊은이들은 속이 타들어 가고 있는데, 정작 입사시험을 관장하는 금융감독원의 담당 임원은 사퇴요구를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 노동조합이 19일(수) 성명을 내고, 김수일 부원장과 이상구 부원장보의 자신사퇴와 함께 최수현 전 원장을 검찰에 고발하라고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도 20일 늦은 저녁 모든 임직원들에게 A4 2장 분량의 이메일 '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보내고, 자신의 발밑을 들여다본다는 의미의 '조고각하(照顧脚下)'를 약속했다. 최근 드러난 직원 부정채용 의혹에 대해서는 “감사원 공직감찰본부장을 역임한 내부 감사에게 감사와 감찰을 동시 수행하여, 엄정 조사 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금감원 노동조합 성명서
문제의 발단은 지난 2014년 경력사원 채용 비리 의혹이다. 금융관련 법률업무를 담당할 경력변호사를 채용하면서 유례없이 변호사 자격증을 딴 지 1개월 밖에 되지 않은 경력이 없는 새내기 변호사를 채용한 것이다. 현재 금감원에 근무하는 A 변호사는 채용 당시 최수현 금감원장과 행정고시 동기로 18대 국회에서는 금융감독원을 감사하는 정무위원회 소속 B국회의원의 아들이다. B국회의원은 지금 공기업의 감사다.

금감원은 당시 경력변호사 채용을 진행하면서 ‘소송 경력이 1년 이상 돼야 한다’는 규정을 삭제하고, ‘채용공고 1개월 전에 변호사 시험을 통과한 사람도 지원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까지 만들었다. 금감원은 우수인재 확보를 위한 채용기준 변경이라고 해명했지만, A씨를 고용하기 위해 채용규정까지 바꿨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같은 해 IT 전문 인력을 채용하면서도 무자격자를 채용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국정감사와 언론에서 경력직원 채용부정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자 금융감독원 노동조합은 2014년 경력직원 채용 업무를 담당하던 총무국장에서 지금은 기획.경영담당 임원으로 승진한 이상구 부원장보와, 당시 채용 담당 기획.경영 담당 부원장보였다가 지금은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이 된 김수일 부원장에게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고,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진상규명과 엄정조치를 약속하게 된 것이다.

원장의 엄정 조치 약속에도 금감원 직원들의 비공개 모바일 앱에는 ‘참담하다’, ‘부끄럽다’, ‘인사의 공정을 기해야 울 공장 삽니다’, ‘감독원 싫다고 로펌으로 간 직원을 다시 경력직으로 채용한 것도 문제입니다’, ‘채용비리가 이것뿐이냐’, ‘부정 채용 의혹을 받고 있는 A 변호사는 최수현 원장이 인턴도 시켜줬다’, ’채용과정이 이렇게 불투명한데 무슨 성과급제냐‘라는 불만의 글들이 쏟아졌다.

‘금수저‘, ’흑수저‘ 논란과 함께 공채-경력채용 직원들 간에 불신이 심해지면서 정당하게 실력으로 입사한 직원들도 고개를 들고 다니지 못하겠다는 내용의 하소연도 이어지고 있다.  

다수의 금감원 직원들은 “인사가 만사다. 그동안 전임 원장과 그 라인에 선 사람들이 인사의 전횡을 해왔다. 지금 조직이 완전히 망가졌다. 한국의 금융시장과 자본시장의 건전성을 관리 감독해야 하는 금융감독원이 이제 거듭 새로 나야한다.”며 인사 시스템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천9백 명의 금융감독원 직원들이 현재 쏟아 내고 있는 인사에 대한 불만은 단순히 A씨의 부정 채용 의혹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여러 해 동안 금융감독원 조직에 누적된 조직원에 대한 평가와 인사이동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것이라는 얘기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제5차 금융공공기관장 간담회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20일 산업은행과 예보, 주택금융공사 등 9개 금융공공기관장들을 불러 성과연봉제의 차질 없는 시행을 당부했다. “갯벌 위를 뛰기도 하고 물속을 헤엄치기도 하는 만능 물고기 철목어(짱뚱어)처럼 금융권이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과감히 진화에 앞장서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공정한 성과측정과 함께 측정된 성과가 인사에 투명하게 반영된다는 구성원들의 신뢰가 없이는 성과연봉제는 조직의 성과를 높이는 약(藥)이 아니라 오히려 조직의 성과를 방해하고 망가트리는 ‘독(毒)’이 될 수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에서 불거지고 있는 불공정 인사에 대한 문제제기와 금융권에서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는 낙하산 인사 논란은 과연 우리사회에서 성과연봉제의 성과를 좌우할 공정한 평가시스템이 작동하겠는가에 대한 회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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