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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 3만 원 vs 약사법 10만 원'…혼란의 제약업계

제약협회, 공정경쟁규약에 청탁금지법 반영해 개정 논의<br>"아무것도 하지 말라 지침에 영업환경 크게 악화"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20여 일이 훌쩍 지났지만, 제약업계는 여전히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각 제약사가 자체적인 청탁금지법 설명회를 열고 행동지침을 공유하고 있지만, 누구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는 못하는 상태다.

이에 따라 한국제약협회 등이 청탁금지법 내용을 반영한 공정경쟁규약 개정안 마련에 나섰다.

2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국제약협회와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등은 제약 및 의료기기 산업에 적용되고 있는 공정경쟁규약에 청탁금지법을 반영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기존 공정경쟁규약은 약사법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는데, 약사법과 청탁금지법 조항이 일부 충돌하면서 어느 쪽을 따라야 할지 모르겠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청탁금지법과 약사법의 식사비 상한은 각각 3만원과 10만원으로 다르다.

청탁금지법에는 국공립대나 사립학교 소속 의료인, 즉 대학병원 교수들이 처벌 대상에 포함된다.

지금까지 제약사들은 이들과 식사할 때 약사법에 따라 10만원 한도를 적용했다.

그 이상은 리베이트로 보고 양쪽이 '쌍벌제'로 처벌받았다.

그러나 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서 당장 식사비 기준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제약업계에서는 법 시행 초기인 만큼 우선 최대한 몸을 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청탁금지법은 기존 법률이 있는 경우 그 법을 우선한다는 예외규정을 두고 있어 약사법에 맞춰도 상관없다고들 하지만 아직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니냐"며 "식사비처럼 두 법이 충돌할 경우에는 보수적인 쪽에 맞추는 편"이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영업활동 자체가 사실상 금지된 경우도 있다.

한 제약사는 일선 영업사원에게 당분간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영업 현장에서 기본적인 업무 외에 조금이라도 오해의 소지가 있는 행동은 조심하라는 것이다.

이 같은 영업환경의 악화가 제약업계 실적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영업이 전체 매출을 판가름하는 제약업계의 특성상 우려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아직 섣불리 말하기는 힘들다"면서 "당분간은 어쩔 수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논의 중인 공정경쟁규약 개정안에는 청탁금지법에 명시된 강연 및 자문에 대한 기준이 담길 예정이다.

제약협회는 공직자에 해당하는 의료인과 해당하지 않는 의료인을 구분하는 별도의 가이드라인도 제정하기로 했다.

개정안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 후에 효력이 발생한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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