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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법규 준수율 조사가 뭐길래"…경찰, 출근길 정체 나 몰라라

"안전띠 매시고, 정지선 뒤로 차 빼세요."

19일 오전 8시 제주시 연삼로 8호광장 네거리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 펼쳐졌다.

제주시가지에서도 유독 출퇴근 시간 상습적인 정체를 빚는 8호광장 일대의 불과 100여m 구간에서 10명 이상의 교통경찰관들이 안전띠 착용과 정지선·신호 준수 등 교통질서 계도활동을 하고 있었다.

경찰관들 옆에선 한 여성이 빨간색 간이의자를 앞에 놓고 교차로를 통과하는 차량을 유심히 쳐다보며 무언가를 기록하고 있었다.

다가가 확인해 보니 여성의 목엔 교통법규준수 조사원 신분증이 걸려 있었고 손엔 볼펜과 기록용지가 들려 있었다.

경찰청은 1년에 두 차례씩 외부기관에 위탁해 각 지역의 일반도로와 고속도로, 전용도로에서 교통법규준수율 조사를 하는데, 이 여성은 제주지역의 조사지점 네 곳 가운데 한 곳인 8호광장에서 교통법규준수율을 조사하고 있었다.

기자가 현장에 있는 한 경찰관에게 실제 단속이 이뤄졌는지 물었더니 "단속은 아니고, 단순한 교통질서 계도활동이니 자세한 사항은 상부에 물어보라"는 퉁명스런 답변이 돌아왔다.

뭔가 미심쩍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상부'인 제주지방경찰청 경비교통과에 문의해봤다.

경비교통과 관계자는 "매년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교통법규준수율 조사가 이뤄지다 보니 날짜만 알면 얼마든지 일선 경찰서가 교통법규준수율 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지역별 순위에 신경을 쓰다 보니 무리한 계도활동을 펼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지방경찰청은 일선 경찰서에 교통법규준수율 조사와 관련해 어떠한 지침을 내린 바 없다"면서도 "전국 일선 경찰서에서 이러한 개입이 이뤄져 경찰청이 내년부터 교통법규준수율 조사를 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사실상 일선 경찰서의 일탈행위를 인지하고 있음을 시인했다.

이날 오전 8호광장 네거리를 지나 회사에 출근한 직장인 김모(48)씨는 "8호광장 앞에서부터 차가 밀려 결국 출근을 정시에 하지 못했다"며 "비상 상황도 아닌데 출근 시간에 경찰이 차량정체를 유발하면서까지 무리한 교통질서 계도활동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이날 영문도 모른 채 억울한 지각을 한 전국의 직장인들은 누구에게 보상받아야 할까.

경찰이 답을 할 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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