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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중국판 '엄마를 부탁해' 50만 명

중국 최고, 최대 언론인 인민일보의 인터넷 판 인민망에 최근 올라온 씁쓸한 소식 하나.

쓰촨성 펑저우시 한 시골마을에서 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 순회법정이 열렸다. 73세 린슈즈 할머니는 자기 자녀 4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남편은 2009년 숨졌고 자신은 늙고 다리가 아파 거동이 힘들었지만 모시고 살겠다는 자녀가 없었기 때문이다.
펑저우 마을 이색 순회법정(좌), 재판 과정을 지켜보는 마을 주민들(우) (사진=인민망)
할머니의 요구 사항은 4 자녀가 각각 한달 100위안(우리 돈 1만7000원)씩 생활비를 지급하고, 병이 나면 의료비와 죽은 뒤 장례비용을 네 명이 분담할 것, 할머니 소유 밭은 장남이 경작하되 매월 쌀 30㎏을 지급할 것, 생일과 명절에는 네 자녀 모두 문안을 올 것 등이다. 재판은 한 시간 여 계속됐지만 자녀들이 못 모시겠다고 버티는 바람에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다음으로 연기됐다. 참고로 중국은 법으로 부모를 부양하도록 하고 있다.
원고 린슈즈 할머니(좌), 피고석에 앉아 있는 4자녀(위) (사진=인민망)
2015년 7월에는 베이징(北京) 펑타이취의 한 집에서 86세 노인의 시체가 심하게 부패한 상태로 발견됐다. 배우자가 이미 세상을 떠난 데다 자녀들과 같이 살지 않고 혼자 몇년간 살다가 외롭게 죽은 것으로 보도되면서 큰 논란이 일었다.

세계은행 보고서는 중국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억 1,400만 명으로 선진국 가운데 노인 인구가 가장 많고, 2030년에는 60세 이상 인구가 4억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젊은이들은 자리를 양보하라는 피킷 들고 버스정류장 시위 중인 중국 노인들(사진=소후 닷컴)
노인 인구가 급증하면서 중국 정부가 요즘 가장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은 ‘노인 행방불명’이다. 중국 민정부의 노인 실종 현황 보고서는 해마다 50만명, 하루 평균 1,370명의 노인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66세~79세가 44%로 가장 많았고 80세 이상도 37%나 됐다. 여성이 58%로 남성보다 훨씬 많았으며 중소 도시와 서부 농촌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령으로 치매를 앓고 있지만 자녀들의 보살핌을 못 받는 독거 노인이 늘고 있는데다 병원치료 등 간호마저 제대로 받지 못해 일어나고 있다. 특히 농촌지역은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대도시로 대거 떠나면서 문제가 더 심각한 것으로 분석됐다.
도시로 일자리를 찾아 밀려들고 있는 중국 농민들
한국은 어떤가? 모시겠다는 조건으로 재산을 상속한 아들이 돈만 받고 약속을 지키지 않자 참다 못한 부모가 재판을 걸어 승소한 사건이 2015년 12월 언론에 보도되면서 사회의 경종을 울렸다. 국회에서 불효자방지법 제정이 발의될 정도였으니…… 참고로 부모가 자식을 상대로 낸 부양료 청구소송을 보면 2015년 262건으로 10년 전인 2004년 135건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생활이 윤택해지고 의료 기술이 발달하면서 평균 수명은 크게 늘었지만 오래 산다는 것이 축복만은 아닌 것 같다. 없는 사람은 질병과 생활고에 시달리다 말년을 비참하게 보내고, 있는 사람은 재산을 놓고 자녀들과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으니 말이다.

동방예의지국, 효(孝)를 강조하는 공자(孔子)의 나라가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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