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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낙관적인 한은 총재…그 뒤에 숨은 그림자는?

[취재파일] 낙관적인 한은 총재…그 뒤에 숨은 그림자는?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지난 13일(목)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치고 기자회견에 나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표정은 비교적 밝았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목표치 보다 낮았던 저물가 스트레스에서 벗어난 듯 이 총재는 금통위 위원들이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1.25%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지난 7월 전망치와 같은 2.7%를 유지하고,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2.8%로 0.1%p 소폭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갤럭시노트7의 생산중단, 자동차 업계의 파업,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에 따른 소비 감소, 사상 최대의 가계부채 등으로 성장률을 큰폭으로 하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했던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한국은행이 너무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다.

이주열 총재는 우리경제가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제유가 상승 등 원자재 가격 회복과 함께 신흥국 경제를 중심으로 세계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교역 신장세도 확대되면서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취약국가의 경제가 어려워 질 수 있고, 국내적으로는 기업 구조조정으로 경제 주체들의 심리가 악화되는 등 상하방 리스크를 모두 고려해 내년 경제를 전망했다는 설명이다.



한은 출입기자들은 납득이 되지 않는 듯 지난 11일에 결정된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생산중단, 현대차의 파업, 김영란법 시행 등을 경제전망에 제대로 반영했는지 되짚어 물었다.

이주열 총재는 갤럭시노트7의 생산중단 발표 후 이틀 밖에 지나지 않았다면서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지만,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적극 대응하고 있고, 다른 제품으로의 이전효과를 감안하면 수출이나 국내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최소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현대, 기아, 한국GM 등 자동차3사의 파업은 진행 중으로 지난 3개월간 현대기아차의 생산차질 규모가 14만대에 달하지만, 앞으로 노사합의가 원만히 타결되면 4/4분기 중 가동률을 높여 생산손실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정청탁 금지법은 단기적으로는 일부 서비스 업종을 중심으로 소비가 영향 받겠지만, 장기적으로 성장률이나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이주열 총재는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추세적으로 계속 올리는 경향이 있지만, 올 연말에 한 번, 내년에 두 번 정도만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의 가계부채 부담이 만만치 않지만 금리가 급격히 오를 가능성은 적다는 설명이다.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올해 배럴당 41달러였던 우리나라의 원유 도입단가가 내년에는 49달러로 오르겠지만,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오르면 셰일 오일 등 비전통오일 생산이 다시 늘어날 것인 만큼 국제유가 상승폭도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금리를 더 내릴 여력이 충분히 있다“고 말한 유일호 경제부총리와의 갈등설에 대해서는 ”부총리와 인식차가 없다. 소통에 애로도 없다.”고 애써 해명했다. 유일호 총리의 말은 "우리의 기준금리가 1.25%로 제로 수준인 선진국에 비하면 더 내릴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얘기라면서 앞으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조화롭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주열 총재는 2014년4월 한은 총재가 된 후 금리를 다섯 번 내렸고, 저물가 시대에 금리를 내려 물가를 안정시키는 효과를 내는 등 통화정책이 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우리나라의 대통령 선거가 있지만 정치적 이벤트를 경제전망에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은 배제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바로 이 예상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인 것 같다. 현대자동차의 파업과 갤럭시노트7의 생산중단, 김영란법 전격 시행 등이 큰 부작용 없이 제대로 마무리 될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제유가가 예상보다 가파르게 오른다면 물가 오름세도 더 가팔라지고,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도 더 빨라 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우리도 금리인상을 할 수 밖에 없고, 지난 6월 1천257조원을 넘어 올 연말에는 1천3백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계부채의 이자 부담은 더 커지게 된다.

한은이 올 성장률 2.7% 달성을 낙관한 것은 올 상반기 건설투자가 예상보다 훨씬 큰 10.3%나 늘었고, 이 상승세가 하반기에는 더 확대돼 10.7%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한은은 올 하반기 소비도 예상보다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측하고, 올해 하반기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7월 전망치 2.4%에서 2.5%로 상향 조정했다.
한은 2016, 2017 경제전망
올 상반기 GDP 성장률 3%에서 건설투자가 기여한 성장률은 1.4%나 됐다. 올해 하반기에는 전체 성장률에서 건설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확대돼 절반을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이런 건설업의 호황은 가계부채의 증가와 맞물려 있다는 게 문제다. 작년(2015년)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명목GDP)가 72조 원 늘어날 때, 가계부채는 117조 원 늘어났다. 올 상반기 우리경제가 3% 성장할 때 가계부채는 4.5%나 증가했다. 사상 최대의 주택분양 행진이 올 우리경제의 성장을 이끌고 있고, 이것이 가계부채의 함정을 더 키우고 있는 셈이다.

내년 세계경제는 국제유가 상승과 함께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교역량이 증가하면서 감소하던 우리나라의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교역회복세는 예상보다 미약할 것이라는 것이 한은의 전망이다. 건설업이 주도하던 내수가 좀 둔화돼도 수출이 만회할 것이라는 분석이지만, 삼성전자와 현대차로 대표되는 우리 수출산업이 내년 교역증가 추세를 제대로 활용할 준비가 돼 있는지도 미지수다. 이주열 한은 총재의 말대로 불확실성이 너무 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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