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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북핵 고리로 '신냉전 체제' 부활?

[칼럼] 북핵 고리로 '신냉전 체제' 부활?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였던 6자회담의 당사국들이 갈리고 있습니다. 남북한과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로 구성된 6자회담은 2008년 말 이후 접촉 자체가 중단된 상태입니다. 북핵을 폐기하려는 목적을 달성하기는커녕 회담 진행 중에도 핵실험을 목격해야 했습니다. 6자회담 무용론이 제기됐고, 지금은 중국을 제외하면 누구도 6자회담을 다시 열자고 얘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북핵 문제는 UN안보리로 넘어간 상황입니다. UN 결의안 2270호까지 나오면서 세계가 북한을 압박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에게는 북한을 일방으로, 6자회담의 나머지 5개국을 다른 일방으로 묶는 방안이 최선의 방식이었습니다. 주변국들이 모두 힘을 합치면 북한의 행동을 제어할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그렇지만 지금 상황은 그렇게 녹록지 않습니다. 북핵 위협은 커지고 있고, 중국과 러시아의 태도는 모호하기만 합니다. 오히려 사드 문제가 논란이 되면서 미국의 세계전략 틀을 거부하려는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이 곧바로 우리를 겨누고 있습니다. 북핵이라는 본질은 이 와중에 오히려 뒤로 숨어버린 형국입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북한의 핵 능력은 분명히 강화되고 있습니다. SIPRI는 2014년만 해도 북한이 6-8개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보유했다고 추정했지, 배치된 핵탄두는 없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그런데 올해 나온 연감을 보면 북핵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북한이 핵탄두 10개를 보유했고, 실제로 배치도 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여기에서 ‘배치’란 의미는 미사일에 장착됐다거나, 군 기지에 위치한 상태라고 SIPRI는 부연했습니다.
북핵
더구나 핵무기가 소형화, 현대화되면서 핵무기 감축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라고 SIPRI는 지적했습니다. 2011년 새로운 미-러 핵감축 협정(New START)가 발효됐지만 아직도 세계 핵무기의 93%는 두 나라가 가지고 있습니다. 오히려 두 나라는 더 광범위하고, 더 비싼 핵무기 현대화 계획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미국만 해도 2015년에서 24년 사이 10년간 핵무기를 보수하고 개량하는 데 3,480억 달러가 들 것이라고 SIPRI는 지적했습니다. 일부에서는 앞으로 30년 간 미국이 핵무기 현대화 사업에 1조 달러까지 들일 수 있다는 추산도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미 북핵 문제를 자국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 중의 하나인 랜드 연구소는 북한이 이미 13개-21개 까지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핵분열 물질을 가지고 있고, 2020년에는 50-100개의 핵무기를 가질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게다가 북한의 미사일 능력이 결합하면서 미국 본토까지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장거리 미사일이나 이동식 발사대, 잠수함발사 미사일 같은 핵무기 탑재 미사일도 2020년에서 2025년 사이에는 작전 배치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랜드 연구소가 추정한 북한 미사일의 능력은 위싱턴이나 뉴욕 같은 미국의 동부지역 일부를 빼면 미국 본토 대부분 지역, 호주 전 지역까지 위협할 수 있습니다.
북핵 위협 추정 범위, 랜드 연구소

이 자료에 따르면 단거리인 노동 미사일은 한반도와 일본 대부분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중거리인 무수단 미사일은 괌과 필리핀, 북극해도 사정거리에 두고 있습니다. 장거리인 KN-08이나 KN-14는 최대 사거리 10,000km, 유럽과 호주, 미국 본토까지 겨냥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이 자주 이용하는 랜드 연구소의 보고서가 곧바로 정책에 반영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자료를 통해 미국이 북핵 문제에 민감한 이유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우리나 미국의 이해와는 상충되는 쪽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북핵 문제가 사드 문제와 결부되면서 중국과 러시아가 소극적인 쪽으로 돌아서고 있습니다. 오히려 사드 문제를 고리로 두 나라가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우리를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습니다.

10월 11일 베이징에서 제 7회 샹산 지역안보포럼이 열렸는데, 이 자리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 전문가들이 일제히 사드 배치에 우려를 표했습니다. 중국군 장성인 차이쥔은 사드 배치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며 “한반도의 군사적 충돌 위험을 높일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러시아의 아나톨리 안토노프 국방부 부장관도 “우리는 한반도의 복잡한 상황을 이용하려는 어떤 국가의 시도를 주목하고 있다”면서 사드 배치 결정이 “지역의 긴장을 증폭시키고, 상황을 풀려는 데 문제를 더해 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동안 사드 문제에 대해 러시아는 조금 완화된 태도를 취하는 듯 보였는데, 최근 유럽의 칼리닌그라드에 신형 핵 미사일을 배치하는 등 미국에 정면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사드 문제에도 강경하게 돌아선 것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지금 북핵 문제는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 구도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가장 바라지 않는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이 이어지면서 두 나라 사이 협력은 쉽지 않을 듯합니다. 자칫 북핵 문제가 미국과 중국, 러시아 사이에 ‘신냉전’의 고리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군사, 외교 모든 측면에서 이런 상황을 피하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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