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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귤, 탱자 그리고 블랙홀

세계 각지에서 성공 신화를 썼던 다국적기업들이 중국에만 들어가면 고전을 면치 못한다. 최근 맥도날드, KFC, 피자헛이 중국에서 뿌리를 내지지 못하고 끝내 나가 떨어졌고, 2014년 파이낸셜타임스가 파괴적 혁신기업으로 뽑았던 우버마저 중국 진출 3년만에 자신을 베낀 중국토종기업 디디추싱에 쫓겨났다. 

2003년 중국에 진출해 초기 중국 온라인 쇼핑시장을 거의 장악했던 이베이는 중국의 알리바바에 밀려났으며, 구글과 야후도 중국에서 줄줄이 철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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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알리바바그룹 창업자 마윈<우>" data-captionyn="Y" id="i200986779" src="https://static.sbsdlab.co.kr/image/thumb_default.png" class="lazy" data-src="//img.sbs.co.kr/newimg/news/20161012/200986779_1280.jpg" style="display:block; margin:20px auto">
인구 13억 5천만명의 중국은 분명 거부하기 힘든 거대 시장이다. 1원짜리 물건 하나씩만 팔아도 엄청난 금액을 벌 수 있다는 차이나 드림을 품고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많은 기업과 개인들이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여기에 세금 감면 같은 외국기업 우대정책, 값싼 임대료와 인건비도 매력적인 조건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정작 성공하는 경우는 찾기 힘들다. 자본이 받쳐주는 큰 기업들은 그나마 근근이 버텨나가지만 견디지 못한 중소업체나 개인들은 참혹한 결말을 맞는다. 적자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공장과 사무실 등을 모두 버린 채 무일푼으로 야반도주했다는 기사가 쏟아져 나왔던 적도 있다.
중국의 불법 복제 CD (AP=연합뉴스)
지적 재산권을 요구하기가 무색한 소위 ‘짝퉁’의 범람, 외국기업에 대해 각종 혜택은 줄이고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중국 정부의 정책 변화, 인건비 상승, 받을 돈은 득달같이 받아내지만 줄 돈은 무슨 구실을 붙여서라도 질질 끄는 중국인 특유의 거래 관행 등 중국에서 성공하기 힘든 이유를 꼽자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그 것뿐일까?
중국의 짝퉁들
중국은 한족과 55개 소수민족 등 56개 다민족으로 구성된 국가다. 중국 정부는 민감한 정치적 문제만 아니라면 소수민족들에게 엄청난 자율과 자치권을 부여하고 있다. 전쟁 등 다양한 형태로 여러 민족과 국가를 중국에 합병시켰지만 그 민족 고유의 문화와 전통을 유지하도록 한 것이다. 
중국 소수민족 전통의상
그래서 중국을 하나의 국가로 보기보다는 거대한 ‘문화 복합체’로 이해해야 올바른 접근을 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베이징에서 10년 넘게 산 어떤 외국인이 중국전문가라며 상하이에서 사업을 시작하려는 또 다른 외국인에게 이런 저런 조언을 하는 것은 위험할 수 도 있다는 의미다. 베이징과 상하이는 중국이라는 한 나라에 속한 도시지만 어떤 면에서는 전혀 다른 상도덕과 관행을 가지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개방을 하고도 한참 동안 기술력 부족과 지적재산권 개념 희박 등으로 조악한 짝퉁을 만들어 파는 바람에 국제사회로부터 기본이 전혀 안된 나라라는 지탄을 받았다. 물론 지금도 이런 행태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그러나 이제는 베끼는 차원을 넘어서 그 것을 토대로 새로운 것을 창출해 내는 파괴적 혁신을 추구해 성과를 내고 있다. 이젠 웬만한 기술이나 자금력을 가지고 중국 시장에 명함조차 내밀지 못하는 것은 물론 밀려나고 쫓겨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귤화위지(橘化爲枳), 귤이 회수(淮水)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말이다. 중국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거대한 블랙홀같다. 지치지 않는 폭풍 식욕으로 흡수한 뒤 중국 특유의 동화력을 가지고 뒤섞어 같은 것같지만 다른 것을 배출해낸다.

무섭게 굴기하는 중국을 효과적으로 공략해내려면 지금까지의 경제적, 정치적 접근보다 문화적 접근과 고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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