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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플러스] 사라진 운흥사 범종…돌아오지 못하는 이유

사찰의 하루는 범종 소리로 시작합니다. 경남 고성군에 있는 운흥사는 신라 문무왕 때 지어진 천년고찰이지만, 3년 전까지만 해도 여느 사찰에나 있는 이 범종이 없었다고 합니다. 김희남 선임 기자의 취재파일 보시죠.

본래 운흥사에는 조선 숙종 때 만든 동종이 있었습니다. 그것도 보통 종이 아니라 당대 최고의 주종장 김애립이라는 장인이 만든 작품이었습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에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일본이 1937년 태평양전쟁으로 확전하면서 군수품을 만들기 위해서 금속 공출령을 내렸는데, 이때 운흥사 범종도 같이 공출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최근 이 범종이 일본 도쿄에 있는 사설 미술관인 네즈 미술관에서 발견됐습니다. 미술관 후원으로 통하는 계단 아래 후미진 구석에서 외롭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높이 1m 5cm의 이 종의 표면에는 ‘고성현 서령 와룡산 운흥사 대종’이라고 명확하게 음각되어 있습니다.

용 두 마리를 이어서 만든 종의 고리는 섬세하면서도 역동적이고, 몸통에 그려진 관음보살은 수려합니다. 하단부에는 김애립이란 이름이 선명하게 남아있고, 그 옆으로는 시주자들의 이름도 일일이 열거돼 있었습니다. 우리 조상의 혼이 담긴 우리 문화재가 분명했습니다.

[경담 스님/운흥사 주지 :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데… 저는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생각으로 일일이 한 자 한 자, 종에 새겨진 문자 문구를 하나라도 더 보기 위해서….]

당장이라도 제자리를 찾아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범종이 불법 반출됐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합니다.

지난달 운흥사 측은 고심 끝에 문화재 복원의 한 수단인 정밀 복제를 네즈 미술관 측에 요청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네즈 미술관 측은 아무런 응답이 없다고 합니다.

네즈 미술관 측이 우리의 요청에 화답해서 운흥사 범종를 비롯한 국외로 반출된 문화재를 환수하거나, 또 복원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보겠습니다.

▶ [취재파일] 운흥사 종, 네즈 미술관으로 간 까닭은?

(김선재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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