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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살 여자와 결혼은 동메달"…'캠퍼스 여혐' 해결나선 대학생

"서른살 여자와 결혼은 동메달"…'캠퍼스 여혐' 해결나선 대학생
▲ 여성주의 이야기방에 참여한 학생들 (사진=연합뉴스)

"여학생들은 복학한 예비군 오빠 잡아서 결혼할 생각 해야 한다. (중략) 여자는 28살에 결혼하는 게 금메달이다. 누가 서른 살 먹은 여자와 결혼하겠나? 그건 동메달이다." 지난달 26일 성동구 한양대학교 사회과학관 앞 게시판에 붙은 대자보에 담긴 내용입니다.

이 대학의 반성폭력·반성차별 모임 '월담'이 게시판 대자보는 한 교양과목 강의를 맡은 교수가 내놓은 각종 여성 혐오성 발언을 폭로했습니다.

해당 교수는 "대학원 가는 여자는 결혼 못 한다. 한양대에도 결혼 못 한 노처녀 교수가 많다", "요즘 사회는 '여성우위'가 심하다. 여성에게 프러포즈할 때 몇백만 원 상당 명품백을 선물해야 한다" 등의 발언도 했다고 대자보에 적혔습니다.

월담은 이처럼 학교 강의실에서 은연히 계속되는 '여성혐오'(misogyny·여성을 남성과 타자화하거나 성적 대상화하는 모든 언어와 행동)를 공유하고 대응책을 논의해보자며 지난 7일 오후 교내에서 '여성주의 이야기방' 방담을 열었습니다.

이런 행사가 열린 것은 한양대에서 처음이라고 참석자들은 전했습니다.

학생들은 방담에서 "교수들이 농담이랍시고 이런저런 말을 던지다가 여성혐오 발언이 나오는 것 같다"고 진단했습니다.

한 학생은 "그만큼 우리 일상 속에 여성혐오가 만연하다"면서 "'자궁'(子宮)의 한자를 보면 '아들이 들어서는 집'이라는 의미인 것 아느냐. 원래는 '포궁'(胞宮)이 옳은 용어"라고 지적했습니다.

참석자들은 재미있어하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학생들은 "싫어할 혐(嫌)이나, 간음할 간(姦)처럼 부정적인 글자에 '여(女)'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면서 "인류 역사 수천 년간 이어져 온 가부장적 질서, 남성중심주의가 일상에 퍼져 있다"고 불편함을 나눴습니다.

다른 학생은 "학과 휴게실만 가도 '김치녀', '된장녀' 같은 단어는 이제 아무렇지 않게 쓰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서 "대체 김치랑 된장은 무슨 죄냐"고 말해 방담장에 웃음이 퍼지기도 했습니다.

방담에서는 캠퍼스에 산재한 여성혐오를 해결할 방법을 놓고도 의견이 오갔는데 여성혐오 발언을 들었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 자신이 당사자가 아니어도 나서서 항의해야 하는지 등을 토론했습니다.

교수의 여성혐오 발언에 대해서는 강의평가 때 학교 측에 제보할 수 있도록 칸을 하나 만드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이 나왔습니다.

총여학생회가 없어서 피해를 제보할 창구가 모호하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한양대는 2년째 총여학생회가 공석입니다.

월담은 격주로 모임을 개최하기로 했으며 페이스북 등을 통해 '강의실 안 숨은 혐오 찾기' 제보 운동도 벌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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