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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정부는 왜 통신요금 내리는 걸 싫어할까

[취재파일] 정부는 왜 통신요금 내리는 걸 싫어할까
단통법이 만들어진 지 2년이 지났습니다. 시작부터 걱정했던 대로, 단통법 이후 통신사 곳간엔 돈이 더 수북히 쌓이고 있습니다. 반대로 정부가 내세웠던 통신비 인하는 이뤄지지 않고 있고 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목요일, 국회에서 음미해 볼만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지금은 스마트폰을 살 때, 통신사에서 주는 지원금 대신 요금을 20% 할인해서 살 수 있는데, 이걸 30%로 확대해서 요금을 더 내려보자는 법안이 국회에 올라있습니다. 이 법안에 대해서 단통법 최고 책임자인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원금과 형평을 맞춰야 한다며 사실상 거부했습니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기본적으로 요금할인을 지원금에 상응해서 하기 때문에, 지원금의 평균을 내고 그것을 근거로 해서 요금할인을 플러스마이너스 5%를 하는 것을 더 넓히자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될 경우에 지금도 지원금에 상응하는 20% 요금할인이 이용자에게 더 이익이라고 해서 그쪽으로 많이 이용하고 있는데, 발의하신대로 하면 너무 쏠림이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해석을 하자면 현재 단통법 상 스마트폰에 최대로 줄 수 있는 금액은 최고 35만 원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지금 요금할인 20%는 그 지원금 평균과 맞춰 놓은 건데, 요금을 30% 깎아줄 경우에는 통신사가 내주는 지원금을 넘어가 버리기 때문에 단통법을 무너트리는 결과를 낳을거란 이야깁니다.

이 보도가 나간 이후, 방통위원장이 왜 사람들이 요금을 더 할인받는 방안에 대해 '우려'하느냐는 논란이 인터넷에서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궁금증이 생깁니다.

●  지원금 35만 원의 근거는 뭔가

최 위원장이 통신요금 할인의 기준이라고 말하고 있는 지원금이 왜 꼭 35만 원이어야 하냐는 겁니다. 사실 단통법을 처음 만들 때 지원금을 최고 35만 원으로 정한 건 어떤 합리적 근거도 없었습니다. 연구를 따로 맡기거나 분석을 해본 적도 없습니다.

그런데 그 합리적으로 정하지도 않은 금액은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정작 단통법의 목표였던 통신요금 인하에는 별 관심이 없다는건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 통신비 전혀 줄지 않았다

통신비를 가장 잘 보여주는 수치는 ARPU라는 겁니다. 가입자 1명이 통신사에 평균 얼마나 돈을 내고 있나 보는 겁니다. 통신사들은 매 분기마다 투자자들에게 이 금액을 발표합니다.
청구 ARPU Trend
SKT의 ARPU를 보면 단통법 이후 꾸준히 3만 6천 원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른 통신사들도 비슷한 수준이고요. 단통법으로 지원금은 아끼고, 통신요금은 내리지 않고 있습니다.

통신사들은 단통법으로 1년에 1조 원 정도 마케팅비를 절약한 걸로 분석이 됩니다. 법 취지대로라면 이 1조 원을 소비자들에게 돌려줄 고민을 해야 되는 것 아닐까요.

● 20% 요금할인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서

사실 통신사들은 30%는커녕, 지금 있는 20% 요금할인 제도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감사원이 단통법 진행상황을 뒤져보고는 따끔하게 꾸짖기까지 했습니다.

예를 들어 5만 원 요금제를 20% 요금할인을 받아서 2년간 쓰고 있다고 해보죠. 그러면 한 달에 실제로는 4만원을 내는 셈입니다.

그런데 2년 약정이 끝나고 그냥 전화기를 계속 쓰면 요금은 5만 원으로 올라갑니다. 1년간 더 전화기를 쓰겠다고 재약정을 해야만 20% 요금할인이 이어집니다. 그런데 너무나도 많은 소비자들이 이 사실을 잘 모르고 있습니다.

감사원이 조사를 해보니, 2년 약정이 끝난 사용자가 모두 1천 255만 명인데, 그중에 14%인 177만 명만 재약정을 했을 뿐, 무려 1천78만 명은 요금할인이 없이, 바가지를 쓰고 있었습니다. 이 1천78만 명 중에 절반은 약정이 끝나고도 1년 넘게 이 통신사를 이용해 왔습니다. 통신사들 입장에선 진짜 '우수고객'들인 셈이죠.
지원금 상응 할인 요금제 가입 현황
감사원이 알아 보니, 통신사들은 이 가입자들 대다수에게 "재약정을 하면 할인받을 수 있다"는 문자를 보내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문자를 보낸 경우에도 '선택약정할인' 등등 일반 소비자가 알아들을 수 없는 내용을 적어 넣어 재약정을 못하게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통신사 입장에서야 손해볼 일, 굳이 성실하게 알려주기 싫었겠죠.

1천만 명이면 국민 5분의 1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숫잡니다. 1인당 5천 원만 쳐도 통신사가 한 달에 5백억 원, 1년이면 6천억 원을 꿀꺽 했다는 이야깁니다. 전국민 속이기라고 불러도 무방한 상황이죠. 그런데 이 1천만 명이 20% 할인을 받을 수 있는데 못 받고 통신요금을 내고 있었다는 사실을 감독관청인 미래부나 방통위는 몰랐을까요. 알았다면 한통 속이고, 몰랐다면 직무유기입니다. 어느쪽이든 변명할 여지가 없습니다. 20% 요금할인도 이렇게 제대로 추진하지 못해서 손해를 끼쳤으면서, 30% 요금할인은 또 거부합니다.

● 지금이라도 제대로 고쳐라

단통법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통신요금은 줄지 않았습니다. 스마트폰 판매는 줄었습니다. 유통매장들은 문을 닫았고, 스마트폰 회사들도 공장을 덜 돌리게 됐습니다. 그만큼 경제는 위축됐고, 정부가 거기서 거둬들일 수 있는 세금도 줄었습니다. 현재의 단통법으로 이득을 보는건 통신사 뿐입니다.

국회가 만든 법, 국회에서 푸는게 맞습니다. 다양한 안들이 국회에 올라와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머리를 맞대고 합의안을 내서 새로운 법을 만드는게 필요합니다. 소비자에게 이득이 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합니다.

단통법은 시작부터 3년 한시법이었습니다. 내년이면 끝납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1년을 더 기다릴 이유도 없고 여유도 없습니다. 국민들 부담만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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