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인 개천절에는 고온현상이 전국으로 확대됐습니다. 경주시 기온이 30도를 웃돌았고 밀양과 창원의 기온도 30도까지 올라갔습니다. 때 아닌 10월 더위는 급기야 오늘 수도권까지 밀려왔습니다. 서울 낮 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단풍이 물드는 10월에 30도 더위라니요? 그야말로 기록적인 늦더위입니다. 서울 기온이 10월 상순에 30도를 웃돈 것은 지난 1913년이 유일합니다. 46년과 78년 65년에 각각 29도를 웃돈 적이 있는데, 오늘 최고기온이 30도까지 오를 경우 102년만의 10월 더위로 기록되는 셈입니다.
도대체 이 말도 안되는 더위는 왜 시작된 것일까요? 그렇습니다. 다를 짐작하신 대로 북상하는 태풍 때문입니다. 18호 태풍 ‘차바’가 처음 예상보다 한반도에 가깝게 다가서고 있는데, 이 태풍이 더운 공기를 우리나라로 불어 넣고 있습니다.
태풍 ‘차바’는 오전 9시 현재 서귀포 남쪽 약 600km를 지나고 있습니다. 줄곧 더운 바다를 지나면서 크게 발달해 상당히 위험한 태풍입니다. 중심부근 최대풍속은 시속 176km, 달리는 기차도 넘어뜨릴 만큼 위력이 상당합니다.
예상되는 기상 현상 모두 걱정을 키우고 있습니다. 강수량은 최고 400mm를 넘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 많은 비가 불과 6시간 이내에 쏟아질 가능성이 커서 정말 걱정입니다. 제주도와 경남 해안 일부에서 폭우 피해가 우려되는 이유입니다.
바람도 엄청납니다. 순간 최대 풍속이 초속 30m를 넘을 것으로 보이는데, 바람에 약한 담벼락 정도는 쉽게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견고하지 못한 비닐하우스 등 시설물 피해도 우려됩니다.
해상의 파도도 기록적일 것으로 보이는데요, 태풍의 길목에 위치한 제주도 부근 바다와 남해 일부에서는 최고 8m, 그러니까 웬만한 2층 건물보다 높은 파도가 일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 저지대도 물이 들어올까 걱정인데요, 너울이 높게 일면서 바닷물이 방파제를 넘을 것으로 보여 피해가 날 가능성이 큽니다.
10월에 태풍이 발생하는 경우는 드문 경우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까지 영향을 주는 경우는 많지 않았습니다. 1951년 이후 지난해까지의 태풍 통계를 보면 10월에 태풍이 영향을 준 경우는 모두 6번에 불과합니다. 10년에 한 번 꼴인 평균 0.1개 정도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볼 수 있죠.
문제는 최근 들어 10월 태풍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6번의 10월 태풍 가운데 두 번이 최근 5년 안에 나타났는데, 지난 2013년과 2014년이 바로 그 해입니다. 여름 더위가 갈수록 심해지고 더 오래 이어지는 이유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동안 지구촌 날씨의 평형에 기여해 온 바다가 참을성을 잃은 것이 아닌지 걱정이 태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