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본인 동의없는 정신병원 강제입원 "위헌…새법 만들라"

헌법재판소가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보호자 요청과 의사 진단만으로 정신병원에 입원시킬 수 있는 현행 정신보건법 일부 조항이 위헌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개선 입법이 이뤄질 때까지는 일단 계속 적용됩니다.

이에 따라 재산 분쟁이나 소송 등에 악용할 목적 등으로 멀쩡한 가족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킬 수 있는 현 제도의 폐단이 대폭 줄어들 전망입니다.

헌재는 오늘(29일) 정신보건법 제24조 1항과 2항에 제기된 위헌법률심판 제청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헌법불합치란 해당 법이 위헌이지만 즉각 효력을 중지시킬 경우 법 공백에 따른 혼란이 우려돼 법률을 개정 전까지 한시적으로 유지하는 결정을 말합니다.

지금까지 이 조항에는 10여 차례 헌법소원이 제기됐지만 대부분 심판 요건이 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각하됐습니다.

헌재는 "해당 조항은 정신질환자의 신체자유를 심하게 제한하고 구체적인 기준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신진단의 판단권한을 전문의 1인에게 부여해 권한을 남용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강제 입원된 질환자가 퇴원을 요청해도 병원장이 거부할 수 있어 장기 입원의 부작용이 있으며, 보호기관의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현행법은 '정신질환자의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가 있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입원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에 한해 정신질환자를 입원 등을 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입원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 그 의견을 기재한 권고서를 첨부해야 합니다.

여기서 보호의무자는 민법상 부양의무자나 후견인으로 대부분 환자의 가족이 해당합니다.

그러나 이런 강제입원 제도는 재산 다툼 같은 가족 내 갈등이나 정신병원의 수익 때문에 범죄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 비율이 70％로 12.5%인 프랑스의 5배가 넘고 입원 기간도 평균 247일로 프랑스의 7배에 달합니다.

이번 위헌심판 역시 재산을 노린 자녀들에 의해 강제 입원당했던 60살 박 모 씨의 인신보호 청구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이 2014년 5월 제청했습니다.

박 씨는 2013년 자신의 집에서 남자 3명에게 손발이 묶인 채 정신병원에 실려 갔습니다.

입원을 거부했지만 소용없었고 약물투여와 격리·강박 등이 이어졌습니다.

다만, 이번 헌재 결정은 현행법에 따라 강제 입원이 된 환자들에게까지 영향을 소급해 미치진 않습니다.

국회와 정부 등 입법자의 개선 입법이 있기 전까지는 계속 적용됩니다.

일각에선 자신이나 타인을 해칠 우려가 있는 정신질환자의 경우 일정 정도의 기본권 제한은 불가피하다는 반론 역시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