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칼럼] '김영란법' 이전과 '김영란법' 이후 ②

[칼럼] '김영란법' 이전과 '김영란법' 이후 ②
관련 칼럼
그럼 구체적으로 우리 국민들은 부패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요? 국민권익위원회의 자료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권익위는 매년 부패인식도를 조사해 발표합니다. 일반 국민, 공무원, 기업인, 외국인, 전문가 그룹으로 나눠 조사를 실시하는 데 조사 대상 별로 미묘한 인식차이가 납니다.

먼저 사회 전반에 대한 부패인식입니다. ‘우리 사회가 부패하다’고 보는 인식은 일반 국민들이 59.2%로 가장 높게 나타납니다. 이어서 전문가가 55.2%가 부패하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공무원은 14%만 부패하다고 봤습니다. 청렴하다고 본 응답은 일반 국민은 불과 6.2%, 전문가 9.4%인 데, 공무원은 절반이 넘는 50.4%가 우리 사회가 청렴하다고 응답했습니다.

최근 10년 간 부패수준의 추이를 봐도 이런 인식의 괴리는 여전합니다. 일반 국민이 2006년 63.4%가 부패하다고 봤는데 2012년 44.3%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을 뿐 여전히 5,60%대의 높은 비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공무원은 2014년 단 한 차례 20%대를 기록했고 10년간 꾸준히 10%대를 기록했습니다.
우리 사회 부패 인식 추이
부패 문제에 관한 한 일반 국민들이 가장 엄격하게 기준을 적용한다는 얘기입니다. 국민들의 시각으로는 아직 우리 사회는 부패한 사회입니다. 김영란 법을 둘러싼 논란에서 여론이 비판적이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반면 법 적용 대상인 공무원들의 인식은 국민들의 인식과 동떨어져 있습니다. 이 간극이 논란을 불러온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우리 사회가 부패하다고 평가하는 이유로 전문가의 64.1%, 기업인의 58.8%, 국민의 55.2%, 외국인도 54.3%가 사회에 부패 행위가 만연하기 때문이라고 응답했습니다. 공무원도 49.5%가 긍정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어느 분야가 부패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보면 이번 김영란 법의 적용 대상이 어느 정도 수긍이 됩니다.
사회분야별 부패 수준
일부 응답에서 예외는 있지만 공통적으로 정당, 입법 분야, 사법, 행정기관, 공기업, 언론 분야, 종교 단체, 문화 예술 체육 분야가 낮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김영란 법의 적용 대상입니다.

다시 한 번 일반 국민과 공무원의 인식의 차이를 보겠습니다. ‘공무원이 부패하다‘는 응답 비율이 일반 국민은 57.8%인 데, 공무원은 불과 3.4%만 그렇다고 봤습니다. 이런 인식의 괴리는 앞으로 부패 정책을 시행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습니다.
행정 분야 부패 수준
실제로 금품 접대 경험도 꽤 있었습니다. 2015년 현재 기업인의 3.9%, 일반 국민의 2.4%, 외국인의 1.0%가 금품이나 접대를 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나마 이 수치는 많이 줄었습니다. 2008년에는 기업인의 19.3%, 5명 중 1명 꼴로 금품·접대 경험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2010년 11.1%로 떨어진 이후에는 10% 아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외국인의 경우에도 2006년에는 9명 중 1명 꼴, 11.8%가 금품·접대 경험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전망은 어떨까요? 대부분 큰 기대가 없었습니다. 국민들의 51.2%, 기업인의 56.8%, 전문가 51.4%, 외국인 61.3%가 현재와 비슷할 것으로 내다 봤습니다.
향후 부패 전망
그래도 이 조사는 김영란법 논란이 본격화되기 이전에 한 조사라는 점에서 이제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김영란 법과 관련해 한 가지 특히 기업인들이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기업인들은 대부분 김영란 법의 대상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 법을 의식하지 않고 행동하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습니다. 영국의 부패방지법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부패 행위를 적용하게 돼 있습니다. 예컨대 한국 기업이 김영란 법에 저촉됐을 경우 부패 기업으로 찍혀 영국과 관련된 사업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선진국의 부패 방지법과 연계되면 해외 사업에서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도 있습니다.

김영란 법은 우리 사회의 부패를 극적으로 줄이는 장치가 될 수도 있습니다. 내년, 내후년 조사에서는 국제 투명성기구의 부패 인식 지수도 대폭 상승하고, 권익위의 부패인식도 조사에서도 국민들이 우리 사회가 획기적으로 달라졌다는 응답을 하는 그런 사회를 기대해 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