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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한려대 폐교 이뤄질까?

부실대학 폐교의 시험대

부실대학 폐교를 둘러싸고 교육부가 고민에 빠져있습니다. 부실대학으로 지목된 서남대 구 재단이 지난 6월 내놓은 '한려대와 서남대 의대 2018년 자진 폐교'라는 정상화 방안을 어떻게 처리할지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려대나 서남대 모두 2013년 1천 억원대의 교비횡령혐의로 구속 수감돼 9년의 실형이 확정돼 옥살이를 하고 있는 이홍하씨가 설립한 대학입니다.

교육부는 두 학교의 자진 폐교안에 처음에는 부실대학 폐교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반기는 분위기였다가 진즉 퇴출돼야할 부실 재단만 복귀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에 몸을 사리고 있습니다. 현행법상 한려대와 서남대 의대 재산을 처분한 돈으로 횡령한 돈을 채워 놓은 뒤 임시이사 해소사유만 충족되면 구 재단의 복귀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서남대학교 정문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려대 지난 1998년에도 폐교위기

재단측 요구대로 한려대를 폐교할 경우 학내외의 반발은 물론 부실재단의 서남대만 살린다는 비판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구 재단측은 서남대와 한려대를 통합해 아산캠퍼스에 가칭 서한대학교로 일원화한다는 계획입니다. 한려대가 폐교위기에 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1998년에도 교비횡령이 문제돼 신입생 모집이 중단되고 1년간 폐쇄됐었습니다. 당시 한려대 학교계좌에는 30만원 밖에 남지 않아 감사공무원들 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였습니다. 부실수업에 참다못한 재학생들이 대학에 소송을 걸어 배상금을 받아내기도 했습니다.
한려대학교 전경 (사진=한려대학교 홈페이지 캡쳐)
설립자의 문어발식 대학설립과 부실 운영에 교육부 무능 한몫

이렇게 대학이 부실화 된 것은 설립자 이홍하씨의 문어발식 불법적 학교설립과 운영 때문입니다. 부부교사이면서 부업으로 목욕탕과 부동산투자로 돈을 모은 이씨는 고등학교와 대학을 잇따라 설립했습니다. 먼저 세운 대학의 등록금을 빼돌려 부동산을 사고 다른 대학을 세우는 방식으로 1991년 서남대를 비롯해 한려대, 광양보건대, 광주예술대, 신경대. 서울제일대학원대학교 등 1년에 하나씩 모두 5개의 대학을 설립했습니다. 이사장과 총장 등 주요 보직은 모두 부인과 친인척, 측근들로 채워졌습니다.

그런데 최소한의 교육여건도 갖추지 못한 부실대학은 설립하자마자 부실의 늪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데도 퇴출되지 않고 버티는 데는 법의 허점과 정책당국의 무능도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허위로 학위를 준다든지 수업을 듣지 않고도 학점을 주는 것처럼 학사행정 부실 대학은 명백한 대학 폐쇄사유가 되지만 설립자가 교비를 횡령해 부실해진 경우는 법적으로 퇴출이 쉽지 않다” 교육부 관계자의 하소연입니다.

이홍하씨가 설립한 대학 가운데 2000년 광주예술대가 4년제 졸업생도 배출 못하고 3년 만에 문을 닫은 것을 빼고는 모두 건재해있습니다. 진즉 퇴출돼야할 대학이지만 교육부의 허술한 대응과 지역민 여론으로 포장한 강력한 반발로 생명을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이홍하씨가 세운 대학들은 모두 경영부실 대학으로 지목되는 진기록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런데도 대학 폐교를 둘러싸고 지역경제를 걱정하는 지역여론을 이용한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부실대학 폐교가 얼마나 어려운지 한려대가 시험대에 선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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