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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터뷰+] 공감에 더한 '스웩'…'약치기 그림' 인기의 비결

[人터뷰+] 공감에 더한 '스웩'…'약치기 그림' 인기의 비결

“어차피 내일도 출근해야 합니다. 곧 주말도 오고, 월요일도 또 오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월요병을 겪는 직장인들에게 ‘약치기 그림’ 일러스트 작가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최근 SNS에서 한 컷의 그림으로 직장인의 일상을 ‘툭’ 건드는 일러스트 작가가 있습니다.

그는 ‘약치기 그림’이라는 이름의 SNS 계정에 꾸준히 그림을 올리고 있는데, 특유의 해학을 섞어서 직장인의 애환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미 많은 직장인으로부터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이른바 ‘사이다’라는 반응을 이끌며 큰 인기를 끌고 있죠. 대학생, 주부들로부터도 ‘내 얘기, 네 얘기’라며 폭넓은 공감을 받고 있습니다. 약치기 그림의 주인공 양경수 작가를 SBS 취재진이 직접 만나봤습니다. <편집자주>
 
약치기 그림이 일상의 심심함에 약을 치자는 뜻이라면서요?

▶양경수 작가: 일상이 팍팍하고 지루하잖아요. 제 주변 친구들도 매일 힘들다고 얘기해요. 각자가 서로 다르게 사는 것 같지만 비슷한 일상을 살죠. 하지만 그들이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대화나 속마음이 있잖아요? 그래서 일상에 약을 치는 그림, 약 빠는 그림과 멘트를 만들어 봤어요.

사실 그림의 내용들을 보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에요. 거기에 재미를 더하는 거죠. 대화나 짧은 멘트로요. ‘아 힘들다’를 저만의 스웩(Swag)으로 재밌게 재구성하려고 해요. 누구나 공감하고, 후련하게 하고 싶었던 말들을 저만의 스타일로 바꾸는 거죠.
 
그림을 보면 소재부터 재치가 넘치는데 어떻게 찾죠?

▶양경수 작가: 널리 알려진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는 책 제목이기 때문에, 그에 어울릴만한 이미지를 찾았어요. 제목에 맞춰 상황을 생각해봤고, 상황에 맞는 이미지를 찾아서 그림을 그린 거죠. 영혼 없이 웃고 있는 직장인들 말에요.

‘경영자 마인드로 일할 테니, 월급도 경영자만큼 주세요’라는 작품도 마찬가지예요. 많은 경영진이 ‘네가 CEO라고 생각하고 일해야 회사가 잘 돌아가지’라고 말하잖아요. 그럼 ‘그만큼 돈을 주세요’라는 말이 툭 나올 수 있잖아요? 여기서 좀 더 제 스타일로 다시 고치는 거예요. 길게 써보기도 하고, 줄이기도 하고. 마치 랩을 쓰는 것처럼요.

이처럼 소재는 주로 직장인 친구들한테 얻거나, 카페나 음식점에서 들었던 것들이에요. 메모하면서 기록하죠. 특히 대학생, 직장인, 아기 엄마들이 제 나이랑 비슷하니까 그들이 공감할 만한 소재를 찾고, 간지러운 부분이 어딘지 찾으려고 하죠.
그림만큼이나 대사도 참 재밌던데요?

▶양경수 작가: 평소 한마디 말을 하더라도 재미있는 말을 하려고 해요. 웃기게 말하거나 힙합 가사처럼 펀치라인 짜는 걸 좋아하거든요. 힙합에 빠졌을 때 라임이나 펀치라인으로 가사를 쓰곤 했어요.

그런 게 제 그림에 묻어 나오는 거죠. 대사로 ‘반전미’를 주는 거예요. 제 그림을 보면 무미건조한 상황이거나 모두 영혼 없이 웃고 있어요. 상황도 ‘오버’스럽고, 대사도 ‘오버’스러우면 반전미가 없어지고, 재미도 없어져요. 직장상사 앞에서 웃고 있지만, ‘너 좀 꺼져’라고 하는 게 훨씬 재밌죠.

지금의 인기가 어디서 온다고 생각해요?

▶양경수 작가: 한 컷만 보고도 쉽게 공유할 수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웹툰처럼 백 컷이 넘어버리면 친구들하고 공유하기 어렵잖아요. 그런데 제 그림은 한 컷이니까 사람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또 사람들 모두의 일상을 그리니까. 저는 특별하게 ‘요즘 세상이 이렇고, 부조리한 현대사회를 고발하겠어!’라는 의도로 그림을 그리지 않아서 더 좋아하는지도 모르죠.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요?

▶양경수 작가: 하나하나 다 애착이 가죠. 그중에 이 대사가 가장 기가 막혔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게 있긴 해요. ‘남들과 다른 삶을 살기 위해 오늘도 남들과 같은 삶을 산다.’

이 대사는 저 스스로도 많이 생각하게 해요. 제 직업이 다른 직업처럼 보이지만, 나도 돈을 벌기 위해 남들처럼 사는 거잖아요. 도대체 다른 삶이 뭘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원래는 불교미술을 하셨다고요?

▶양경수 작가: 가족들이 불교미술을 해서 어렸을 때부터 접할 기회가 많았어요. 저도 일생이나, 불교 인물 그림 작업을 많이 했죠. 아, 그렇다고 매일 108배를 하지 않아요. 불교 사상을 라이프스타일로 여길 뿐이에요.

불교 그림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재밌어요. 부처님은 그 당시 셀러브리티였어요. “갈대가 흔들리는 건가, 바람 때문에 흔들리는 건가”라는 물음에 부처님이 “야, 그건 네 마음이 흔들리는 거야“라고 답하잖아요. 그때 당시 가장 유명한 카피라이터이자 사상가라 할 수 있죠. 부처님 10대 제자들도 모두 인기 셀럽들이었어요.

그래서 불교미술을 할 적엔 ‘만약 그들이 지금 살아 있다면?’ 상상하면서 그들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해봤어요. 하지만 불교 철학을 재해석하려면 내공을 더 쌓아야겠더라고요. 앞으로 계속 현대 그림 작가로 살면서도 불교 그림은 계속할 겁니다.

재밌게만 사는 줄 알았는데, 혼자서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군요.

▶양경수 작가: 힙합 좋아하고, 친구들과 노는 것도 엄청 좋아해요. 하지만 저는 또 엄청 불교적이고 탐구적이죠. 스스로 혼자 무언가 생각하고, 고뇌하는 시간이 많죠. ‘사람이란 무엇인가’ 이런 정도로요.

어떤 사람들은 저더러 직장 생활도 안 해봤는데 이런 걸 어떻게 그리느냐고 묻죠. 사실 할 말은 없어요. 하지만 흰셔츠에 넥타이 매고 9시 출근, 7시 퇴근을 안 할 뿐이지, 지금의 저도 직장인과 마찬가지로 먹고살기 위한 삶을 살고 있어요. 그러면서 늘 가졌던 고민과 경험이 제 작품에 묻어난다고 봐요.

직장인에게 가장 힘들다고 알려진 오늘은 바로 ‘월요일’입니다. 오늘만큼은 잠시나마 양 작가의 약치기 그림을 보며 스트레스를 달래보는 건 어떨까요? 지루했던 일상에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일지 모르겠습니다.

(기획·구성 : 임태우, 김다혜 / 디자인 : 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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