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언론에 일본 명문대학에 중국인 유학생들이 몰려들고 있다는 장문의 기사가 났다. 그러나 어디 일본뿐이랴. 우리 나라도 서울과 지방을 막론하고 각 대학마다 중국인 유학생들이 넘쳐나고 있다. 어려워진 한국 대학의 재정을 중국 유학생들이 상당 부분 메워 주고 있어 해당 대학들로는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중국에서 대학을 가려면 가오카오(高考)라는 대입시험을 치러야 한다. 인구 대국 중국답게 올해(2016년) 6월 초에 있었던 가오카오의 응시생은 950만명에 육박했다. 베이징대학, 칭화대학 등 소위 명문대학 정원은 60만 명에 불과해 경쟁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치열하다.
가오카오가 끝나면 시험 점수를 비관해 자살한 학생들의 사연이 중국 언론에 꼭 등장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한 유명 학원 선생의 대학 진학원서 상담료가 우리 돈으로 1천7백만 원이나 되고 가오카오 시험을 앞둔 수험생의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보모나 심리치료사가 인기를 끄는 등 소위 ‘가오카오 경제’라는 말까지 생겼다.
중국도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 출세한다고 생각하는 사회분위기가 일반적이다. 중국의 대학은 일류대학을 의미하는 이번(一本), 얼번(二本)은 이류대학, 산번(三本)은 삼류로 순위가 매겨져 있다. 베이징대학, 칭화대학은 이번, 상하이(上海)이공대학은 얼번 등으로 평가되는 식이다. 중국에서 이, 삼류대학을 나오는 것보다 외국 대학 졸업장이 취직에 유리한 경우가 많다는 인식이 외국 유학 바람을 부추기고 있다.
얼마 전 이화여대에서 미래라이프대학 설치를 둘러싸고 학교와 학생들간에 심한 마찰이 빚어져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설치 추진 과정에서 학생들과 여론 수렴이 전혀 없었던 소통의 문제, 교육 당국의 졸속 행정 등 여러 문제가 지적됐지만 이 사태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길을 가장 끌었던 것은 학벌과 관련된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춘기 때 남달리 예민해서, 혹은 가정 형편이 어려워, 이런 저런 사정으로 대입 시험에 실패할 수 있다. 그러나 한 번의 실패가 일생을 좌우하고 더 이상의 기회를 주지 않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 많은 문제들이 일어나고 있다.
몇 번이고 패자부활전의 기회를 준다면, 그런 시스템이 합리적으로 구축되어 있다면 우리 사회는 여러 분야에서 '똘레랑스(관용)'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