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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최강 두산'을 만든 또 다른 원동력 '철벽 수비'

[취재파일] '최강 두산'을 만든 또 다른 원동력 '철벽 수비'
2016년은 역대 최고의 ‘타고투저’ 시즌이었다. 각 팀들은 경기당 5.64점을 냈다.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치였다. 그런데 이런 경이적인 고득점의 주원인은, 우리 머릿속의 인상과는 달리 홈런이 아니었다.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는 38.5타석 당 한 번씩 홈런이 나왔다. 꽤 자주 터진 편이지만, 올 시즌보다 더 자주 홈런이 나온 시즌도 5번이나 있었다. ‘역대 최고의 홈런 시즌’이었던 1999년에 비하면 경기당 홈런이 14%나 적다. 당장 지난해보다도 홈런이 줄었다.

<역대 최고 '타고투저' 시즌>
 
연도 경기당 득점 홈런 빈도
2016 5.64 38.5 타석당 1개
2014 5.62 39.5 타석당 1개
1999 5.38 32.6 타석당 1개
2015 5.28 37.6 타석당 1개
2001 5.18 39.2 타석당 1개

역대 최고의 경기당 득점을 만든 주범은 홈런이 아닌, ‘다른 종류의 안타’였다. 인플레이 타구가 안타가 되는 비율이 33%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여러 원인을 가정할 수 있다. 투수들의 수준 저하와 타자들의 타구 스피드 향상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확실한 건, 올 시즌은 수비수들에게 ‘사상 최악의 악몽’이었다는 거다. 인플레이 타구를 안타로 만들어줄 확률이 어느 때보다 높았으니까.
두산 베어스 선수들
그래서 올 시즌 두산 베어스의 수비력은 더욱 돋보인다. 두산 수비진은 인플레이 타구를 아웃으로 연결하는 비율인 DER(‘수비 효율 : Defense Efficiency Rate)이 66.9%로 전체 1위다. 리그 평균인 64.9%보다 2%가 높았다. 지난해에는 리그 평균 65.5%와 별 차이 없는 65.6%였다. 지난해보다 DER이 가장 많이 높아진 팀이 두산이다. 올 시즌 두산은 3733개의 인플레이 타구를 허용했다. 즉 ‘평균보다 2% 높은 DER'은 ‘안타 75개 제거’와 같은 말이다.

<올 시즌 DER(수비 효율) 순위>
 
팀명 DER (수비효율)
두산 66.9%
NC 65.6%
넥센 65.4%
SK 65.4%
KIA 64.7%
LG 65.8%
삼성 65.8%
롯데 64.0%
한화 63.6%
kt 62.2%
합계 64.9%

주변 상황을 보면, 두산의 수비력 향상은 더욱 흥미롭다. 우리 리그 대부분의 투수들은 잠실구장을 좋아한다. 세계적으로 먼 외야 담장이 홈런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비수들은 할 일이 많아진다. 외야와 파울 지역이 넓어, 맡아 수비해야 할 면적도 넓기 때문이다. 외야의 면적이 넓다 보니, 타구가 어딘가에 떨어져 안타가 될 가능성도 높다. 그래서 당연히 올 시즌 잠실구장 경기의 DER은 64.5%로 리그 평균보다 낮다. 하지만 두산 수비진에게는 잠실구장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66.9%로 시즌 평균과 똑같았다.
두산 투수 니퍼트
여기서 이상한 점이 있다. 니퍼트-보우덴-유희관 등 ‘뜬공투수’들이 많은 두산 마운드의 특징, 그리고 넓은 외야 때문에 두산의 중견수는 어쩌면 리그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 중 하나였다. 그래서 지난해까지 두산을 대표하는 수비수는 주전 중견수 정수빈이었다. 정수빈의 수비 실력이야 두 말하면 잔소리다.

그런데 올 시즌에는 정수빈의 출전 시간이 대폭 줄었다. 지난해 1090이닝 동안 수비한 반면, 올해는 607이닝 밖에 글러브를 끼지 않았다. 정수빈의 빈자리를 주로 채운 선수는 민병헌이었다. 좋은 수비수지만, 작년까지 ‘전문 중견수’는 아니었던 선수다. 그리고 김현수가 빠진 좌익수 자리에 가장 자주 등장한 선수는 김재환이었다. 외야수는 태어나서 처음 맡는 초보다.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민병헌과 김재환 모두 해당 포지션에서 ‘평균 대비 수비 기여’가 마이너스치를 기록했다. ‘뜬공 투수진’을 도와야할 외야의 두 포지션에, 평균 이하의 수비수들이 배치된 거다.

즉 두산은 수비하기 쉽지 않은 홈구장과, 공격력을 극대화하지만 수비력은 약화시키는 선수 구성에도 불구하고, 리그 최고의 팀 수비력을 갖춘 거다.

어떻게 이런 현상이 가능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라고 확신하는 건, ‘백업 선수들의 활약’이다. 위에 언급한 스탯티즈의 ‘평균 대비 수비 기여’를 보면, 두산에서 가장 수비 기여를 많이 한 야수 6명 중 2명이 ‘비주전’이다. 류지혁과 박세혁은 적은 출전시간에도 불구하고, 주전들과 맞먹거나 능가하는 수비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인다. 두산의 두터운 선수층을 실감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예다.
<두산 수비수 ‘평균 대비 수비 기여’>
 
순위 선수 평균 대비 수비 기여
1 김재호 1.695
2 양의지 0.693
3 정수빈 0.601
4 류지혁 0.584
5 오재원 0.467
6 박세혁 0.440
7 박건우 -0.336
8 허경민 -0.347
9 민병헌 -0.399
10 에반스 -0.510
11 오재일 -0.661
12 김재환 -0.826

수비력은 1-2위 싸움에서도 결정적 변수가 된 것으로 보인다. 창단 이후 작년까지 리그 최고였던 NC의 수비력은 올 시즌 많이 약화된 걸로 보인다. DER이 65.6%로 지난해보다 2.2% 감소하며 리그 4위로 내려왔다. 안타 75개를 줄인 두산과 반대로, 74개를 더 허용한 것이다. 수비진의 개입을 뺀 ‘삼진-볼넷-홈런’ 수치로 투수들만의 기량을 재는 FIP (Fielding Independent Pitching : 수비 무관 평균 자책)에서, NC 투수들은 4.79로 4.93의 두산보다 낮았다. 즉 투수진의 능력만 보자면 두산보다 NC가 나았던 걸로 보인다. 하지만 경기당 실점은 NC가 4.92로 두산의 4.68점보다 한참 높았다. 팀 수비력이 이 차이를 만든 것이다. 

다시 스탯티즈의 ‘평균 대비 수비 기여’를 보면, NC의 수비벽이 무너진 곳은 ‘내야 코너’로 보인다. 1루수 테임즈가 -1.132로 리그에서 두 번째로 낮은 수치를 찍었고, 3루수 박석민도 -0.651로 뒤에서 14번째였다. 특히 리그 최고 수준의 땅볼 유도 능력을 가진 1-2펀치 해커와 스튜어트에게, 약해진 내야 수비는 치명적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테임즈와 박석민은 시즌 내내 잔부상을 달고 다녔고, 현재 컨디션 난조로 제대로 출전을 못 하고 있다. 두 선수가 지난해의 수비력을 회복하느냐가, 정규시즌에 이어 포스트시즌에서도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자료 출처 :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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