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칼럼] 한국 ODA의 미래를 보다 ①

“Bula!”

남태평양의 섬나라 피지에 내리자마자 들은 인사입니다. 피지어로 “안녕하세요?“ 또는 ”환영합니다”라는 말입니다. 이 말은 피지에 있는 동안 내내 들었습니다. 공항에서도 호텔에서도 음식점에서도 시장에서도 만나는 사람마다 우리를 보며 경쾌한 목소리로 “불라”라고 외쳤습니다. 차를 타고 지나가면 길가의 사람들이 손을 흔듭니다. 피지 사람들은 아직도 순수하다는 느낌을 줍니다.

피지, 우리에게는 아직도 생소한 나라입니다. 인천 공항에서 피지의 난디 공항까지 10시간 비행을 해야 도착합니다. 시차도 3시간이나 납니다. 그래도 지난 리우 올림픽을 통해 피지는 우리와 조금 더 가까워진 모습입니다. 올림픽 축구 첫 상대가 피지였고, 피지가 7인제 럭비에서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따는 모습을 우리는 안방에서 지켜봤습니다.
요즘 들어 신혼 여행객들을 중심으로 피지 관광객이 늘고 있습니다. 지난 해 한국인 방문자가 약 6,000명, 대한항공이 주 3회 정기 취항하고 있습니다. 이제야 우리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나라로 보이지만 우리와 인연은 의외로 깁니다.

한국인의 피지 이민사가 올해로 꼭 50년이 됩니다. 1966년 우리의 원양어선단이 피지와 서사모아에 거점을 두고 원양어업을 시작했습니다. 선원들의 이주를 중심으로 초기 피지 이민사는 시작됐습니다. 지난 해 현재 교민 1,216명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가수 윤형주씨의 노래 ‘우리들의 이야기’가 피지의 전통 민요인 ‘이싸레이’를 번안한 곡이라는 사실을 알면 피지는 우리에게 더욱 가까운 나라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와 공통점은 또 있습니다. 피지의 나라꽃이 무궁화입니다. 우리 무궁화와는 조금 다르지만 히비스커스라는 무궁화 속의 나무입니다. 

피지의 인구는 91만 명, 면적은 18,333㎢, 경상북도 보다 조금 작은 크기입니다. 333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다고 피지 정부는 소개하고 있습니다. 인구 분포는 크게 피지 원주민과 인도계 주민으로 나눠져 있는 데, 원주민이 56.8%, 인도계가 37.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외교부 자료) 이런 인구 구성이 때로 갈등의 요인이 되기도 해서 2006년 군사 쿠데타가 일어나는 등 4차례 쿠데타가 있었습니다.

2차 산업인 제조업은 찾아보기 어렵고, 1차 산업인 농업에 종사하는 인구가 70%, 2차, 3차 산업 종사자가 30%인 데, 주로 관광 등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주 생산품은 사탕수수와 설탕입니다. 특히 자연환경이 뛰어나 피지 워터는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습니다.

9월 초 코이카 봉사단의 일원으로 피지를 찾았습니다. 코이카 피지 사무소 재개소가 계기가 됐습니다. 재개소라는 표현을 쓴 것은 1995년 이래 두 번째로 코이카 피지 사무소가 문을 열었다는 뜻입니다. 피지 사무소는 95년부터 2000년 까지 운영됐습니다. 그러다가 2000년 당시 군사 쿠데타에 이어 소요와 약탈 등 사회적 정치적 불안이 심각해지면서 이전됐습니다.

당시 코이카는 태평양 지역 거점 사무소를 이웃 솔로몬 제도로 옮겼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해 말 거점 사무소를 다시 피지에 두기로 결정하고 지난 9월 8일 피지 사무소 재개소식을 가졌습니다.
피지 정부도 이번 재개소를 반겼습니다. 재개소식에 정부를 대표해 외교장관이 참석하려 했지만 해외 출장으로 바트나가 비나 쿠마르 보건부 부장관을 대신 참석시켰습니다. 그만큼 코이카의 활동에 대한 피지 정부의 기대가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바트나가 부장관은 “코이카가 피지의 좋은 친구이자 파트너로 여러 분야의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양국 간 개발 협력이 한층 더 강화됐으면 좋겠다”며 다양한 차원의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피지나 솔로몬 제도나 거점 사무소 하나가 변경된 것이 무슨 큰 차이가 있느냐고 볼 수도 있겠지만 남태평양 지역의 지정학적 관점에서 보면 상당한 의미가 있습니다. 남태평양 지역에는 14개 국가가 있습니다. 이 가운데 맹주 역할을 하는 나라가 피지입니다.

이 14개 국가를 각각 보면 육지 면적은 작지만 전체 국가들의 바다 영토가 상상을 초월합니다. 남태평양 국가들의 바다 영토는 미국의 15배, 전 지구 면적의 28%를 차지합니다.(CIA WORLD FACTBOOK) 우리 원양어선들이 참치 잡이를 하는 주 무대가 바로 이 지역입니다.

게다가 최근 이들 국가들은 모두 기후 변화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환경 문제에 관한 발언권도 상당합니다. 이런 가운데 이웃한 호주나 뉴질랜드와는 달리 피지는 다른 나라들에 대한 지원도 잘 해 주는 편이어서 지역에서 맹주로서 인정을 받고 있다고 김성인 주 피지 대사는 설명합니다. 우리의 대외 원조가 지역의 중심 국가에서 시작된다는 것은 그만큼 효과가 더 클 수 있습니다.

<2편에서 계속>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