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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맥주처럼 마신다?…커피에도 '거품 마케팅'

'거품거피'. 낯선 이름입니다.

처음 보면 커피와 거품 색깔까지 딱 '흑맥주'처럼 생겼습니다. 신상품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나 유행에 민감한 분들은 아시겠지만, 올 여름부터 시작된 이 거품커피의 흥행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미국에선 2년 전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우리 커피 전문점들이 올들어 너도나도 미국 거품 커피와 거의 비슷한 거품 커피들을 내놓으면서 커피업계에 때 아닌 '거품마케팅'이 벌어진 겁니다.

맥주라면 모를까, 커피에 거품이 어울릴까요? 그리고 왜 하필 거품일까요?

● '거품 마케팅'…시각과 촉각을 자극한다?

'거품 마케팅'의 맏형 격인 맥주회사를 찾아가 답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최근 코 밑에 맥주 수염 그려가면서 '거품'을 강조한 광고를 내보내고 있는 한 맥주업체를 찾아갔습니다. 그 회사 마케팅실 오성택 부실장은 "맥주를 맛있게 보이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이 거품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눈으로 봤을 때 맛있어 보이기 위해 거품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깨끗한 거품이 있는 것과 거품이 없는 것을 눈으로 봤을 때 어느 것이 맛있어 보이는지 생각해보라고도 했습니다.
거품의 또 다른 역할은 '부드러움'입니다. 다시 말해 촉각에 호소하는 겁니다. 오 부실장은 사람이 느끼는 맛 중에 촉감으로 느끼는 맛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맛을 느끼는 것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촉감에서 느껴지는 맛도 있다고 봅니다. (거품은) 부드러운 촉감으로 시작을 해서 목 넘김까지 부드럽게 연결되는 그런 역할을 합니다"

물론 기능적으로는 거품이 맥주 속에 있는 탄산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에 맥주의 청량감을 오래 유지해줍니다. 맥주 입장에서 거품이 필요한 이유는 분명해 보입니다. 그런데, 커피에도 해당이 될까요?

● 커피에게 '거품'이란…

거품커피가 처음 등장한 건 2년쯤 됐습니다. 첫 거품 커피를 내놓았던 프랜차이즈 업체에 거품 커피 매출을 알아봤습니다. 2년 전에 비해 2~3배 매출이 늘었습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는 않지만, 올해 새로운 거품 커피를 몇 종류 더 내놨다니 반응이 나쁘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이번엔 올해 거품 커피를 처음 내놓은 프랜차이즈 업체에 매출을 물었습니다. "올 여름에만 5만 잔을 팔았다"며 몹시 고무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유행은 유행인가 봅니다.

그렇다면 업체들은 이런 흥행에 있어 거품이 어떤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을까. 올해 신제품 3종류를 내놨다는 첫 번째 업체 담당자에게 물었습니다.

"부드러운 느낌이 제일 많이 들었어요. 약간  맥주 마실 때처럼 처음에 그런 느낌이 나고요. 커피향이 많이 나고요"

두 번째 업체 담당자의 대답 역시 '부드러움'이 포인트였습니다.

"실제로 커피 안에 질소가 들어갔기 때문에 일반 커피보다는 조금 더 부드럽게 드실 수 도 있고, 처음 먹었을 때 거품과 커피가 같이 들어가기 때문에 고객의 안에서 입에서 느껴졌을 때는 조금 더 부드럽게 느끼실 수 있을겁니다"
또 흑맥주와 유사한 느낌을 줘서 '시원함'을 강조하는 것도 거품의 역할이었습니다. 커피프랜차이즈업체의 마케팅팀 직원은 "원래 맥주랑 비슷하게 해서 만들자는 개발 의도는 있었고, 그래서 마시면서 부드럽고 시원하다는 느낌이 함께 들도록 하는 게 마케팅 포인트 중 하나였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거품이 맥주의 탄산을 오래 잡아주는 것처럼, 커피의 맛과 향을 조금 더 잡아주는 효과도 있다고 합니다. 이래저래 거품이 매출 증대의 효자 노릇을 했다는게 업체들의 분석인 셈입니다.

● '질소로 만드는 거품'

만드는 방식은 각 업체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는 질소를 주입해서 만듭니다. 제조업체 담당자는 “콜드브루 원액과 물과 질소 가스가 들어갑니다”라고 간단하게 정리합니다. 커피 위에다가 거품을 얹는 것이 아니라 원액에 질소를 주입해 커피로 거품을 만들어내는 방식인 겁니다. 질소를 그렇게 마셔도 되냐는 우문(愚問)에 "저희가 먹는 휘핑 크림 자체도 질소가 들어가 있습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한 커피프랜차이즈 업체는 '질소커피바'를 운영하고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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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거품을 만드는 방법은 업체마다 다릅니다. 그러다보니 가격도 조금씩 다릅니다. 4천원대부터 6천원대까지 있습니다. "우리는 제조 원가를 줄였다" "우리는 맛에 집중했다"며 각자의 장점을 내세웁니다. "저쪽은 질소 조금 넣고 너무 비싸다" "저쪽은 맛이 별로다"라면서 상대방을 슬쩍 건드리기도 하지만, 어느쪽이 옳은지는 소비자들이 판단할 일입니다.

● 거품 커피는 모두 냉커피…가을?겨울에는?

원래 커피에는 거품이 있다는 분도 있습니다. 실제로 커피전문점에서 커피를 내릴 때 보면 거품 같은 갈색의 엷은 층이 있습니다.
바리스타 신혜진씨는 "압착해서 커피를 추출하다보면 커피 오일 같은 성분이 함유돼 추출됩니다. 거품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거품은 아닙니다"라고 설명합니다.
커피 관련 지식이 많은 분들은 '크레마'라고 하면 대부분 아시는 내용인데, 실제로 이 크림은 15초~30초 정도 유지될 뿐 이내 사라져 버립니다. 그래서 거품 커피들은 질소로 오래가는 거품을 만든 겁니다. 거품이 부드러운 첫 맛을 만들어주고, 커피의 향과 맛을 오래 유지해준다며 각광을 받고 있는 겁니다.

그러나 인기가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입니다. 날은 선선해지고 있는데, 차가운 커피로 만든 거품 커피 제조법을 뜨거운 커피에 적용한 제품은 아직 없기 때문입니다. 업체마다 "개발은 하고 있다"고 하는데, 아직 제품이 출시되지 않았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옷깃을 여미는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면 따뜻한 커피 한 잔 생각이 더 간절해곤 합니다. 질소로 만든 따뜻한 커피 거품이 '카페라떼의 거품'처럼 쌀쌀한 계절에도 인기를 끌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2016.09.17 8뉴스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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