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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현실 모르는 바보들, 양도세는 산 사람이 내는 거야"

분양권 불법 전매 현장 르포 - ②

[취재파일] "현실 모르는 바보들, 양도세는 산 사람이 내는 거야"
모델하우스 근처를 서성이다 다른 중개업자를 만났다. 이번에는 30대 남성이다.

- 부동산이세요?
“(잠시 살피더니) 저는 여기 나온 업자들을 상대하는 사람이에요, 이 안에서. 원래 개인은 상대 안 하는데. 입주하실 거예요? 투자하실 거예요?”

초짜처럼 보였는지 우리를 걱정해 준다. 뜻하지 않게 친절한 설명과 함께. 

- 반반?
“제대로 일이 잘 되는 물건을 사야 돼. 1년 후에 명의변경 하잖아요. 말 많은 거 많아요. (분양권 매도자가 나중에) 돈 내놔라, 뭐 해 달라, 결국에는 (분양권 매수자가) 끌려가요. 그러니까 제가 말씀드리는 거는 정확한 사람을 찾으라는 거예요. 여기 대부분 아는 사람들인데, 이 중에서도 정말 나쁜 사람들도 많아요. (분양권 가격이) 올라가면 다시 빠꾸치라(되돌려 놓으라) 그러고. 내가 돈 줄게 다시 내놔. 그런 사람도 많아”

- 공증 받으면 위험하지 않다고 하던데.
“그게 뭔 소용이에요. 다 사람 대 사람으로 하는 거지. 어디 가서 까발리면 법에 다 걸리는데? (소송 가면 분양권 매수자가) 이기기는 이겨요. 대신에 불이익을 받는 거는 마찬가지에요. 믿는 사람은 공증도 필요 없어”

- 참, 우리가 이거 하게 되면 수수료를 누가 드리면 되요? 사는 사람이 드려요? 파는 사람이에요?
“사는 사람 파는 사람 다 줘야 되는 거죠. (주변에 물어보면) 100만 원 (달라고) 얘기할 거예요. 양쪽에서 100만 원씩 내는 건데... 근처에 부동산(중개업소)이라도 많으면 아싸리 부동산을 끼고 하셔라, 그냥. 부동산 가서 좀 돈을 더 주고라도, 한 100~200(만 원) 더 주더라도 거기 가서 하셔라 하겠는데, 지금 뭐 여기는(이 근처에는) 부동산(=중개업소)도 없어요”

세금, 즉 양도세에 대한 얘기로 화제를 이어갔다.

- 1년 후에 매매한 것처럼 신고할 때(분양권 전매는 1년 이후에 합법이다) 1,500(만 원)에 사고팔았다고 신고하는 건가요?
“그 때 가서, 만약에 1년 후에 시세가 8,000 됐어. 그러면 (예를 들어) 1,500에 사셨잖아요. ‘내가 1,500에 샀으니까 1,500에 신고할래’ 하잖아요. 그러면 매도자가 미친 소리 하냐고 해요. 당신 징역가고 싶냐고, ‘감옥갈래요’ 그래요. 왜냐면 누가 봐도 시세가 8,000인데. 공무원들도 모르는 사람이 아니에요. 적당히는 신고해야지”

- 그럼 어떻게?
“1년 후에 세금 신고하는 사람들 것을 봐요. '몇 동, 몇 호가 얼마 정도 신고됐다.'더라. 그 정도는 같이 신고를 해 줘야 돼요. 여기는 위례나 미사처럼 시끄러운 동네는 아닌데 <그래서 좀 가격을 낮춰 신고해도 단속에 안 걸릴 수도 있다는 뜻이다> 1년 뒤에 50% 가격에만 신고해도 4,000이잖아, 그럼 4,000에 44%를 내주셔야 되는 거예요”
- (분양권을 산) 우리가 저쪽(분양권 매도인) 대신 내준다고요?
“그렇죠. 세금은 매수인 부담이에요. 올랐다면, 내가 이익 본 거면 이익 본만큼 내는 거예요”
<일명 ‘다운계약서’를 쓰면 분양권 매도자의 차익은 서류상 작게 나타난다. 때문에 매도자가 내야 할 양도소득세도 줄어든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신고 되는 비슷한 물건의 시세와 금세 비교 가능하다. 정부가 모니터링만 해도 적발이 비교적 용이하다. 때문에 적발을 피하기 위해 다운계약서를 쓰는 대신 매도자가 내야 할 양도세를 매수자가 대신 낸다는 계약을 한다는 것이다> 

갸우뚱하며 난색을 표하자 상세한 설명이 이어진다.

“만약에 1,500에 사고, 팔았다고 쳐요. 그러면 업자들 끼고 이러면(중개업자에게 주는 수수료 등을 감안하면) 이 사람(분양권 매도자)은 한 1,000만원밖에 못 받았을 거라고. 근데 1,000만원 받은 사람한테 1년 후에 <이런 경우를 가정한 것이리라. 1년 후에 분양권 가격이 5천만 원 이상으로 올랐다. 다운계약서는 걸리기 십상이니까 오른 가격대로 신고했다고 치자. 매도자의 양도차익은 약 4천만 원이라고 가정하자. 이 차익에 대한 세율 44%를 적용한다> 세금 2천만 원 내라고 하면 이 사람이 ‘너 그냥 다시 가져와. 내가 돈 줄게. 그냥 내가 (분양권) 가져갈게’ 이런 소리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세금 낼 때 또 말이 되게 많아요. 어쩔 수가 없어요”

최근 수도권 아파트 분양권 가격이 치솟자, 양도세 대납에 대한 분쟁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가 보다. 자신의 경험을 들려준다.

“저도 어제 헬리오시티 <옛 가락시영 아파트를 재건축한 아파트다>했던 사람(분양권 매도자)이 저한테 2천만 원 달래요. 1억 올랐다고. 그런데 안 줄 수가 없어요. 그럼 이제 매수자분들한테 (계약대로 양도세 부담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민망해요. 그러면(양도세 내라고 하면) 사신 분들은 잠을 못 자요. (저한테) 매일 전화오고. 그런 것들 때문에 조금 괜찮은 사람들한테 사라, 또 업자들도 딱 보고 믿음 가는 사람들 골라라...”

-양도세를 (분양권을) 산 사람이 내는 구조가 이 동네만 그래요? 아니면 다른 곳도 그래요?
“다 그렇죠. 서울 근처는 다 그래요”

꾼들한테 정부 정책이나 단속은 비웃음거리다.

- (정부에서) 공급과잉 어쩌구 이러는데, 우리가 사놓고 떨어지면 어떡해?
“그런 뉴스는 있죠. (그런데) 진짜 걔네들 바보예요, 바보. 현실을 모르고”

- 그래요? 사면 오르는 거 맞아요?
“기정사실이에요, 기정사실. 이제 (경기도 하남시) 미사 끝났잖아요. 다음이 여기에요. 그리고 이런 사람들(자신과 같은 중개업자들)이 있어야 아파트 가격이 올라요. 그럼, (분양권)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좋아해요. 니들이 올려주는구나 하고. (주저하다가) 계속 기다리고 못 사는 사람들이 손해인 거예요, 막말로”

“왜냐하면 여기 사람들 많잖아요. 이렇게 많은 데는 원래 투자가 80%예요. 실수요는 한 20%밖에 안 돼. 다 외부 투자자예요. 지금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도 많고. 대구나 울산에서 오신 분도 많고. 아까 옆에 있던 분 못 봤어요? 그 분이 여섯 개 사 가셨어요. 그런 분들은 그냥 사고 안 파는 거예요. 다 그렇게 하시는 거예요. 그런 사람들은 진짜 선수들이지”
그의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를 받자마자 우리를 떠나 황급히 어디론가 간다. 머뭇거리고 있는데 처음에 만났던 50대 여성이 다시 접근했다. 계약금을 낼 능력이 안 되거나, 낼 의사가 처음부터 없었던 당첨자는 은행 마감시간 전에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상황. 그 쪽도 몸이 달았나 보다. 유혹은 더 강렬해졌다.

- 매물이 많다고 해서 오기는 했는데...
“이제 다 나갔어. 오늘 끝나면 (당첨자들은) 느긋해져서 (분양권) 안 내놔. 마지막 날 이게 찬스지”

- 이거 진짜 공증 받으면 안전한 거예요?
“아이고, (분양권 명의) 옮기는 사람이 포기각서를 써요”

- 그 쪽에서 ‘나는 포기한 적 없고, 내가 도장 찍은 적 없다’고 하면?
“아이, 그럴 것 같으면 어떻게 매매를 해? 지금 말도 못하게 전국적으로 다 거래하고 있는데. 여기는 그럴 사람이 아니야”

- 아니, 아주머니 못 믿는 게 아니라 판 사람이 나 몰라라 이러면?
“그럴 정도면 부동산에서 손도 안 대지. 왜 손 대요?”

- 만약에 나중에 올랐다고 문제 삼으면?
“아유, 그런 것 없다니까. 이리 와 봐요. 요새는 계약서 쓸 때 나중에 더 달라, 어쩌라, 그런 거 하지 말라는 것까지 다 서류상에 집어넣어요. 이거 봐. 내가 적어 놓은 것 보여줄게. 봐봐, 5개씩 막 사. 내가 구리시 업자니까 믿고 해요. 여기는 엄마 같은 사람이니까 걱정말라고”

- 나중에 돈 더 달라고 하면 어떡해요?
“그런 건 없어요. 아까도 얘기했지만 분양카드 주고, 권리확보 서류에다가 도장을 다 찍어. 거기 보면 ‘이 물건에 대해 앞으로 내 권리 행사 하지 않겠다’, 이런저런 기본 서류가 있어요. 그걸 다 해서 줘. 내가 관리를 다 해 줘. 그쪽하고 이쪽하고 마찰이 없도록. 그렇게 다 해 줘요. 걱정 안 해도 돼. 지금 이것(1,500만 원 짜리 분양권 매물)도 3시까지 안 하면 (당첨자 본인이) 계약해서 3,000에 내놓는데요. 그러면 그냥 1년 후에 비싸더라도 그런 것을 사야 돼. 그러니까 이게 싼 거지”

세금 문제를 이 여인에게도 물었다.

- 아까 1,500만 원 말씀하셨잖아요? 그럼 그거에 대한 양도세는 누가 물어요?
“매수. 응, 산 사람이 내는 거야”

- 아, 저희가?
“응. 산 사람이. 여기 위례신도시도 그렇고 택지개발지역에는 다 매수자 부담으로 가요”

- 그럼 그 사람한테는 나중에 돈을 더 주는 거네요?
“세금을 내 주는 거지. 지금 1,500짜리 같으면 나중에 법무사가 600~700 정도로 (신고 가격을) 쓸 거야. 그럼 240만 원 정도? (대신 내 주면 되지)”
<이 중개업자는 지금 붙은 P, 즉 1,500만 원이 1년 뒤에도 유지된다는 걸 가정하고 있다. 1년 뒤에 가격이 더 오른다면, 신고 가격도 더 높아질 것이고, 그 만큼 대신 내야 하는 양도세 금액도 늘어난다>

- 그 때 가서 가격이 더 오르면?
“오르면 그 쪽(매수자)도 오른 걸(차익을) 챙기면 되는 거고”

정부는 ‘8.25 가계 부채 관리방안’ 발표를 계기로 실시한 주택 시장 불법 행위 단속 결과를 발표했다. 국토부 28명과 14개 지자체 146명이 투입됐다. 불법 임시 시설(일명 ‘떴다방’) 40여 개를 철거했고, 중개업소의 공인중개사법 위반 행위(계약서 서명 누락, 고용인 미신고, 확인 설명 미비 등) 12건을 적발했다. 주택 청약을 위해 위장 전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51명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다운계약서 의심 사례 256건도 적발했다.
정부가 열심히 뛸 때 꾼들은 이미 날고 있다. 척 보면 나오는 다운계약서는 이제 안 쓴단다. 이미 양도세를 분양권 매수자가 내 주는 계약이 횡행하고 있다. 물론 이 경우 권리 의무 관계는 한층 복잡해진다. 위의 중개인이 들려준 대로 분쟁의 소지도 많아질 것이다.

양도세 대납은 계약 당사자나 중개인이 스스로 털어놓지 않으면 적발하기 어렵다. 내년 1월에는 실거래가 허위신고에 대한 리니언시(Leniency, 자진신고자 감면 제도)가 시행된다. 정부는 올 하반기 법 개정을 통해 실거래가 허위 신고에 대한 신고 포상금제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물론 이런 제도가 불법적인 다운계약서나 양도세 대납을 어느 정도 억제할지 모른다. 하지만 투기를 할 유인, 불법을 저질러도 적발될 리 없는 환경을 만들어 놓고 신고에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분명하다. 멍석 자체를 걷어내야 할 때다.    

▶ [취재파일] "내가 이 業(업)이 20년째야, 걸릴 일은 없어"
▶ 이번엔 '양도세 대납'…여전한 분양권 불법 거래 (9월 12일 8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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