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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생은 몰라요…좀 더 버텨보세요"

9월 10일은 세계자살예방의 날입니다.

[칼럼] "인생은 몰라요…좀 더 버텨보세요"
구수한 입담으로 야구경기 보는 재미를 배가시켰던 해설가 하일성씨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사람좋은 너털웃음으로 껄껄거리며 70년대 말부터 중계석을 고정으로 지켰던 하일성씨는 스포츠 해설가로는 보기 드물게 유명세를 탔습니다. 텔레비젼의 여러 오락 프로그램에도 출연해서 교사를 하다가 우연히 해설의 길로 들어선 자신은 행운아라며 자신의 직업이 너무나 행복하다고 여러번 이야기했습니다. 지인들과 함께 밤새 술 마시는 것이 최고의 즐거움이라며 두주불사의 호방한 모습을 자랑하기도 했습니다.

그랬던 하일성씨가, 자신의 삶이 행운이었다고 환하게 웃던 그가, 일상의 삶에 휩쓸려 빚으로 고민했으며 심지어 사기등의 불명예스러운 입장을 참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야구 경기를 중계하면서 야구는 9회말 까지 가봐야 결과를 안다는 "야구는 몰라요"라는 말을 유행시키기도 했던 그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잘 아는 야구는 잘 모른다고 하면서 자신의 삶의 다음 단계는 왜 그렇게 빨리 결정을 내렸을까요? 야구인 뿐만 아니라 그의 해설을 들으며 함께 웃고 즐거워 했던 수 많은 사람들은 안타까워 합니다.

지난달 말 세간의 가장 큰  이슈가 된 뉴스는 비자금과 횡령등 여러가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던 롯데그룹의 2인자 이인원 부회장의 자살소식입니다. 이 부회장은 거대 기업으로서는 유별나게 가족경영의 형태를 지닌 롯데 그룹에서 일반 사원으로 입사해 유일하게 부회장의 위치에 까지 이른 인물입니다. 월급쟁이가 그 자리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유능하며 치밀하고 회사에 충성을 다했는 지는 미루어 짐작이 갑니다. 그 부회장이 그가 퇴직 후 쉬려고 했던 곳 근처에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는 유서에서도 여전히 회사오너와 회사를 지키려는 흔적을 남겼습니다.

이번 주 초 경기도 안산의 한 상가 주택가에서 남녀 4명이 함께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20대 여성을 포함한 4명은 경찰이 추정컨데 전혀 모르는 사이라고 합니다. 자살 사이트에서 만나 함께 극단적인 결정을 내렸다고 하는데, 자세한 사정은 알 수 없으나 아마도 다들 힘든 시기를 겪고 있었겠지요. 이렇게 유명인과 일반인 가리지 않고 우리 주변에서 자살 소식은 끊이지 않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은 2014년 기준으로 한해 1만 4천명이나 됩니다. 하루 평균 자살자가 38명이나 되는 셈인데 이는 10만명당 무려 27.3명에 육박합니다.이러한 수치는 2003년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12년 연속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높은 자살률은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1인가구수가 500만을 넘었으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가구형태가 되었다는 소식과 밀접하게 닿아 있습니다. 이웃과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경제난과 외로움 등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우려는 한층 높아졌습니다. 
 
오늘은 <세계자살예방의 날>입니다. 1인가구가 늘고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기 보다는 휴대전화등 SNS를 통한 대화가 일상화가 된 현재 우리사회에서 자살을 개인적인 책임만으로 돌릴 수 만은 없습니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면서 주변을 돌아봐야 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절대절명의 과제가 됐습니다. 생명이라는 단어를 나누어 살펴보면 살라는(生) 하늘의 명령(命)이라고 합니다. 생명은 선택하는 것이 아닙니다.

"인생은 몰라요…좀 더 버텨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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