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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죽은 마오쩌둥이 산 중국인들에게 묻는다

[칼럼] 죽은 마오쩌둥이 산 중국인들에게 묻는다
과거 우리나라 서울의 명동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 베이징 왕푸징 거리는 중국의 급속한 경제발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번화하고 생동감이 넘친다. 중앙의 큰 도로에서 벗어나 골목으로 들어서니 이런 분위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노점상이 보여 호기심이 동했다. 주로 파는 물건이 마오쩌둥의 어록을 담은 책, 그의 초상화, 붉은 별이 달린 모자 등 우리나라로 치면 황학동 벼룩시장 거리에서나 볼 수 있는 소위 골동품들이었다.
마오쩌둥 어록집 등을 파는 노점
노점상 주인에게 중국인들이 아직도 마오쩌둥을 많이 기억하고 존경하고 있느냐고 물으니 당연한 걸 질문한다는 표정이었다. 특파원으로 중국인들을 취재할 때마다 마오쩌둥에 대한 그들의 의견을 물어본 적이 있는데 대다수가 그를 그리워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좀 의아해했던 기억이 있다.

9월 9일은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운 마오쩌둥이 사망한 지 40년이 되는 날이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중국 현지의 마오쩌둥 추모 열기가 크게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 있는 마오쩌둥 기념관에는 전국 각지에서 추모객들이 모여들고 있고 곳곳에서 각종 추모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방부 처리해 마오쩌둥 기념관에 보관된 시신
홍위병을 필두로 하는 문화대혁명 등 고통스런 기억에도 불구하고 마오쩌둥에 대한 중국 인민들의 인기가 식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열기는 젊은 층보다 중장년 층에서 더 강하게 유지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현재의 중국을 G2로 굴기(?起 : 이름을 떨쳐 우뚝 섬) 시킨 건 마오쩌둥이 아니라 덩샤오핑이다.
마오쩌둥 기념관
“검은 고양이 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을 앞세워 중국을 개혁, 개방으로 이끌고 엄청난 경제발전을 성취하는 토대를 마련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당연히 덩샤오핑에 대한 중국인들의 평가는 굉장하다. 그들에게 굶주리지 않고 넉넉한 생활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었으니 당연하다 하겠다. 그러나 그 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어느 국가, 사회든 급속한 경제발전 과정에서 엄청난 부를 축적하는 계층과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계층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 내륙 깊숙한 지방에는 몇 백 위안으로 1년을 근근이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 가 하면 대도시에는 하루에 몇 천 위안 이상을 써도 돈이 넘쳐나는 사람이 생겨났다.
덩샤오핑
기자가 베이징에서 세 들어 살던 중국인 주인은 급변하는 정세에 잘 올라 탔던 덕에 여기 저기에 건물을 많이 소유해 소위 불로소득이 엄청나다. 중국에는 단기간에 우리가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부를 쌓은 사람이 적지 않다.

지니계수라고 사회적 부의 분배를 수치로 나타내는 지표가 있는데 이를 통해서 중국의 상황을 살펴보자. 제먠(界面)닷컴 등 중국 매체들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중국의 소득 지니계수가 개혁, 개방이전에 비해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개방 이전인 1978년 0.317에서 2008년 0.491로 최고로 상승했다가 2015년 0.462를 기록했다. 지니계수가 0에 가까울수록 부의 분배가 잘 되고 있다는 의미고 0.2~0.3은 비교적 양호, 0.3~0.4는 상대적으로 합리적, 0.4 이상은 소득 차가 큰 것을 보여준다.
중국의 빈부격차
중국의 소득수준 하위 20%가 총소득에서 가져가는 비율은 4.7%밖에 되지 않지만 소득 상위 20%가 차지하는 비율은 50%에 이른다. 경제성장에 따른 도시·농촌간, 동서부간 소득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생긴 현상이다.

상당수 중국인들이 과거보다 먹고 살기는 훨씬 나아졌으나 부의 분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다. 경제발전과 비례해 고위 관리를 비롯한 권력자와 부유 계층의 부정, 부패가 극심해진 것도 고질적인 사회문제 중 하나다.

마오쩌둥 때는 덜 먹고 덜 입었어도 서로 비슷한 처지였기 때문에 신뢰와 연대가 있었다고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마오쩌둥이 숨진 지 40년이 된 지금까지 그에 대한 추모와 존경의 열기가 확산되는 걸 보면 마치 죽은 마오쩌둥이 급속한 경제발전으로 상전벽해(桑田碧海)한 중국에 현재 가고 있는 이 길이 과연 올바른 길인 지 묻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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