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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 설립 쉽게 했더니…유령법인 대포통장 범죄 악용 잇따라

대포통장 임대가 조직폭력배에게 새로운 자금원으로 떠오른 것으로 나타나 금융·수사당국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포통장은 이를 개설한 사람과 실제 사용자가 다른 비정상적 통장을 가리킨다.

보이스피싱, 인터넷 도박사이트 등 각종 범죄에 사용해 금융·수사기관이 골머리를 앓았다.

보이스피싱 조직이나 도박사이트 운영자는 주로 한 푼이 아쉬운 구직자, 노숙자 등에게 돈을 주고 이 통장을 사들인 뒤 범죄에 악용해 왔다.

금융당국은 이런 폐단을 줄이기 위해 개인통장 발급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등 규제를 강화했다.

그러나 최근 감시망을 피해 법인 명의로 통장을 만들어 범죄에 악용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지난 6월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유령 회사 명의의 대포통장을 이용해 1조원대 스포츠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조직폭력배 등 50명을 붙잡았다.

도박사이트 운영자는 조직폭력배에게 대포통장 400여개를 개당 100만∼180만원을 주고 빌려서 이용했다.

같은 달 울산지방경찰청이 불법 스포츠도박사이트 운영자, 도박자 등 98명을 검거했을 때도 조직폭력배가 지인 명의로 유령 법인을 세워 대포통장 40여개를 만들어 운영진에게 공급했다.

경기 고양경찰서가 올해 7월 초 검거한 불법 인터넷도박사이트 운영 조직 원 8명도 유령법인 60개를 설립해 통장을 개설한 뒤 범죄에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즉 '유령법인 설립→법인 명의 대포통장 발급→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이용'이 하나의 공식으로 나타난 셈이다.

따라서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법인 설립이나 법인 명의 통장 개설을 까다롭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최근 각종 규제 완화 분위기로 법인 설립이나 법인 통장 개설은 쉬운 편이다.

법인을 만드는 데에 자본금 제한 규정을 폐지함에 따라 비용이 적게 들고 법인 통장 개설도 최대 10개까지 가능하다.

법인 통장은 고액을 거래해도 의심받을 가능성이 작다.

이 때문에 조직폭력배가 법인 설립 단계부터 통장 개설과 판매를 주도하는 경향이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통장 하나를 개설해 판매하면 100만∼200만원을 받을 수 있어 조직폭력배로서는 쉽게 돈을 벌 수 있어서다.

더구나 단순히 통장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매달 돈을 받고 빌려주는 방식을 최근 새로 도입하고 있다는 점에 경찰은 주목한다.

경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5일 검거한 포항 조직폭력배 등 23명은 법인 명의 대포통장 120개를 만들어 인터넷 도박사이트 운영자에게 매달 100만원 가량 받고 빌려줬다.

1회성 판매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직폭력배로서는 선호할 수밖에 없다.

인터넷 도박사이트 운영자도 대포통장 확보가 점차 어려워지고 대포통장 명의자가 분실신고 등을 통해 입금된 도박자금을 가로채는 일이 종종 있어 임대 방식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포항지역 조직폭력배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대포통장 임대로만 벌어들인 돈은 1억3천만원에 이른다.

이승목 경북경찰청 광역수사대장은 "조직폭력배 자금원을 차단하고 새로운 범죄를 막기 위해 유령법인 명의의 대포통장 발생을 억제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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