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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중국의 '축구 굴기'와 'K리그 탐방단'

중국 프로축구 총출동…K리그를 배운다

[취재파일] 중국의 '축구 굴기'와 'K리그 탐방단'
우리나라와 중국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차전은 경기 결과만큼 중국의 대규모 응원단도 큰 화제를 불러 모았습니다. 경기 입장권 예약 판매부터 중국 축구협회가 대한축구협회에 티켓 5만장을 요구했다는 게 알려지면서, 과연 몇 만 명의 중국 서포터스 ‘치우미’가 경기장을 찾을지 관심이 모아졌는데요. 물론 기대만큼은 아니었지만 역대 최다인 1만 명의 중국 축구팬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아 5만여 관중의 열기와 함성 속에서 치열했던 승부가 펼쳐졌습니다.

그리고 이 승부를 지켜본 응원단에는 아주 의미 있는 발걸음을 한 이들이 있었습니다. 중국 축구의 근간인 프로축구, 슈퍼리그의 구단 사장과 단장들입니다. 1부리그부터 3부까지 52개 전 구단 관계자가 동시에 방한한 게 이번이 처음인데요. 총 인원이 116명에 이를 만큼 ‘역대급’ 규모로 한국을 찾았습니다. 처음 열리는 한중전도 아닌데, 이들은 왜 대규모로 한국을 찾은 것일까요. 방한 목적과 의미를 한번 살펴보려고 합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수석
● 축구를 우뚝 세운다

요즘 세계 축구계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중국 축구의 흐름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지난 몇 년간 중국 축구는 외형적으로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습니다. ‘축구광’으로 유명한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축구를 우뚝 세운다는 ‘축구 굴기’ 구호를 내걸자, 중국 내 대기업들이 축구단 인수와 투자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최고 권력에 밑 보이지 않으려는 정치적 셈법이 작용했습니다.

시진핑 주석의 축구 굴기에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곳은 부동산 재벌 헝다 그룹입니다. 헝다 그룹은 광저우 구단을 인수하며 연간 1000억 원이 넘는 돈을 쏟아 부었고, 세계적인 선수들과 명장을 끌어 모으는데 아낌없이 투자했습니다. 그 결과 2013년 중국 클럽으로는 최초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2015년 두 번째 영예를 차지하며  아시아 최고의 신흥 명문 구단으로 입지를 다졌습니다.

어떤 이유로 축구단 투자를 시작했든지간에, 헝다 그룹은 부와 명예, 그리고 권력까지 손에 쥐게 됐습니다. 2016년 포브스의 발표에 따르면 광저우 헝다 구단의 가치는 2억 8200만 달러, 우리 돈 3144억 원입니다. 6년 전 헝다 그룹은 180여억 원에 광저우 구단을 인수했습니다. 또 헝다 그룹의 쉬자인 회장은 전국인민대표회의 상공위원으로 발탁돼 정치적 기반까지 다지게 됐습니다.

헝다 그룹의 성공으로, 중국 굴지의 기업들이 앞 다투어 프로 축구단을 인수하거나 투자 금액을 늘리게 되면서 슈퍼리그는 이적시장이 열릴 때마다 유럽 빅리그 못지 않게 큰 주목을 받게 됐습니다. 당장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도 상하이 상강이 브라질의 공격수 헐크를 영입하는데 700억 원을 쓰며 아시아역대 최고 이적료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또 산둥 루넝은 이탈리아 현역 국가대표 공격수 펠레를 영입하며 연봉 200억 원을 보장했습니다. 전세계 축구 선수 연봉 5위로 바르셀로나의 수아레스보다 많습니다.
● 갈 길 먼 중국 축구대표팀

현재 슈퍼리그에서 연간 1000억원 이상의 예산을 쓰는 구단은 광저우 헝다, 광저우 부리, 상하이 상강 등 7팀에 이릅니다. 1부리그 16개 팀 평균 예산도 700억 원 수준입니다. K리그의 3배 이상 됩니다. K리그보다 엄청 쓰는데 국제대회 성적은 늘 한국에 뒤처졌습니다.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1차전에서 3대 2로 패한 것을 비롯해 한국전 역대 전적은 1승 12무 18패로 절대 열세입니다. 중국 대표팀은 브라질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하며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3회 연속 지구촌 축구 축제에 초대받지 못했습니다.

중국은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티켓도 천신만고 끝에 겨우 따냈습니다. 2차 예선에서 약체 홍콩과 두 차례 모두 득점 없이 비기는 ‘홍콩 쇼크’ 속에 탈락 위기에 몰렸는데, 최종전에서 북한이 필리핀에 패하는 천운이 따라 꼴찌로 최종예선에 진출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와 최종예선 1차전에서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며 이전보다는 조금 더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16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나서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말고도 이란과 우즈베키스탄 등 넘어야 할 벽이 많습니다.
● K리그 탐방단의 시선

미국, 러시아와 세계 스포츠 3대 강국으로 꼽히는 중국이 축구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건 참 자존심이 많이 상하는 일일 겁니다. 대책이 필요하겠죠. 중국의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시진핑 주석의 축구 굴기에 발맞춰 지난해 4월 축구 중장기 발전 계획을 세웠고, 2020년까지 축구 선수 5000만 명 육성하고, 이들을 통해 2030년까지 아시아축구제패, 2050년까지 세계를 제패한다는 장기적인 계획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즉, 미래를 바라보며 중국 축구의 꿈나무들에게 시선을 돌리기 시작한 겁니다. 중국 슈퍼리그 52개 구단 사장과 단장으로 이뤄진 116명의 탐방단의 방한 목적도 이와 궤를 같이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한중전 관저에 앞서 K리그 팀을 먼저 찾았습니다. 슈퍼리그 사장과 단장을 태운 버스는 서울에서 3시간을 달려 전북 완주 봉동의 전북 현대 클럽하우스에 당도했습니다.  이미 10여년 전부터 유소년 축구 육성과 체계적인 선수 관리의 노하우를 쌓은 K리그에서 선진시스템을 배워가겠다는 의지가 담긴 발걸음이었습니다.

슈퍼리그 구단의 클럽하우스보다 크기는 작지만, 이 속에 갖춰진 수중 치료기 등 다양한 재활 시스템을 꼼꼼하게 살피더군요. 그리고 전북의 유소년팀 훈련을 관전하며 남다른 관심을 보였습니다. 중국 프로축구단의 유소년 육성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며 부족함을 솔직히 인정하는 모습 역시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음은 중국 슈퍼리그에서 ‘차이나 머니 열풍’을 이끌고 있는 구단 사장들의 ‘견학’ 소감입니다.
리이멍/광저우 헝다 사장

“광저우 헝다는 축구 투자에 중장기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많은 자금으로 투자 선수와 감독을 영입 하지만 팀 체계가 잡히면 팀 운영에 좀더 신경 쓸 계획입니다. 중국 축구는 유소년 축구에 대한 시스템이 아직 갖춰지지 않았고 축구 인프라도 부족합니다. 확실히 전북의 클럽하우스에는 선수들이 회복하고 치료할 수 있는 시설들이 많군요."

장빈/광저우 부리 사장

“중국 프로축구 구단들은 요즘 인프라나 유소년 육성에 대한 부족함을 인식하고 전문가들을 초청해서 배우고 있는 단계입니다. 광저우 부리 뿐만 아니라 슈퍼리그 구단들이 이 부분에 모두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몇 년 안에 중국 축구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차이나 머니’를 앞세운 중국 프로축구단은 최근 5년간 혁신적인 몸집 불리기로 전 세계 축구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내실을 다져 미래를 준비하겠다고 했습니다. 축구를 우뚝 세운다는 ‘축구 굴기’로 새 시대를 맞이한 중국 축구가 또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 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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