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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플러스] 불태워진 유니폼…풋볼 선수 향한 엇갈린 시선

미국에서 프로 풋볼팀의 쿼터백 포지션은 인기도 많고 몸값도 비싸고 미식축구를 하는 모든 학생들의 꿈입니다. 그런데 요즘 풋볼 팬들이 어느 한 선수의 유니폼을 불에 태우는 장면을 잇따라 SNS에 올리고 있습니다.

등 번호 7번 샌프란시스코 포티 나이너스의 쿼터백 콜린 캐퍼닉 선수를 겨냥해 공개적인 공격을 하고 있는 겁니다. 무슨 이유로 이 선수가 이렇게 수난을 당하고 있는 걸까요? 김우식 특파원이 취재파일을 통해 전했습니다.

일주일 전 콜린 캐퍼닉은 정규 시즌 개막에 앞서 시범 경기에 참가했습니다. 식전 행사로 당연히 국가가 연주됐겠죠.

그런데 양 팀 선수들은 물론 코치와 심판까지 모두 기립한 가운데 캐퍼닉 선수는 끝까지 맨 뒤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었습니다.

유색인종을 억압하는 나라의 국기를 향해 자부심을 표현하려고 일어서고 싶지는 않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습니다.

그는 최근 이어진 흑인에 대한 경찰의 무자비한 폭력을 규탄하며 이 같은 폭력의 피해자들은 목소리를 높일 힘과 변화를 이끌 영향력이 없기 때문에 자신이 그들을 대신해 행동했다고 밝혔습니다.

이게 풋볼보다 더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하며 말이죠. 구단 측과 사전에 상의하지 않은 돌발 행동이긴 했지만, 구단도 그를 지지했습니다.

국가 연주라는 특별한 의식에 참여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건 개인의 권리라며 말입니다. 감독도 선수에게 뭐라 하라 말라 할 권리가 없다며 캐퍼닉의 편을 들었습니다.

NFL 측도 역시 국가에 예의를 나타내는 것은 권장되기는 하지만 의무는 아니라며 그의 행위가 징계 대상은 아니라는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상에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졌습니다. 알리의 신념은 칭송하면서 캐퍼닉의 선택은 불명예스럽다고 욕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애국심이 모자란, 프로답지 못한 처신이었다는 의견도 많았던 겁니다.

논란은 정치권으로도 확산해 특히 트럼프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그가 끔찍한 짓을 했다며 다른 나라를 찾아보라고까지 대놓고 비난했습니다.

그렇지만 백악관은 캐퍼닉에게 동의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가 원하는 환경에서 자신의 생각을 밝힐 수 있는 권리를 미국 정부는 인정하고 보호한다는 성명을 냈고, 전설적인 프로 농구 스타 압둘 자바나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 같은 흑인 유명인사들은 캐퍼닉을 애국자라고 칭찬하는 등 그에게 지지 의사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캐퍼닉은 이를 계기로 인종 차별 문제가 한 번 더 조명되는 것은 잘된 일이라며, 앞으로도 계속 저항의 의미로 국가가 연주될 때 기립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콜린 캐퍼닉/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 쿼터백 : 계속해서 억압받는 사람들 편에 설 겁니다. 저에게 이건 꼭 바뀌어야 하는 문제입니다. 언젠가 바뀌었을 때, 우리 국기와 우리나라가 원래의 가치관과 사람을 대변한다고 느껴질 때쯤 자리에서 일어나겠습니다.]

캐퍼닉 선수는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뒤 백인 가정에 입양돼 자랐다고 합니다.

요즘 SNS상에서 번지고 있는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는 운동을 응원하며 꾸준히 미국 내 인종 차별을 비판해 왔다는데, 그가 내세운 명분에 대해서는 이의 제기가 없지만, 이를 실천하는 수단이 과연 최선인가를 두고 찬반이 뜨겁습니다.

▶ [월드리포트] 국가 연주때 기립 안한 쿼터백…"다른 나라에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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