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적 0.77㎢에 해안선 둘레가 4km 정도로 조그맣다. 금강이 실어다 바다에 뿌려놓는 흙과 모래를 유부도는 온 몸으로 받아 거느려 지금의 모양을 이뤘다. 썰물 때면 섬 주변으로 드넓은 갯벌이 드러난다. 지자체와 개발업자들이 메워서 땅 만들자고 앞장섰다.
전북 서해안 새만금 방조제 건설로 갯벌 생태계가 파괴된 마당에 북쪽으로 인접한 서천 지역 갯벌까지 훼손된다는 건 아무래도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자가 설 자리는 현장, 2006년 2월에 실태를 확인하러 나섰다. 바다 메워 만든 군산 산단은 한겨울 삭풍에 회색 흙먼지만 날렸다.
갯벌에서 신나게 조개 캐던 아낙네들은 쓰레기 매립장에서 페트병 깡통을 골라냈다. 팔 벌려 갯내음 호흡하던 시절은 영영 끝나고 먼지와 악취를 참아야 하루 일당을 손에 쥐는 신세가 됐다. 개발 찬성파 주장처럼 장항 갯벌은 썩었을까? 어촌계 주민들은 겨울철에도 조개잡이로 쏠쏠하게 수입을 올리고 있었다.
‘바다가, 갯벌이 저금통장’이라는 말은 어디서나 들을 수 있었다. SBS뉴스와 ‘물은 생명이다’ 프로그램은 사실을 전했다.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2006년 10월 갈등의 땅 서천을 방문해서 갯벌을 직접 삽으로 파서 살펴보기까지 했다.
자연을 파괴하는 개발 대신 자연 환경을 보전하며 지역이 발전할 수 있는 대안으로 당시 정부가 제시한 것이 바로 지금 서천에 들어선 국립생태원과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이다. 서천군도 회색 개발 깃발을 던지고 초록빛 생명의 기를 들어올렸다. 유부도를 중심으로 서천갯벌 습지보호지역과 람사르 습지 지정도 이뤄졌다.
‘군장산업단지’의 일부로 자취를 감출 뻔했던 유부도엔 지금 갈수록 생명의 기운이 넘쳐난다.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 ‘검은머리물떼새’의 국내 최대 서식지로 자리잡았다.
한때 소금을 생산하던 염전 자리는 사람이 떠나자 자연의 습지로 돌아가는 중이다. 갯잔디, 갈대, 해홍나물, 칠면초, 나문재, 갯질경 같은 식물이 펄밭을 채워간다. 거뭇한 펄 바닥에 하얀 조개껍데기 조각 같은 것이 널리 고르게 흩어져 있다.
쌍안경으로 살펴보니 엄지손가락만한 작은 게가 하얀 집게발을 주먹처럼 위 아래로 흔드는 모습이 들어온다. 예사 게가 아니라 멸종위기2급으로 지정해 보호대상인 ‘흰발농게’란다. 아직 바깥으로 알려지지 않은 국내 최대 규모 서식지로 보인다고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연구기반구축본부장 한동욱 박사는 의미를 붙인다.
이런 사실을 모르면 누구라도 밟으며 지나가 서식지를 훼손하거나, 개발 행위로 돌이킬 수 없게 파괴할 수도 있다. 계절별 유부도 생태 조사의 성과로서 기억할 부분이다.
앞으로 3년 뒤 오는 2019년 제43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총회에서 세계유산에 등재되도록 추진 중이다. 폐염전 터에 바닷물이 드나들도록 하고 물새 쉼터를 꾸며서 밀물 때 갯벌이 잠기더라도 새들이 앉을 곳을 찾아 에너지를 잃어가며 멀리 헤매지 않도록 해주겠다는 것이다.
서천과 유부도에 모여드는 다양한 야생 조류를 관찰하는 국제 탐조대회를 오는 2023년에 열 계획도 갖고 있다. 서천군 문화관광과 홍지용 생태관광팀장은 자신도 한때 생태 가치를 잘 모르고 장항개벌 매립 개발에 찬성했지만, 지금은 고향의 자연이 아름답고 생태가 우수하다는 데 긍지를 갖고 지키는 데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인간이 자연을 지켜주면 반드시 보답을 받는다. ‘생태보물섬’ 유부도에서 충남 서천군민들은 어떤 보물을 얻게 될 것인가, 상상하고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롭고 유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