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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플러스] '축제' 대신 '재난' 현장이 된 이탈리아 아마트리체

이번엔 이 포스터를 한번 보시죠. 8월 27일과 28일, 토요일과 일요일에 이탈리아 아마트리체에서 열리는 스파게티 축제라고 쓰여 있습니다.

아마트리치아나 스파게티라고 이 지역에서 처음 만들어진 파스타 요리를 함께 먹고 즐기는 재미난 행사였습니다. 그런데 올해로 50번째를 맞이할 예정이었던 이 전통적인 축제는 결국 열리지 못했습니다.

축제일로부터 사흘 전 규모 6.2에 달하는 지진이 온 마을을 통째로 집어삼켰기 때문입니다. 배재학 특파원이 그 현장을 다녀와 취재파일을 남겼습니다.

[레티지아 벨라바바/사회복지사 : 20초 만에 사람들의 삶이 바뀌었어요. 미래를 잃어버렸다는 생각과 함께 모두가 혼란에 빠졌어요.]

처음엔 피해 정도가 가늠이 안 됐습니다. 다수가 사망했다는 속보는 떴지만, 최초 기사만 해도 사망자가 최소 20명 수준으로만 보도됐기 때문에 파리에 있던 배 기자는 이탈리아로 출장을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바로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희생자 숫자는 급속도로 늘어갔고 외신을 통해 현지 영상도 들어오면서 심상치 않은 사태임을 알게 됐습니다. 곧바로 로마행 비행기를 타고 공항에서 내려 중부 지역으로 달려갔습니다.

날은 어두워졌지만, 내비게이션을 따라가자 꼬불꼬불 한없이 이어진 좁은 산길엔 경찰차와 앰뷸런스 등 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깊은 산 속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지점에 선가부터 구호 차량 외 모든 차량의 출입이 통제됐습니다. 할 수 없이 잠시 외곽을 취재한 뒤 70km 정도 떨어진 숙소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대신 다음 날 새벽 일찍 길을 나섰습니다.

통제 지점에 차를 세우고 30분쯤 걷자 드디어 현장에 도착했는데,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중장비들은 뿌연 먼지를 내며 잔해를 걷어내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었고 군인과 민간 구조대 등이 구슬땀을 흘리며 드나들었습니다.

멀쩡하게 남은 건물이 거의 없어서 이곳이 지난해 이탈리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옛 도시 중 한 곳으로 선정된 아마트리체라는 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또 그다음 날은 아마트리체에 이어 두 번째로 피해가 컸던 페스카라 델 트론토를 찾았는데, 이곳 역시 마치 집중 폭격을 당한 것처럼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평온하던 산골 마을 전체가 형체도 알 수 없게 무너져 내려 새벽녘에 갑자기 닥친 지진의 위력이 얼마나 강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더 무서운 건 본진 이후 닷새 동안 무려 1천3백여 차례나 여진이 뒤따랐다는 겁니다. 취재진도 숙소에서 침대가 흔들리는 걸 느꼈을 정도인데, 구조 작업이 때때로 전면 중단되기도 했고 1천5백여 명의 이재민들도 불안에 떨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번 지진으로 진앙에서 15km 떨어진 아마트리체 지역에서는 230명의 희생자가 나온 반면 불과 10km밖에 안 떨어진 노르차 지역에선 인명 피해가 없었다고 합니다. 노르차 지역은 과거 2009년 지진을 교훈 삼아 내진 설계 등의 지진 대책을 강화해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월드리포트] '마을이 통째로 사라졌다'…이탈리아 지진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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