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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단독] 평창올림픽 개회식 연출가 전격 사퇴

권종오 기자 kjo@sbs.co.kr

작성 2016.08.30 07:38 조회 재생수41,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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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단독] 평창올림픽 개회식 연출가 전격 사퇴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1년 5개월 앞두고 개회식과 폐회식 연출가인 정구호 씨가 전격 사퇴를 선언해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정구호 씨의 사퇴 배경에는 송승환 총감독과의 불협화음이 가장 큰 요인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에 따라 전 세계에 대한민국과 강원도 평창을 알릴 개회식과 폐회식이 성공적으로 치러질지 큰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평창 조직위의 내막을 잘 아는 고위 관계자 A씨가 SBS와의 전화 통화에서 밝힌 전말은 이렇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2015년 7월 ‘난타 공연’ 기획자이자 TV 탤런트로 잘 알려진 송승환 씨를 총감독으로 선임했다. 그런데 그는 국제대회나 대규모 공연을 실제로 연출해본 경험이 부족했다. 그래서 문화체육관광부가 유명 패션 디자이너 출신인 정구호 휠라코리아 부사장을 개회식과 폐회식 연출가로 추천했다. 정구호 씨가 국립무용단의 공연인 ‘향연’을 통해 탁월한 연출 실력을 과시했기 때문이다. 이후 송승환 총감독의 기획안을 문체부가 탐탁치 않게 생각한 반면 정구호 씨의 기획안은 큰 호평을 받았다. 결국 조율한 끝에 정구호 씨의 안이 80%, 송승환 씨의 아이디어가 20% 정도 채택됐다. 개회식 공연은 총 10가지로 결정됐는데 이 가운데 8가지가 정구호 씨의 아이디어인 것이다.”

송승환 총감독과 정구호 연출가는 완성된 시나리오를 들고 이달 초 청와대를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재가까지 받았습니다. 문제는 그 직후에 터졌습니다. 정구호 씨는 평창 조직위에 정식 계약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조직위는 정구호 씨가 여러 가지로 하는 일이 많아 개회식과 폐회식 연출을 책임지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계약을 미뤘다고 합니다. 정구호 씨를 제외한 다른 예술 감독들과는 모두 계약을 맺었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정구호 씨처럼 다른 일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정구호 씨는 7개월간 조직위로부터 한 푼도 받지 않고 자기 돈을 써가며 무료봉사를 했다는 것입니다.

고위 관계자 A씨는 “정구호 씨는 평창 조직위가 유독 자신에게만 불공평하게 대하는 배경에 송승환 총감독이 있다고 믿고 있다”면서 두 사람의 갈등 원인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송승환 총감독이 원래 1년 반 전에 정구호 씨를 미술감독으로 쓰려고 했는데 정구호 씨가 거부해 무산됐다. 그런데 문체부의 추천으로 연출가가 되면서 주도권 싸움, 쉽게 말해 ‘파워 게임’이 생긴 것이다. 개-폐회식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콘셉트가 기본적으로 다른 것도 마찰의 요인이 됐다. 송승환 씨는 초등학생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개-폐회식을 구상한 반면, 정구호 씨는 한국의 전통과 문화의 장점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최근 정구호 씨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쓰지 말고, 연출진 명단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고 공식 요청했습니다. 송승환 총감독이 지휘하는 개-폐회식에 자신의 이름을 넣고 싶지 않다는 뜻이었습니다. 하지만 물리적인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기획안을 이제 와서 바꾸기는 쉽지 않습니다. 평창 조직위는 이미 확정된 개-폐회식 구성안을 바탕으로 공연 대행사 선정에 나섰습니다.
 
이와 관련해 송승환 총감독은 “이미 구성안이 나왔고 공연 대행사 선정을 위한 입찰에 들어간다. 9월 21일에 대행사들이 구체적인 디테일을 갖고 나와 프레젠테이션을 할 것이다. 가장 뛰어난 디테일을 갖고 나온 대행사를 하나 선정할 것이다. 평창 조직위 감독단이 마련한 구성안과 대행사가 준비한 디테일한 연출안을 조율해 최종 시나리오를 내년 2월말까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보고할 것이다. 평창올림픽 개회식과 폐회식에서는 동양의 미를 최대한 보여주겠다. 2020년에 도쿄 하계올림픽, 2022년에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점을 고려해 일본, 중국과는 차별화된 한국의 아름다움을 글로벌하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연출할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송승환 총감독은 정구호 씨와의 갈등에 대해 “특별한 건 없다. 조직위에서 정구호 씨와 함께 일해 왔는데 그가 물러나겠다는 말은 아직 들은 적이 없다. 갈등 요인이 없었고 갈등설이 왜 나오는지는 나도 모르겠다”고 완전히 부인했습니다.

정구호 씨의 사퇴는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틀림없습니다. 원래 기획안을 주도했던 당사자가 대행사와 함께 실제 공연을 추진하고 지휘해야 자신의 아이디어를 100% 실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리우올림픽 개회식과 폐회식은 아주 적은 예산으로도 세계인을 감동시켰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예산은 1,000억 원이 넘지만 내부 분열로 인해 성공적인 연출을 장담할 수 없는 위기에 놓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