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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1천만 원으로 임대 수입?"…부동산 펀드 열풍

부동산 가격 떨어지면 '원금 손실' 우려…'묻지마 투자' 위험

[취재파일] "1천만 원으로 임대 수입?"…부동산 펀드 열풍
은행의 예금과 적금 금리가 1% 수준입니다. 세금과 물가 상승을 감안하면 사실상 '제로 금리 시대'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부동산만 '나홀로 호황'이지만 평범한 사람들에겐 남 얘기일 뿐입니다. 가계 부채 대책에도 불구하고 식을 줄 모르는 부동산 호황을 노리고 빌딩 사서 월세 받고 임대료도 받고 싶다는 욕망은 가질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그럴 목돈이 없죠.

그래서 "적은 돈으로 부동산 임대 수익을 간접 투자로 올려보겠다"면서 부동산 펀드에 뛰어드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유행에 민감한 증권사들도 "이때다" 싶어 국내외 사무실, 호텔, 쇼핑 센터 등에 투자하는 부동산 간접 투자 상품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부동산 펀드도 엄연한 펀드"라면서 "아무리 부동산이 활황이라도 부동산 펀드는 원금 날릴 수 있으니 꼼꼼히 따져라"라고 경고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펀드는 올해  한 달에 1조 원 꼴로 늘었습니다. 올 해에만 7조 원이 늘어 설정액이 41조 원까지 늘었습니다.
이 상품으로 돈 벌 수 있을까요? 먼저 큰 부자들 혹은 기관 투자자들에게나 문호를 개방하던 부동산 펀드가 왜 일반 투자자들에게 눈을 돌렸는 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 부동산 투자, 연 5% 수익…"예전엔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어느 연예인이 이태원에 어떤 빌딩을 사고, 어떤 부자가 서래 마을에 어떤 건물을 사서 임대료를 얼마 받더라는 식의 얘기들이 일반인들을 솔깃하게 만들곤 합니다. 빌딩 한 채 사면 연 수익률이 10% 가 넘는다는 얘기도 돌았습니다.

강남 부자들을 상대하는 각 은행의 PB들에게 "요즘 부자들은 어떤 상품 가입해요?"라고 물으면 공통적으로 들을 수 있는 말이 있습니다. "금융 상품은 그냥 물가상승률 맞춰서 현 수준 유지하는 정도로 생각하고, 실제로 재산 증식은 자신들의 직업에서 버는 돈과 부동산 투자로 이뤄진다"는 얘기입니다. 주식, 채권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짜는 건, 모두 물가상승률 정도만 벌어 재산이 마이너스가 되지 않기 위한 것이고, 부를 늘리는 건 사업소득이나 월급, 혹은 부동산 투자 이익금이라는 겁니다. 서울 역삼동에 있는 한 PB 센터장은 "목 좋은 30억~50억 원 빌딩은 (수요가 많아) 여전히 구하기 힘들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좀 더 규모가 큰 수백 억 원, 수천 억 원 짜리 부동산 투자는 주로 '사모 펀드'로 이뤄집니다.  증권사 사모펀드 담당자들에 따르면, 사모 펀드는 49인 이하이기 때문에 큰 돈을 낼 수 있는 기관 투자자들이나 큰 손들이 주로 참여합니다. 이들이 큰 돈을 투자했다고 해서 10%가 넘는 높은 수익을 노리는 건 아닙니다. 장기적으로 5~8% 정도의 수익을 기대한다고 합니다. 국내 부동산은 3~5%, 해외 부동산은 6~8% 정도가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부동산 펀드가 최근 일반인들에게 문호를 개방하기 시작했습니다. 미래에셋대우의 김경식 파트장은 "최근 제로 금리에 가까운 상황이 되니까 일반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지 예전에 다른 곳에서 5~6% 쉽게 벌 수 있을 때에는 부동산 펀드가 일반인에게 인기가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공모를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 "1시간에 300억 원 완판"…부동산 펀드 전성시대?

최근 한국투자증권에서 모집한 한 부동산 펀드는 모집 1시간 만에 300억 원을 다 팔아 치웠습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부동산 투자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는 상징처럼 언급되고 있습니다. 

특히 큰 손보다는 3천만 원 이하를 투자한 개미 투자자들의 비중이 더 많았다는 사실에 업계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3천만 원 이하 투자자가 전체 투자자의 66%를 차지했다는 건 '부동산 공모 펀드'를 내놓으려는 증권사들에게 고무적인 일로 평가 받았습니다. "일반인들의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크구나"라는 확신을 줬기 때문입니다.

취재진이 만난 한 투자자는 "건물을 살 정도의 여력은 없으니까 우선은 몇 천만 원의 소액으로도 (부동산 투자가) 가능한 펀드에 투자하게 됐다"고 투자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30대 직장인인 그녀는 1천만 원을 투자했습니다.

이 부동산 펀드의 공모 성공은 금융투자업계에 자극이 됐습니다. 사모 펀드를 중심으로 국내외 부동산 투자에 집중해온 미래에셋은 9월 중에 미국 부동산에 투자하는 3천억 원짜리 펀드를 공모하기로 하고 금융감독원의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일반인들에게 돈을 모아 미국 부동산을 사겠다는 건데, 금감원 심사를 통과할 경우 공모 펀드로는 가장 큰 규모가 될 전망입니다.

● 호텔 숙박비, 사무실 임대료를 받는다

1시간 만에 매진됐던 부동산 펀드는 서울 명동에 있는 호텔에 투자했습니다. 600억 원을 투자해서 호텔을 인수했습니다. 주로 외국인들이 이용합니다. 이 호텔 판촉팀 이지섭 팀장은 "명동에 가깝다보니까 쇼핑을 위해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로비에서는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국적의 손님들을 만나 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올린 수입이 바로 부동산 펀드 투자자들에게 돌아가는 겁니다. 예상 수익률을 연 5.5%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펀드'는 현행법상 '수익'을 '보장'해서는 절대 안됩니다. 언제든 손해볼 수 있는데 마치 보장해주는 것처럼 쓰면 바로 처벌을 받습니다. 그래서 예상 수익률이라는 수준의 표현을 쓰고 있는 겁니다. 결국 투자자들의 돈을 모아 이 호텔을 사고, 그 수입을 수익률 5% 정도로 나눠 주겠다는 펀드인 셈입니다.
▶ 돈 몰리는 부동산 펀드…원금 손실 조심하세요

이 상품을 판매한 한국투자증권 문성필 상품전략본부장은 "호텔이 방을 빌려줘서 생기는 임대 수입을 다 합산해 배당한다"라면서 "지분 투자자들이 그 몫에 따라 배당을 받는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 인기? 유행? … 부동산 가격 떨어지면 원금도 날린다

엄청난 인기인 건 틀림없습니다. 부동산 호황은 정부의 가계 부채 대책에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부동산 간접 투자인 부동산 펀드 역시 크게 다르진 않겠죠.

하지만 몇 가지 주의해야할 점이 있습니다. 일단, 부동산 펀드는 말 그대로 펀드입니다. 원금을 절대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매 분기마다 꾸준히 배당금이 나오는데..."라고 안심해선 안됩니다.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 나중에 펀드가 만기가 돼서 팔고 나올 때 손해를 보게 되는 경우가 있고, 그럴 경우에는 그때까지 받은 배당금을 합쳐도 큰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래에셋대우의 김경식 파트장은 "배당 수익의 높고 낮음도 중요하지만, 오히려 만기 때 원금 손실이 될 수 있다는 부분들도 반드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혹 "부동산 경기 나빠지면 그때 급하게 팔지"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부동산 펀드가 쉽게 매매가 안됩니다. 환매 제한도 있습니다. 가끔 한국거래소에 상장을 해서 팔 수 있는 펀드도 있지만, 수요도 많지 않고, 가격도 큰 손해를 보고 팔아야 하기 때문에 부동산 펀드는 사실상 5년이면 5년, 7년이면 7년, 10년이면 10년, 돈을 묶어 놔야 한다고 봐야 합니다. 결국 중장기 부동산 전망이나 투자 물건의 입지 등을 꼼꼼히 살피지 않았다간 자칫 낭패를 볼 수도 있는 만큼 '묻지마 투자'는 피하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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