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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누군가 날 보고 있다"…CCTV 공화국의 명암

[리포트+] "누군가 날 보고 있다"…CCTV 공화국의 명암
범인이 도주 중인 긴박한 상황.

드라마와 영화 속 주인공은 상황실로 뛰어갑니다.

건물 내부를 샅샅이 보여주는 CCTV 화면들.

그중 3층 사무실 안에 범인의 모습이 잡힙니다.

주인공은 범인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날렵한 움직임으로 범인을 제압합니다.
평소 출근 시간보다 늦게 도착한 건물 앞.

3층 사무실 안에 들어서자마자 눈치를 보게 됩니다.

며칠 전부터 사장님의 감시가 삼엄해졌기 때문입니다.

지켜보고 있었다는 듯, 자리에 앉자마자 울리는 전화벨. 

CCTV를 지켜보던 사장님의 목소리는 분노로 가득합니다.

범인이 잡힌 순간이 통쾌하게 느껴지시나요?

아니면 감시받는 일상이 답답하게 느껴지시나요?

CCTV가 일상 구석구석에 스며든 상황에서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CCTV의 두 얼굴, 양면성입니다.

● 방방곡곡 CCTV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2015 정보화통계집’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CCTV 설치 대수는 795만 6천여 대로 추정됩니다. 설치된 사업체가 120만여 개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사업체 1곳당 평균 6.6대를 운영 중인 것이죠. 국내에 설치된 CCTV는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으로 나뉩니다.

행정자치부는 국가나 지자체 등의 공공기관에서 범죄예방과 교통단속 등을 목적으로 설치한 공공부문 CCTV가 2015년 12월 기준 74만대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5년 새 2배 이상 증가한 결과죠. 범죄 수사나 교통사고 증거 확보에 CCTV 자료가 자주 쓰이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CCTV가 설치된 초기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백화점이나 대형상점, 공장 등을 관리·감독하기 위해 설치됐습니다. 최근에는 범죄 예방을 목적으로 아파트와 길거리, 공공장소 등에서도 자주 볼 수 있죠. 교통정보 수집, 교통법규 위반 차량 단속, 산불감시까지 CCTV의 활용 분야는 확대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동하는 CCTV’도 생겼습니다. 지난 6월 경찰청은 택배차 택배 회사와 ‘민관 협업적 치안 활동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습니다.

택배차는 지정된 지역을 방문해 고객의 상품을 배송하기 때문에 해당 지역에서 범죄가 발생하면 택배차의 블랙박스가 증거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경찰이나 검찰 등의 수사기관이 수사 목적으로 협조를 요청하면, 블랙박스 영상은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수사기관에 제공됩니다.

● CCTV 나도 설치할 수 있어요?

CCTV를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다양한 업체들의 홍보 글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정용 CCTV가 필요한 이유까지 나열하며, CCTV 설치의 유용한 점을 소개하죠. CCTV는 누구나 원하는 장소에 설치할 수 있는 걸까요?

‘민간분야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운영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CCTV를 설치할 수 있는 장소는 ‘공개된 장소’와 ‘비공개된 장소’로 나뉩니다. ‘공개된 장소’는 공원과 도로, 지하철과 같이 불특정 다수가 접근할 수 있는 곳을 의미합니다. ‘비공개된 장소’는 직원이나 입주자만 출입이 가능한 시설을 말합니다.
이 경우, CCTV를 설치하기 위해서 해당 장소 이용자의 동의가 필요하죠. 하지만 예외가 있습니다. 사업장 내부를 근로감독 하는 목적으로 CCTV를 설치하려면 노사협의회의 협의도 거쳐야 합니다.

주택가의 복도나 현관에 방범을 목적으로 CCTV를 설치하는 것은 위의 두 가지 경우와 다릅니다. ‘순수한 사적 장소’로 분류되죠. 이 같은 장소에 CCTV를 설치하려면, 타인의 사생활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CCTV 각도도 최대한 주택 내부로 해야 합니다. 통행자가 찍힐 수 있기 때문이죠.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CCTV를 설치할 때 안내판도 함께 설치해야 합니다. 안내판의 높이와 글자 크기도 식별이 용이하게 만들어야 하죠. CCTV에 녹음 기능을 넣는 것도 불법입니다. 쓰레기 불법투기, 주차장 방범 등을 목적으로 CCTV를 설치했던 과거와 달리 범죄예방을 위한 민간의 설치 수요가 늘고 있습니다.

● CCTV는 21세기의 ‘빅브라더’일까?
 
조지 오웰은 1949년에 ‘1984’라는 소설을 집필했습니다. ‘빅브라더’라는 절대 권력자에 의해 철저하게 통제되는 사회를 그린 작품이죠.  ‘빅브라더’는 ‘텔레스크린’이라는 기계를 설치해 사회의 모든 영역을 감시하고 통제합니다.

사회 구성원들은 아침마다 텔레스크린 영상을 통해 아침체조를 합니다. 동작이 서툴면 감시하던 강사에게 지적당하죠. 심지어 화장실에도 텔레스크린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빅브라더가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고 상상하면 끔찍합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나 내비게이션에서 GPS를 작동시키면 우리의 정확한 위치가 감지되고, 길을 걷다 보면 수많은 CCTV를 마주하게 됩니다. 텔레스크린에 의해 통제당하는 소설 속의 사회 구성원들과는 다르지만, 언제 어디서든 지켜보는 ‘눈’의 존재는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CCTV를 활용해 범죄를 해결한 건수는 2012년 1115건에서 2015년 말 1만 1356건으로 10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지난해부터는 200만 화소 이상의 고화질 CCTV 설치도 늘었습니다.

카메라가 물체를 따라다니는 지능형 CCTV도 도입되었죠. CCTV가 범죄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사생활 침해 논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가까운 사람들도 믿기 힘들게 된 사회에서 우리는 서로를 감시하고 감시당하며 살고 있습니다. 어쩌면 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회복을 CCTV나 사생활 침해보다, 먼저 논의돼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기획·구성 : 윤영현, 장아람 / 디자인: 임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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