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드 핀이 장착된 北 무수단
지난 6월 북한이 중거리 탄도미사일 무수단을 쏴 올리고 발사 사진을 공개했을 때 전에 없던 장치가 눈에 띄었습니다. 무수단 하단에 파리채 같은 것이 8개 달려 있었습니다. 그리드 핀(Grid Fin) 또는 격자형 날개, 보조 날개라고 불리는 장치입니다.
당시 군의 미사일 최고 전문가는 기자들에게 무수단의 그리드 핀을 두고 "공기가 있는 구간에서 압력 분포를 고르게 해 미사일을 안정되게 날아가도록 하는 장치"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옛 소련의 기술로 현재는 보기 드물다"며 북한의 그리드 핀을 폄하했습니다. 그 전문가의 발언은 북한이 고립되다 보니 옛 기술까지 붙들고 미사일을 날리고 있다는 뉘앙스였습니다. 그런 줄 알았습니다.
아닙니다. 옛 소련만이 아니라 현재 미국에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우습게 볼 기술이 아닙니다. 군은 북한의 SLBM 전력화 시점을 늦춰 잡았을 뿐 아니라 북한 미사일 기술도 가벼이 봤습니다. 적을 모르니(또는 모르는 척 하니) 내 형편은 제자리걸음입니다.
● 그리드 핀, 미국에도 있고 러시아에도 있다
SS-20뿐 아니라 러시아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SS-25에도 그리드 핀은 있습니다. 그리드 핀은 옛 소련이 버린 것을 북한이 주어다 쓰는 그런 허접한 기술이 아닙니다.
● 왜 북한 무기체계 폄하하나
"사드(THAAD)로 중거리 무수단과 SLBM 북극성-1도 잡을 수 있다" "북한 SLBM 전력화는 3~4년 후의 일이다" 우리 군 대표들의 발언입니다. 하지만 사드는 무수단과 북극성-1을 못 잡습니다. 북극성-1의 전력화는 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순수 독자 기술로 우주 발사체도 못 날리면서 북한의 그리드 핀을 조롱했습니다.
우리 군의 대비 태세와 능력을 부풀리고 북한의 실력을 저평가하면 당장 국민들의 안보 불안을 덜 수는 있습니다. 그 뿐입니다. 북한의 잠대지, 지대지 미사일을 막을 길은 멀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