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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닭둘기 vs 피존맘…끊임없는 '비둘기와의 전쟁'

[리포트+] 닭둘기 vs 피존맘…끊임없는 '비둘기와의 전쟁'
“뒤뚱뒤뚱, 저 살찐 것 좀 봐라!”
“저게 닭이야… 오리야… 날 수 있긴 해?”

사람을 보고 피하는 비둘기는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비둘기를 보고 피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사람이 지나가든 말든 미동조차 없는 모습에 되레 사람이 비둘기를 피해 다니기 일쑤죠. 비둘기를 꺼리는 데는 조류 공포증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위생상의 문제가 제일 큽니다.

비둘기는 길거리에 버려진 음식물 쓰레기나 토사물을 먹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배설물을 뿌리고 다닙니다. 깃털에는 또 다량의 벼룩이 서식하고 있기도 합니다.

비둘기로 수난을 겪는 건 사람뿐이 아닙니다. 종로 탑골 공원의 국보 제2호 ‘원각사지’는 높이만 12m에 달하는 거대한 유리 모자를 썼습니다. 산성이 강한 비둘기 배설물이 묻어 부식되는 걸 피하려는 목적이었죠.

여러모로 골칫거리인 비둘기 때문에 민원이 나날이 늘다 보니 지자체마다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한때 평화의 상징이라 불리던 비둘기가 어쩌다 혐오를 넘어 퇴치의 대상으로 전락해버린 걸까요?

● 비둘기 문제, 대책은 없나?

환경부는 지난 2009년, 비둘기를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했습니다. 당시 서울시가 비둘기 개체 수를 조사했더니 시내에 서식 중인 집비둘기 수가 3만 5천 마리에 달했습니다.

이후 정확한 실태 조사가 이뤄진 적은 없지만, 전문가들은 서울에만 최소 4만 5천 마리가 넘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됐는데도 오히려 만 마리가량 증가했다는 것이죠.

잡식성인 비둘기들은 음식물은 뭐든 가리지 않고 먹어 치우는 왕성한 식욕을 자랑합니다. 공원이나 거리에 널린 도심의 음식물 쓰레기는 비둘기에게는 좋은 영양 공급원이었던 것입니다.
비둘기 개체 수를 늘리는 또 다른 요인이 있습니다.

야생 동물을 돌보는 이른바 애니 맘(animal-mom) 중에서도 비둘기에게 먹이를 던져주는 ‘피존맘’ 입니다. 

도심 비둘기는 다른 동물처럼 먹이 경쟁이나 사냥 당할 위험이 없다 보니 가장 활동량이 없는 야생 동물입니다. 피존맘이 제공하는 먹이는 비둘기의 활동량을 더욱 떨어뜨리고 영양 과잉 상태를 만들어 번식 활동에만 전념하게 겁니다.

실제 서울시가 비둘기 밀집 지역을 조사했더니 21곳 중 14곳에서 먹이를 주는 피존맘의 활동을 확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시는 지난해 8월 환경부와 먹이 주는 행위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입니다.

과태료 부과 움직임에 대한 동물보호단체 측의 반발도 나오고 있습니다.  비둘기 개체 수 조절에는 공감하나, 단순한 과태료 방안으로는 효과가 없다는 것이죠.

오히려 비둘기들이 배가 불러야 다른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지 않고, 인위적인 먹이 제공이 도심을 더 위생적으로 만드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합니다.
 
[ 동물자유연대 측 ]
“비둘기에 대한 대책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무조건 퇴치하는 것이 목적이 아닌 적절한 방식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보호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봅니다. 포획보다는 퇴치 중심의 구제 활동이 돼야 한다는 것이죠.”

● 전 세계가 ‘비둘기와의 전쟁’

비둘기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골칫거리입니다.

미국에서는 쥐만큼이나 골치 아픈 유해동물인 비둘기를 두고 날아다니는 쥐라는 뜻에 ‘쥐둘기(flying rats)’라 부르기도 합니다. 한때 가장 해로운 동물로 꼽히던 쥐 못지않게 왕성한 번식력을 자랑하며 개체 수가 늘자 민원도 크게 늘었기 때문입니다.
퇴치 방법도 나라마다 각양각색이죠. 미국 로스앤젤레스는 불임성분이 섞인 약을 먹이에 섞어 뿌리거나 그 외 일부 지역은 비둘기에게 먹이 제공 시 최대 300달러(약 33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영국도 비둘기에게 먹이 제공 시 50파운드(7만 2천 원)을 부과하고, 먹이를 제공한 근처 노점상은 영업 정지 처분을 내리고 있습니다.

프랑스 파리는 공원마다 비둘기집을 설치해 알을 낳게 한 뒤, 집을 흔들어 알을 부화 불능상태로 만드는가 하면 스위스는 진짜 알을 가짜 알로 ‘바꿔치기’하고 있습니다.

캐나다는 공포탄으로 위협하거나 비둘기 천적인 매를 사육해 방사하고, 벨기에는 포획과 중성화 수술하고 있으며, 독일은 곳곳에 비둘기 덫을 설치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도 나름 퇴치 작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비둘기 밀집지역에 ‘먹이제공 금지’ 현수막을 달고, 비둘기가 싫어하는 기피제를 뿌리고 있습니다.

비둘기 때문에 골치 아픈 일부 시민들은 사설 비둘기 퇴치 업체의 힘을 빌어, 비둘기를 쫓아내고 있습니다. 비둘기와의 전쟁이 폭염 못지않게 뜨겁지만, 비둘기를 일망타진할 뾰족한 수는 아직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획·구성 : 임태우·김미화 / 디자인: 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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