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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플러스] 사라진 '메달 기대주' 장대…4년 노력 물거품

올림픽에서는 황당한 사건도 종종 벌어지는데요, 선수의 분신과도 같은 장비가 사라지거나 망가지는 해프닝도 심심치 않게 일어납니다.

선수들에게는 악몽 같은 일이겠죠.

이어서 최희진 기자의 취재파일입니다.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여자 장대높이뛰기 결승전을 앞두고 30분 이상 진행이 중단됐습니다.

남미 최강자로 메달 기대주로 꼽히던 브라질 파비아나 무레르 선수의 장대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당시 SBS에서 중계를 맡았던 육상 스타선수 출신 장재근 해설위원도 이런 경우는 처음 봤다며 어이없어했는데요, 본인의 마음은 오죽했을까요? 관리 요원들과 함께 분주하게 여기저기 찾아다녔지만 결국, 그녀는 장대를 찾지 못했고, 할 수 없이 조직위가 준비한 남의 장대로 경기에 출전했습니다.

 하지만, 마음도 상할대로 상한데다 손에 익지도 않은 장비를 사용했으니 성적이 좋을 리 없었겠죠.

자신의 최고 기록에 한참 못 미치는 저조한 기록으로 경기를 마쳐 순위도 결승 진출자 12명 가운데 10위로 부진했습니다.

4년간 쏟아 부은 노력이 조직위의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한순간에 물거품이 된 겁니다.

그녀는 두 번 다시 중국에 오지 않겠다는 말을 남기고 경기장을 떠났는데요, 그토록 찾았던 장대 6개는 다음날 경기장 장비 보관 라커에서 발견됐고, 다행히 3년 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는가 하면 지난해에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위해 7년 만에 다시 베이징에 돌아와 은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파비아나 무레르/브라질 육상 국가대표 : 정말 힘든 순간이었지만 오래전 일이라서, 이 무대에 다시 서기 위해 중국에 오고 싶었어요. 점프하기에 좋은 장소라는 걸 알고 있었거든요. 트랙 위에 다시 서서 잘 뛰어서 매우 기뻤고 이곳에 돌아와서 행복합니다.]

그런가 하면 장대가 부러져서 메달의 꿈만 날아간 게 아니라 몸을 다친 선수도 있었습니다.

세기의 철인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과 1984년 LA 올림픽의 육상 남자 10종 경기에서 연이어 금메달을 따냈던 영국의 데일리 톰슨이 그 주인공인데요, 88 서울올림픽에서 사상 최초로 3회 연속 우승이라는 대기록에 도전하며 산뜻하게 출발했지만, 8번째로 치러진 장대높이뛰기에서 뜻밖의 불운에 울어야 했습니다.

경기 도중 그만 장대가 두 동강이 나는 바람에 몸이 튕겨져 나간 겁니다.

끝내 나머지 종목까지 부상의 여파가 이어지면서 그는 4위라는 아쉬운 성적으로 대회를 마감해야 했습니다.

이밖에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도 남자 장대높이뛰기 예선에서 쿠바의 라사로 보르헤스가 도움닫기 도중 장대가 세 조각으로 부러지는 아찔한 사고를 당해 매트 위로 그대로 고꾸라졌습니다.

요즘은 장대를 첨단 유리섬유 소재로 만들어 탄성과 복원력이 향상됐기 때문에 장대가 부러지는 일은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사고는 끊이지 않기 때문에 항상 안전 장치가 철저히 준비돼야 하겠습니다.

▶ [리우 취재파일⑫] '올림픽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장비 분실 황당 해프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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