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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올림픽 金 박인비 "손가락 통증 참고 쳤어요…남은 시즌 출전은 불투명"

[취재파일] 올림픽 金 박인비 "손가락 통증 참고 쳤어요…남은 시즌 출전은 불투명"
116년 만에 올림픽에 복귀한 여자 골프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세계 골프 사상 최초로 '골든슬램'(커리어 그랜드슬램+올림픽 금메달)의 위업을 달성한 박인비 선수가 금메달의 감격을 고스란히 안고 남편 남기협 코치와 함께 귀국길에 올랐습니다.

브라질 리우의 갈레엉 공항에서 기자와 만난 박인비는 왼손 엄지 손가락 통증이 아직 남아 있다면서 귀국하면 병원부터 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워낙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줘 손가락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된 줄 알았는데 무표정한 표정 속에  '통증'을 숨기고 있었던 것입니다.

올림픽 무대에서 국가대표라는 자부심과 책임감으로 손가락 통증을 끝까지 참고 버텨 세계 골프의 역사를 새로 쓴 대한민국의 '히로인(heroine)' 박인비 선수와 귀국길 일문 일답을 소개합니다.     
Q. 지금 손가락은  괜찮나?  

"아무래도 인대가 손상된 거라서 좀 오래 가는 것 같아요. 제가 그동안 계속 쉬지를 못해서 한 달 좀 넘게 연습량도 굉장히 많았고 계속 무리를 하다보니까 염증도 계속 자꾸 생기고 손상된 부위가 잘 낫지 않고 재생이 안되고 있어서 앞으로 좀 더 경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Q. 그럼 이번 대회도 통증을 참고 경기를 치른 건가?

"6월에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대회 할 때보다는 훨씬 통증은 덜했지만 통증이 있긴 있었죠. 그래도 어렵게 출전 결정을 했고 국가대표로 나온 거니까 엑스트라 파워(extra power)가 생기더라고요. 한 샷 한 샷에 집중하다보니 아파도 아픈 줄 몰랐던 것 같아요. 정말 많은 대회를 치러봤지만 이렇게 4라운드가 길게 느껴졌던 적은 없었어요. 매 라운드가 최종 라운드라고 생각하고 에너지를 전부 쏟아부었더니 정말 많이 지쳤어요."  

Q. 라운드가 진행될수록 통증이 좀 더 심해졌을텐데?

"아무래도 후반 가면 갈수록 몸도 피곤해지고 손가락도 더 아파지고 그런 건 있어요. 그래서 후반부에 들어설 때가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매 라운드 후반 나인(9개 홀)이 아무래도 전반보다는 에너지가 더 떨어지다 보니까 조금 더 통증이 생기긴 했죠."

Q. 채를 잡을 때 어떤 동작에서 아픈가?

"손으로 뭔가를 들거나 클럽을 뒤로 빼는 동작에서 트위스트를 하거나 그럴 때 조금씩 통증이 있죠. 그래서 이번 대회에서도 가끔 미스 샷이 나오긴 했어요."

Q. 그렇게 통증이 남아 있으면 많이 불편할 텐데 어떻게 버텼나? 정신력인가?

"아무래도 다른 부위에 비해서는 예민한 부위이긴 한데 그렇다고 허리나 발목, 손목이나 이런 것처럼 못 걸어 다니고 아예 채를 못 들고 이런 통증은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통증이라고 생각했고 그렇기 때문에 그 동안에도 계속 대회를 나가려고 노력했던 거예요. 이걸 이겨내고 잘 칠 수 있겠다는 믿음도 어느 정도는 있었고 꼭 이겨내야 한다는 마음도 있었고요. 그런 간절한 마음들이 집중력으로 이어진 것 같아요."

Q. 앞으로 치료 계획은?

"MRI(자기공명영상) 찍은 지 두 달 정도 됐거든요. 그래서 국내 들어가서 한 번 더 촬영 해보고  향후 계획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 대회를 나가는 게 좋을지 쉬는 게 좋을지, 치료를 계속 해야 할지 여러가지를 전문가 의견을 듣고 따라야 할 것 같아요."

Q. 손가락이 다 낫는다면 제일 나가고 싶은 대회는?

"아무래도 올시즌 마지막 남은 메이저 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에 가장 나가고 싶죠. 올시즌 제대로 시합도 소화하지 못했고 메이저 대회도 2개나 못나갔기 때문에.. 그런데 그것도 제 몸 상태가 허락할 때 가능한 얘기죠. 이제 가장 중요한 올림픽이 끝난 만큼  올림픽처럼 몸을 혹사하면서 올시즌 남은 LPGA 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Q. 2주 전 제주 삼다수 대회 때까지 부진하다가 단기간에 경기력을 끌어올린 비결은?

"사실 한 달 동안 국내에서 집중적으로 올림픽 준비를 했고 스윙도 많이 좋아지고 있었어요. 제주 삼다수 대회에서는 아주 오랜만에  출전하다 보니 대회 감각이 떨어졌어요. 그리고 저는 그것도 하나의 과정이었다고 생각해요.  오랜만에  경기 나가면 감각이 떨어져서 잘 안될 수 있어요. 그래서 더욱 그 대회에 나가려고 했던 거고요. 제주 삼다수 대회는 올림픽 가기 전에 경기 감각을 살리고 무엇을 더 집중해서 해야 하는 지를 알아내기 위한 좋은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Q. 귀국하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일은?

"부모님을 가장 먼저 뵙고 싶어요. 이번 주에 무척 리우에 오고 싶어 하셨는데 사정이 생겨 못 오셨기 때문에 가족들과 따뜻한 밥 먹으면서 리우에서 있었던 일 얘기하고 그런 시간이 가장 행복할 것 같아요."

Q. 할아버지의 손녀 사랑이 각별한 걸로 유명한데, 금메달 따고 통화는 했나?

"할아버지와는 통화를 못했어요. 할아버지가 4일 내내 밤새도록 응원하시느라고 무리를 많이 하셨나 봐요. 그래서 제가 어제 밤에 부모님께 전화 드렸을 때 할아버지는 누워 계신다고 하시더라고요. 할아버지가 공항에 마중 나오고 싶다고 하신대요. 공항에서 인사 드려야죠. 

Q. 당분간 국내에 머물면서 국내 대회 출전 계획은 있나?

"우선은 제 몸 상태를 보고 건강하게 나갈 수 있는 좋은 컨디션이 되면 당연히 국내 팬들 앞에서 경기 하고 싶죠. 일단 최선을 다해서 재활하고 치료해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몸을 추스려서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Q. 리우 체류 기간 동안 지카 바이러스 걱정은 전혀 없었나?

"이번 주에 바람도 많이 불고 날씨고 생각보다 선선해서 저는 모기 물렸던 기억은 없거든요. 그러니까 안전한 것 같아요." (웃음)

남편과 비행기에 오르는 박인비의 뒷모습에는 역사적인 올림픽 금메달의 감격이 아직 따끈따끈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박인비는 내일(23일) 새벽 인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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