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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치매 보험의 불편한 진실

어르신이 계신 가정은 혹시나 닥칠 치매 걱정, 안 할 수 없죠. 하지만, 보험으로 치매를 대비하려 해도 경증 치매를 보장하는 상품은 턱없이 부족하고, 보험사가 제대로 설명도 없이 가입시킨 경우가 많아 실제 보험금 타기는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서울 시내 자치구별 치매지원센터에는 60대 이상 노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치매 예방 프로그램이나 치매 진단 검사를 받기 위해 찾아오는 겁니다. 지난 3일, 서울 구로구 치매지원센터에서 만난 67살 송 모 할머니 역시 가벼운 치매가 의심돼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습니다.
할머니는 건망증이 더욱 심해졌다고 치매 초기 증상일 거라고 걱정했습니다. 만약 치매라면 돈이 많이 들기 시작할 텐데, 보험으로 이걸 대비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습니다. 송 할머니는 필요성은 있다고 말하면서도, 나중에 제대로 보장받지 못할까 걱정돼 보험 가입을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다달이 내는 보험료에 비해, 진단비나 위로금이 적어 이른바 ‘가성비’가 떨어질까 걱정도 된다고 털어놨습니다.

우리나라 치매환자는 약 65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하지만, 대부분인 84%는 경증 치매를 앓고 있습니다. 대화와 지적 능력이 감퇴하는 수준을 경증 치매라고 합니다. 꾸준한 예방 치료에 돈이 들어갑니다. 치매가 발병하면 다른 지병도 악화하기 일쑤여서, 합병증으로 입원치료를 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보험 상품 가운데 치매 특약을 가입한 환자나 가족은 일단 ‘치매보험’이란 명칭에 신뢰를 느끼고 가입하게 마련입니다. 광주광역시에 사는 60대 이 모 씨도 2008년, 치매에 걸리면 필요한 목돈을 구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남편 앞으로 치매보험에 가입했습니다. 4년 뒤 남편은 치매가 발병해 병원에 입원했고, 지난해 1월부턴 증상이 더 나빠졌습니다. 이 씨는 보험금 지급을 요청했지만, 보험사는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보험사는 약관에 따라 보험금을 줄 수 없다고 말합니다. 약관엔 ‘중증 치매’만 보장한다고 명시해 놨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 씨는 가입 당시 이런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고 주장합니다. 불완전판매라며 보험금 전액 지급을 요구하며 긴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보험사들이 약관에 규정한 ‘중증 치매’란, 전문의가 CDR 척도상 3점 이상 판정을 내린 환자를 의미합니다. 인지와 사회성 정도를 측정하는 검사인데, 0부터 0.5, 그리고 1~5까지 7단계 점수가 정해져 있습니다. 이 점수가 0부터 2에 속하면 ‘경증 치매’로 분류돼 보험금을 한 푼 도 못 받는 겁니다.

지난해 10월 보험업법 개정을 위해, 국회 정무위원회는 전문위원들에게 치매보험 현황 조사를 의뢰했습니다. 당시 2002년 4월부터 2014년 6월까지 치매보험 계약 건수는 570만 8천 건이 넘는 걸로 집계됐습니다. 보험사가 거둬들인 보험료만 5조5,873억원이 넘었습니다. 이렇게 12년 동안 천문학적인 액수가 보험사로 들어가는 동안, 치매 보험금으로 지급된 돈은 얼마일까요. 고작 593억원, 1.06%에 불과합니다. 보험금을 타간 건수 역시 12년이란 긴 세월 동안 5,657건에 불과했습니다. 치매 보험 가입자들은 자신들이 낸 돈의 1%만 겨우 타간 겁니다.  이를 토대로 지난해 5월 금융감독원은 보험사들의 불완전판매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중증 치매’ 기준을 설명하지 않고, 무조건 치매보험에 가입시켜온 보험사들에 강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그럼 치매 경증 환자가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보험 상품은 얼마나 될까요.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 국내 치매 보험은 103개 상품이 판매 중입니다. 그런데 4.9%에 해당하는 딱 5개 상품만이 경증 치매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상품 구성에 문제가 있는 겁니다.
소비자원은 경증 치매 상품 확대와 불완전판매 감시 감독 강화 등을 관계 부처에 건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치매보험을 선택할 때에는, 중증은 물론 경증 치매까지 80세 이후에도 보장해 주며, 가급적 진단비가 많은 상품을 선택하라고 조언했습니다.

올해 7월 현재, 103개 상품 가운데 경증치매도 보장하는 상품들은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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