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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우주로 날아간 '묵자호'…양자통신이 뭐길래?

[리포트+] 우주로 날아간 '묵자호'…양자통신이 뭐길래?
밖에서 볼 수 없는 상자 안에 고양이 한 마리가 들어 있습니다.

5분 뒤 50% 확률로 붕괴할 위험이 있는 방사성 원소와 독가스 기계도 함께 있습니다.

방사성 원소가 붕괴하면 독가스 기계가 작동해 고양이는 죽습니다. 반대로 붕괴하지 않으면 고양이는 살게 됩니다.

5분 뒤에 이 고양이는 살아 있을까요, 죽어 있을까요?
두 가지 해석이 있습니다.

고전 물리학은 고양이가 살았거나 죽었거나 둘 중 하나일 것으로 봅니다. 상자를 열어보지 않더라도, 고양이 운명은 어느 쪽으로든 결정될 거라는 것이죠.

하지만, 양자역학의 관점은 좀 다릅니다.

고양이가 살아 있는 세계와 죽어버린 세계가 상자 안에 공존하고 있을 거라고 봅니다. 즉, 고양이가 살아 있는 세계와 죽은 세계가 중첩된 채 상자 속에 함께 존재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상자 속 고양이가 어떤 상태인지 궁금해서 확인하려고 뚜껑을 여는 순간 외부 관찰자인 나는 두 개의 세계 중 한쪽을 선택하게 됩니다.

상자를 엶과 동시에 공존하던 세계는 ‘고양이가 살아 있는 세계/ 고양이가 죽은 세계’로 각각 분리됩니다.
상자를 열었는데 고양이가 살아 있다면 관찰자인 나는 고양이가 살아 있는 세계와 함께 움직이는 것이고, 반대로 죽어 있다면 고양이가 죽은 세계와 함께 하는 것입니다.

즉 ‘관찰’이란 행위가 결과를 결정한다는 전제가 바로 양자역학 토대 중 하나입니다.

이 상자 속 고양이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라고 불리는 유명한 사고 실험으로, 양자역학의 개념을 설명할 때 쓰는 단골 소재입니다. 이런 양자역학의 불확실한 특성을 통신 분야에 활용한 분야가 바로 ‘양자통신’입니다.

● '관찰'하는 순간 정보가 변한다?

최근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로켓이 있습니다. 지난 16일 오전 1시 40분 중국 간쑤성에서 발사된 ‘창정 2-D’라는 로켓입니다.

눈길을 끈 대상은 로켓이 아니라, 로켓에 실린 ‘특별한’ 위성이었습니다. 이름은 ‘묵자호’로, 기원전 5세기 중국 춘추전국시대를 살았던 철학자이자 과학자인 묵자에서 따왔습니다.

준비 기간만 무려 8년이 걸렸다는 위성은 ‘세계 최초 양자통신 위성’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죠. 중국 정부는 양자통신을 상용화하기 위해 위성에 여러 가지 임무를 부여했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양자통신이 뭐길래, 이렇게 엄청난 노력을 들여 위성까지 쏘아 올린 걸까요?

기존 전자기파를 이용한 통신과 비교해 여러 장점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차별적인 부분은 바로 ‘암호화’입니다. 양자통신은 그 특성상 도청이나 감청, 해킹이 불가능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외부인의 도·감청 행위는 슈뢰딩거의 고양이 실험에서 상태를 확인하려고 상자를 여는 행위와 같습니다. 상자를 여는 순간 관찰자가 상자 내용에 개입하게 돼 상자 속의 내용이 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가 양자통신의 길목에 도·감청 장치를 들이대는 순간, 원래의 통신 내용은 엉뚱한 내용으로 바뀌어버리는 것이죠.

정보를 담고 있는 양자의 상태가 확 달라지는 겁니다. 이런 특성을 이용해서 송수신 측 양자 상태를 비교해, 역으로 도·감청 시도가 있었는지 판별할 수도 있습니다.

● 양자통신, 그 무한한 세계

오늘날처럼 정보가 중요한 시대에 해킹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통신 기술을 갖는다는 건 국가적으로 엄청난 자산입니다.

그동안 미국은 물론 독일, 일본, 유럽 국가들이 양자통신 실험에 총력을 기울일 만큼 많은 나라가 탐하던 기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막대한 예산 문제 탓에 지금까지 양자통신 실험은 지상에서만 진행됐습니다.

그런데 중국이 미국과 유럽보다 한발 앞서 양자통신 위성을 쏘아 올리면서 장거리 통신 실험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죠.
만약 양자통신 실험이 성공한다면 앞으로 어떤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을까요? 기존의 암호화 방식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원거리 통신은 모두 양자 통신으로 대체될 수 있습니다.

먼저, 보안이 생명과도 같은 국방과 안보 분야에서는 국가 간 인공위성 통신 도·감청 등의 정보전이 불가능해집니다.

민간 분야에서는 금융과 자율주행 자동차, 모바일 인터넷까지 폭넓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특히 개인정보 유출을 원천적으로 예방할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지금의 통신 방식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전 지구 어디에서나 정보 전달이 가능해집니다.

[ 판젠웨이/ 중국 과학기술대학교수 ]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모조리 흡수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 뒤 이를 다시 세계에 환원하는 게 이 실험의 목표입니다.”

이번 중국의 양자통신 실험이 인류에게 어떤 세기의 발견을 가져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기획·구성: 임태우, 김미화/ 디자인: 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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