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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다 보장해준다고?" 홈쇼핑 보험 팔 때 과장하면 '생방송 금지'

[취재파일] "다 보장해준다고?" 홈쇼핑 보험 팔 때 과장하면 '생방송 금지'
한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치아 보험'. 쇼핑 호스트는 이렇게 말합니다.

"개수 제한 없이, 재료 제한 없이 충치에 대해서는 모두 보장해드립니다."
"충치 치료 진짜 많이 하는데, 개수 때문에 비용 때문에 고민 안 하시도록…."

모두 다 보장해주는 것처럼 광고를 하고 있지만, 이 치아보험의 약관을 살펴보면 조금 다릅니다. '씌우기 치료', 즉 '크라운 치료'는 개수가 제한 돼 있습니다. 약관과 방송이 다른 허위 과장 광고입니다. 결국 이 보험 가입자는 치료를 받은 뒤 보험금을 청구하면 못받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는 겁니다.

● "아직도 가입 안하셨어요?" 홈쇼핑 보험 판매의 진실

지난 4월 치아 보험에 가입했다가 해약한 회사원 최모씨. 최씨는 "아내와 함께 TV를 보다가 치아 보험 방송을 보게 됐다"며, "쇼핑호스트가 이런 것도 되고 저런 것도 되고 다 보장 받을 수 있다고 얘기해서 덜컥 가입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후 전화로 상담을 해서 가입을 했는데, 가입 과정이 아주 간단했다"라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가입 석 달 만에 보험을 해약했습니다. 치과 질환을 앓은 적이 있는데, 그것 때문에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던 것입니다. 최씨는 "가입할 때는 보장 안되는 경우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을 해주지 않았고, 뒤늦게 문의를 하자 다른 소리를 했다"고 답답해 했습니다. 

● 보험사에 유리한 얘기만 하는 홈쇼핑 보험 판매
 
실제로 홈쇼핑의 보험 판매 방송을 보면 보험금을 주는 경우, 즉 보험금이 보장되는 항목에 대해서는 큰 글씨로 천천히 알려줍니다. 반면, 보험금을 주지 않는 경우, 즉 부지급 사유에 대해서는 조그만 글씨로 아주 빠르게 알려줍니다.  애매하게 알려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일반암 발병 7천만 원, 유방암·전립선암 발병 시 1,400만 원을 최초 1회 지급한다"고 소개한 한 홈쇼핑 보험 판매의 경우, 어떤 암이든지 처음 발병한 암만 보장을 해주는 상품인데 이후에 발병을 해도 보험금을 주는 것처럼 모호하게 포장했습니다.

그나마 이렇게라도 알려주면 다행입니다. '보험금 부지급 사유'를 아예 알려주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보험 컨설팅 회사 팀장인 전국씨는 "홈쇼핑 보험 피해자 가운데에는 고령층이 많다"라며, "약관에 근거한 보장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과장 광고 판매에만 주력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금감원 통계에 따르면 홈쇼핑 보험 불완전 판매 비율이 0.78%로 보험업계 평균인 0.4%의 2배에 가깝습니다.

● 금융당국, 홈쇼핑 보험 판매 때 과장하면 "생방송 금지"

결국 금융당국이 칼을 빼들었습니다. 

"모두 보장해 드립니다"는 홈쇼핑 방송을 보고 덜컥 보험에 들었다가 막상 보험금을 청구하면 거절당했다는 민원이 늘어나자 금융감독원이 '생방송 금지' 방안을 내놨습니다. 문제가 있는 홈쇼핑을 적발해 낸 뒤 사전 녹화를 해서 심의를 받은 뒤에야 방송을 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겁니다.

금감원은 또 분쟁이 생겼을 경우 소비자들에게 유리하게 조정을 하기로 했습니다. 예를 들어 홈쇼핑 방송에서 "다 보장해주겠다"고 방송했다면 약관과 관계없이 말 그대로 소비자에게 다 보장해주도록 조정하겠다는 겁니다. 권순찬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허위 과장 광고를 한 상품에서 다수의 소비자 피해가 확인된 경우 납입 보험료와 이자를 환급하는 리콜을 적극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몇 번이나 정부 대책이 나왔지만 별로 달라지지 않은 홈쇼핑의 보험 판매 방송. 금감원은 "이번에는 꼭 손을 보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습니다. 금감원은 특히 문제가 계속될 경우 그 홈쇼핑 회사의 전체 보험 방송을 모두 녹화방송으로 바꿀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홈쇼핑을 통해 판매되는 보험은 모두 33종입니다. 홈쇼핑을 통해서 지난해에만 130만 건의 보험이 판매될 정도로 큰 시장입니다. TV를 켤 때마다 볼 수 있는 홈쇼핑의 보험 판매. 갈수록 '큰 돈'이 되는 상황에서 홈쇼핑과 보험사들이 금감원의 경고에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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