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신조 총리가 16일 야마나시현 후지가와구치 마을 내 골프장에서 히에다 히사시 후지TV 회장, 야마모토 유지 농림수산상 등과 함께 올 여름 7번째 골프를 즐겼다. 18번 홀에서는 티샷이 숲으로 들어가는 엑시던트(accident/사고)가 있었지만, 잘 리커버리(recovery/회복)해 퍼팅 2개, 더블 보기로 끝냈다. 퍼팅을 끝낸 뒤 히에다 씨와 하이터치(high touch/하이파이브)를 하며 기뻐했다.
총리는 15일 종전기념일을 끼어서 야마나시현에서 다시 한 번 여름 휴가에 들어간 상태로, 이 날은 2012년 12월 2차 정권 발촉 이후 50번 째 골프였다. 구름 사이로 햇빛이 비추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가운데, 리프레쉬(refresh/휴식)를 취했다. 시오자키 야스히사 후생노동상, 사토 가쓰노부 1억총활약 담당상도 함께 코스를 돌았다."
엑시던트, 리커버리, 리프레쉬 등 외래어를 엄청 많이 썼군요. 단신 기사입니다만, 읽다보니 '아, 한국과 이런 점이 다르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취재파일로 소개를 해보려고 합니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아베 총리가 자신의 휴가 현장을 기자들에게 개방했다는 겁니다. 기사에는 아베 총리의 경기 상황과 감정 표현들이 그대로 나옵니다. 당일 날씨에 대한 언급도 있습니다. 총리가 누구와 골프를 쳤는지도 나옵니다. 더블 보기를 한 뒤 후지TV 회장과 하이파이프를 했다는 내용은 두 사람의 관계가 얼마나 가까운지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아래는 같은 내용의 요미우리 신문 기사입니다. '장기 정권으로의 어프로치'라는 제목입니다. "최종 18번 홀에서 약 5미터의 퍼팅이 벗어나자 '아, 너무 지나갔네'라며 안타까워했지만, 다음을 생각하며 미소로 하이파이브를 했다. 단명으로 끝난 1차 내각에서는 '한숨 돌리기도 쉽지 않다'고 했던 총리는 2차 내각 이후 적극적으로 골프나 스포츠센터에서 땀을 흘리며 스트레스를 풀려고 하고 있다."
또, 아베 총리의 이번 휴가(8/10-21)는 지난 7월(7/17-24)에 이어 두번째입니다. 일본 직장인들도 한국처럼 눈치를 보며 제대로 휴가를 가지 못 합니다. 아래는 여행 전문업체 '익스피디아'가 지난해 10월 회원 9,300여 명을 상대로 인터넷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입니다. 일본은 유급휴가 사용률이 60%에 그치고 있습니다. 일본 아래 최하위가 한국으로 40%이군요.
하여튼, 일본 총리의 일정은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국민들에게 공개됩니다. 예를 들어 일본 신문 대부분은 기사뿐 아니라 기록으로서 총리의 일정을 매일 게재합니다. 기록은 시분 단위입니다. 아래 산케이 신문의 '아베 일기'를 살펴보죠.
<오전> 6시50분 야마나시현 별장에서 출발. 53분 같은 현 내 골프장 '후지사쿠라 간토리 클럽'에 도착. 후생노동상, 농림수산상, 1억 총괄활약 담당상, 자민당 정조회장, 후지테레비 회장 등과 골프 <오후> 2시31분 골프장 출발. 34분 별장 도착. 5시부터 9분간 나루사와 마을 촌장과 간담, 5시26분 별장 출발. 50분 '호텔 마운트 후지' 도착. 연회장 '이누에토'에서 1억 총괄활약 담당상, 외무성 차관, 후지TV 회장 등과 회식. 부인과 모친도 참석. 8시33분 호텔 출발. 56분 별장 도착 |
후지TV 회장은 하루 종일 일본 아베 내각 사람들과 함께 있었군요. 우리나라에서 지상파채널 사장이 이렇게 행동했다면, 그리고 그게 공개됐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이 기록을 보면, 앞선 기사에 나오지 않았던 자민당 정조회장도 골프에 참여했군요. 골프는 보통 4명이 치는데, 위 기록에는 자민당 정조회장까지 5명이 나와있습니다. 두 팀으로 나눠서 쳤는지 모르겠네요.
아베 총리는 90타 전후의 골프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12년에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특제 퍼터를 선물하기도 했죠. 2012년 12월 2차 내각 출범 이후 50번 골프를 쳤다고 하니 한 달에 한 번 이상 친 셈이군요. 하지만, 일본 언론에서 이를 비판하는 기사를 찾을 수는 없습니다. 골프는 무조건 부자 스포츠로 보지 않는 것도 한 이유일 듯합니다.
아베 총리가 간 '후지 사쿠라 컨트리클럽'은 어떤 곳일까요?
일본 골프장들이 저렴한 것은 역시 경쟁이 심하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골프장 수는 2002년 2,460개로 역대 최다를 기록한 후 다소 줄어 2014년 기준 2,336개입니다. 여전히 미국, 영국에 이어 세계 3위입니다. 우리나라 2015년 기준 517개과 비교하면 4.5배가 넘습니다. 이처럼 경쟁이 심하다보니 문을 닫는 골프장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일본 내 골프 전문가들은 2,000개 이하로 떨어져야 적정 수치라고 하더군요.
물론 일본도 골프 접대가 굉장히 많습니다. 하지만, 대기업은 골프 접대비에 대해 비과세 비용 처리를 할 수 없습니다. 중소기업은 가능합니다. 식사접대, 선물비, 골프접대까지 등이 모두 포함된 접대비 한도가 연간 800만엔입니다.
지금까지 단신 기사에 담겨 있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풀어봤습니다. 아베 정권의 정언 유착부터 총리의 일정 공개, 일본인의 휴가, 그리고 골프 이야기까지…. 일본 사회는 시각에 따라 우리나라에게 모범사례이 되기도, 타산지석이 되기도 합니다. 도쿄에 있는 한국 기자들이 좀 더 고민하고, 공부해야 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