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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펄펄 끓는 지구촌…세계 최고기온은 몇도?

[취재파일] 펄펄 끓는 지구촌…세계 최고기온은 몇도?
어제(12일) 경북 경산시 하양읍의 기온은 무려 40.3도까지 올라갔다. 기상관측사상 전국 최고 기온이다. 역대 최고 폭염이다. 우리나라 공식적인 역대 최고기온은 1942년 8월 1일 대구에서 기록한 40도였다. 기상관서가 없는 경산시 하양읍의 최고기온은 어제 오후 2시 19분 자동기상관측장비(AWS)에서 관측됐다.

비록 비공식 기록이지만 지금까지 공식적인 역대 최고기온을 넘어선 것이다. 오늘도 영남지방의 기온은 40도 안팎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서울의 예상 최고기온은 34도로 어제보다 2도 정도 떨어지겠지만 대구의 기온은 38도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보돼 있다.

한반도뿐 아니라 지구상에서 관측사상 최고기온은 얼마나 올라갔을까? 또 어디에서 관측됐을까? 지구촌이 펄펄 끓고 있는 올해 역대 최고 기온을 갱신할 수 있을까?

전 지구 기상관측사상 역대 최고기온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 동쪽 모하비 사막 한쪽에 있는 죽음의 계곡, 데스밸리(Death valley)라는 곳에서 관측됐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지역은 사람이 살만한 곳이 못된다. 데스밸리는 세계에서 가장 덥고 건조하고, 해발고도가 낮은 곳으로 유명하다.

데스밸리에서 가장 낮은 곳은 해발고도가 -86m로 해수면보다 86m나 낮다. 북미 대륙에서 가장 낮은 곳이다. 1년 내내 내리는 비는 평균 59.9mm로 우리나라 여름철에 소나기가 한번 지나가는 양보다도 적다. 최고 기온은 한겨울에도 20도 안팎, 여름철에는 50도 안팎까지 올라간다. 계곡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만 면적이 1만 3천 650제곱킬로미터로 서울 면적의 2.2배나 된다(자료:Wikipedia).

지난 1913년 7월 10일 데스밸리 내 퍼나스 크리크(Furnace creek)라는 지역의 기온이 56.7도까지 올라갔다. 퍼나스 크리크는 여행객이 머무를 수 있는 작은 숙소와 식당, 여행안내소가 있는 아주 작은 동네다. 데스밸리에 비가 내리거나 지하수가 흘러나오면 해발고도가 낮아 더 이상 다른 곳으로 흘러갈 수 없기 때문에 계곡에서 그대로 말라 버리는데 이 때문에 물이 모이는 계곡 중심은 온통 소금밭이다. 아니 소금 사막이다. 지난 7월 하순 북미지역에서 '열돔(heat dome)' 현상이 기승을 부리면서 데스밸리의 기온이 49.4도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1913년 데스밸리의 기온 측정에 문제가 있다고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실제보다 2~3도 높게 측정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관측 장비의 정확도를 의심하기 어려운 지난 2013년 6월 30일 데스밸리 퍼나스 크리크의 기온은 또다시 54도까지 올라갔다. 54도 역시 지구촌 기상관측 사상 최고기온이다. 56.7도가 됐든 54도가 됐든 데스밸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더운 곳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이다.

한반도뿐 아니라 전 지구적으로 기록적인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올해 중동지역에서도 50도를 넘는 기온이 잇따라 관측되고 있다. 지난 7월 21일 쿠웨이트의 사막 지대인 미트리바(Mitribah)의 기온은 54도까지 올라갔다. 22일에는 이라크 바스라(Basra)의 기온이 53.9도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이에 앞서 20일에도 이라크 바스라의 기온은 53도, 바그다드(Baghdad)의 기온은 51도까지 올라갔다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

중동지역에서는 미국 캘리포니아 데스밸리에서 54도가 기록된 2013년보다 앞선 지난 1942년 6월 이스라엘 티라트 츠비(Tirat Tsvi)지역의 기온이 54도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일부지역에서 이보다 더 높은 역대 최고기온이 기록됐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중동과 아시아 지역에서 공식적으로 믿을 만한 최고 기온으로 인정된 것은 티라트 츠비의 54도였다.

중동지역의 기온이 큰 폭으로 올라가면서 세계기상기구(WMO)에서는 갑작스럽게 회의가 소집되기도 했다. 일부에서 정확도에 문제를 제기하는 데스밸리의 1913년 56.7도 기록을 제외할 경우 지난 7월 21일 미트리바에서 관측된 기온 54도가 2013년 데스밸리에서 관측된 기온 54도, 1942년 6월 티라트 츠비에서 관측된 54도와 함께 지구촌 역대 최고 기온으로 기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기상기구는 미트리바에서 기온을 관측한 장비가 믿을 만한 것인지, 정확도에 문제는 없는지, 관측소의 위치가 그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지, 주변의 다른 영향은 없었는지 등을 따져보고 있다.

정확도도 정확도지만 기온이 5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은 분명 재앙일 수밖에 없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중동지역의 혹독한 폭염은 다가올 심각한 사태의 전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질 경우 기록적인 가뭄을 초래할 수 있고 농작물이 말라죽어 곡물생산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노동생산성도 떨어져 국가의 총생산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중동지역이 국가나 민족 간의 분쟁과 난민문제 등으로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여러 가지 문제가 얽히고설킨 상황에서 기후 재앙으로 생활이 더욱더 어려워질 경우 갈등이 폭발하고 국가 간 또는 민족 간 분쟁이나 무력충돌까지도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독일 포츠담기후연구소가 美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민족적으로 분열된 곳에서 발생한 무력충돌의 약 23%는 기후 재앙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Schleussner et al, 2016). 기후 재앙이 무력충돌에 앞서 발생하고 이것이 기존의 다양한 갈등을 더욱 부추겨 무력충돌을 일으키는데 기여를 했다는 것이다. 민족적으로 분열되지 않은 곳의 무력충돌과 기후 재앙 연관성이 9%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2.5배나 높은 것이다. 연구팀이 1980년부터 2010년까지 전 세계 각종 기후 재앙과 무력충돌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다.

특히 기후 재앙이 갈등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국민의 구성뿐 아니라 지리적인 위치나 역사적인 갈등, 소득이나 생활수준, 불평등 정도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극심한 가뭄과 폭염을 겪고 있는 시리아를 비롯한 일부 중동지역과 미국의 캘리포니아 지역이다. 미국의 캘리포니아 지역은 올해까지 5년째 사상 유례가 없었던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다. 가뭄에 산불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물 부족이 심해지면서 좋아하는 앞마당 잔디도 갈아엎고 인조 잔디로 바꾸는 집이 늘고 있다.

앞으로 수 십 년 동안 가뭄이 이어지는 메가 가뭄(Mega Drought)이 닥칠 것이라는 불길한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갈등 수준은 시리아하고는 비교 자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르다. 시리아라고 하면 내전과 난민이라는 단어가 같이 떠오른다.

한반도를 비롯한 지구촌 곳곳에 기록적인 폭염이 나타나는 원인은 지구온난화와 라니냐, 엘니뇨 등 다양하다. 지역에 따라 각각의 영향이 크게 나타나는 지역이 있고 작게 나타나는 지역이 있다. 하지만 지구촌 전체가 점점 더 뜨거워지고 각종 기후 재앙이 급증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지구온난화다.

특히 지구온난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앞으로 적어도 10여 년은 지구 기온이 예전보다 더욱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지구기온은 지구온난화뿐 아니라 일정 기간 기온이 올라가고 또 일정 기간은 기온이 다시 떨어지는 자연변동에 의해 결정되는데 최근에는 지구온난화와 함께 자연변동에서 기온이 올라가는 시점이 겹쳤기 때문이다.

그만큼 지구촌 곳곳에서 기록적인 폭염을 비롯한 각종 기후 재앙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고 이로 인해 경제적인 피해와 함께 사회나 민족 간의 갈등, 분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루하루 이어지는 폭염도 문제지만 세계평화를 위해서도 지구온난화 억제가 시급한 이유다.

<참고문헌>

* Carl-Friedrich Schleussner, Jonathan F. Donges, Reik V. Donner, Hans Joachim Schellnhuber. 2016: Armed-conflict risks enhanced by climate-related disasters in ethnically fractionalized countrie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DOI: 10.1073/pnas.160161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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