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장기 가린 손기정 월계수…80년 못 푼 숙제

<앵커>

꼭 80년 전인, 1936년 8월 9일. 베를린 올림픽 남자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딴 손기정 선수의 모습입니다. 손기정 선수는 우승 기념으로 받은 월계수로 가슴의 일장기를 가리고 있는데요, 이 나무는 80년이 지난 지금 서울의 한 공원에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80년 세월이 지나도록 손기정 선수를 여전히 일본 선수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박수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하늘을 향해 두 팔을 쭉 뻗고 당당히 서 있는 나무 한 그루, 손기정 월계관 기념수입니다.

1936년 한국에 온 뒤 서울 손기정 기념 공원에 80년째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조선총독부는 손 선수가 이 나무로 일장기를 가렸다고 의심했고, 이 일로 더 많은 핍박을 받았지만 손 선수는 굴하지 않았습니다.

[이준승/故손기정 선수 외손자 : 저희 할아버지가 80년 전에도 베를린에서 일본사람이라고 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계속 한국인이라고 했고….]

금메달 수상 80주년을 기념해 손기정 선수가 다시 조명받고 있습니다.

독일 제2공영 ZDF TV는 '잘못된 깃발 아래의 승리'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방송했고, 태극기를 단 손기정 동상을 베를린 시내에 설치하기 위한 정부 간 협상도 재개됩니다.

하지만 아직 바로 잡아야 할 게 남아 있습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홈페이지에서 손 선수의 국적을 여전히 일본으로 명기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등 국적이 바뀐 다른 선수들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내세웁니다.

[이준승/故손기정 선수 외손자 : 손기정으로 올바르게 기억되고, 또 IOC 홈페이지에서도 손기정을 검색하게 되면 코리아가 분명히 보여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국립대전현충원은 이달의 현충 인물로 손기정 선수 등 12명을 선정했습니다.

(영상취재 : 강윤구·신동환·김승태, 영상편집 : 오영택, 화면제공 : 손기정기념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