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공포정치'에 떠는 필리핀…마약의혹 공직자 자수행렬

이홍갑 기자 gaplee@sbs.co.kr

작성 2016.08.09 13:5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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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공직사회와 정계가 '두테르테 공포'에 휩싸이고 있습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마약 매매 연루 의혹이 있다며 공직자와 정치인 등 159명의 명단을 전격 공개하자 목숨에 위협을 느낀 이들의 자수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상당수는 의혹을 부인하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고 사법절차를 무시하는 두테르테식 마약 소탕전에 대한 반발도 확산하고 있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지난 7일 언론을 통해 판사와 의원, 경찰관, 군인, 지방관료가 포함된 마약 용의자의 명단을 공개하며 24시간 안에 소속 부처·기관에 혐의 사실을 보고하라고 지시한 지 하루만인 8일 60여 명이 경찰서를 찾아 자수하거나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이 지시를 거부하면 경찰에 체포명령을 내리고 저항하면 사살하겠다고 경고한 데 따른 것입니다.

이 중에는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부인하는 용의자도 상당수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습니다.

마리아 로데스 세레노 대법관은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부정확한 마약 용의자 명단을 성급하게 공개했으며 사법절차도 경시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마약 용의자로 지목한 판사 8명 가운데 1명은 이미 8년 전에 사망했고 다른 1명은 9년 전에 해임됐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들 판사가 자경단의 살해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치토 가스콘 국가인권위원장은 "두테르테 정부가 헌법상 무죄 추정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며 범죄 용의자에 대한 충분한 증거가 있으면 이름을 먼저 공개하는 방법을 쓰지 말고 재판에 넘길 것을 촉구했습니다.

미국 정부도 필리핀에서 마약 용의자 현장 사살이 속출하는 마약과의 전쟁 방식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엘리자베스 트뤼도 미 국무부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을 통해 "법치와 보편적 인권이 존중돼야 한다"며 필리핀의 마약 용의자 즉결처형을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로널드 델라로사 필리핀 경찰청장은 마약 소탕 정책의 후퇴는 없을 것이라고 명확히 해 마약 용의자로 지목돼 사살되는 사람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현지 ABS-CBN 방송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대선 승리 다음 날인 5월 10일부터 이달 5일까지 마약 용의자 852명이 경찰이나 자경단 등에 의해 사살된 것으로 집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