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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물놀이간다 했는데" 40대 가장의 안타까운 죽음

"아이와 물놀이간다 했는데" 40대 가장의 안타까운 죽음
"조만간 아이들과 물놀이갈 거라고 했는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떠날 줄은…"

제동장치가 풀린 마을버스의 습격으로 40대 가장이 하루아침 허무하게 떠나고 난 뒤 남은 가족은 할 말을 잃었습니다.

지난 4일 저녁 경기도 안양시의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모(42) 씨의 빈소는 침통 그 자체였습니다.

작별인사도 하지 못하고 남편을 떠나보낸 김 씨의 아내와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잃은 김 씨 부모는 울다 지친 나머지 몸을 가눌 힘도 없어 보였습니다.

김 씨의 동료들도 유족들 옆에서 함께 오열해 먹먹함을 더했습니다.

이날 오전 11시 35분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죽전디지털밸리 옆 비탈길에서 버스 기사 이모(67) 씨가 정차한 39-2번 마을버스가 아래로 굴러 내려갔습니다.

회차 지점에서 용변을 보려고 승객 1명을 차 안에 두고 내린 게 화근이었습니다.

150m 그대로 죽 굴러 내려가던 버스는 인도 턱을 타고 올라가 점심 먹으러 나온 직장동료 5명을 친 뒤 200m가량 더 내려갔습니다.

5명 가운데 김 씨가 숨졌고, 2명이 중상, 2명은 경상을 입었습니다.

김 씨의 매형이라고 밝힌 한 유족은 "일하다가 사고 소식을 들었다"면서 "저번 주에 (김 씨 가족을) 만나 시간을 보냈는데 이렇게 떠나버릴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그는 "그때 당시 얼마 뒤에 아이들과 함께 물놀이 갈 거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아빠의 죽음을 아는지 모르는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김 씨는 초등학생 4학년 딸과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들을 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딸은 상주 이름에 자기가 적혀있다며 해맑게 웃어 조문객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습니다.

김 씨는 죽전디지털밸리 인근 IT기업 모 부서에서 팀장으로 일하던 평범한 40대였습니다.

여느 날처럼 동료들과 회사에서 400여m 거리에 있는 구내식당으로 점심을 먹으러 가던 중 참변을 당했습니다.

장례식장에서 만난 한 동료는 "다른 부서에서 일했지만, 평소 친하게 지낸 분인데 사고가 너무 갑작스러워 모두 경황이 없는 상태"라면서 "김 팀장님은 매사에 밝고 동료들도 잘 챙겨주시던 따뜻한 분이었다"고 울먹였습니다.

또 다른 동료는 "사고 소식을 듣자마자 빈소로 달려왔다. 성실하던 분이셨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전했습니다.

단란했던 한 가정을 부순 당시 마을버스 사고차량 블랙박스에는 승객 한 명이 버스 안에 타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버스가 아래쪽으로 굴러 내려가다가 불과 18초 만에 김 씨 등 행인들을 덮치는 장면이 담겨 있습니다.

버스 기사 이 씨는 버스에 다시 올라타려고 몇 차례 시도했지만 끝내 버스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이 씨는 경찰 조사에서 "시동은 켜둔 상태였고, 기어는 중립(N)에 놓은 채 사이드브레이크는 꽉 채우지 않았던 것 같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5일 제동장치를 제대로 조작하지 않은 버스 기사 이 씨에게 사고 책임을 물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이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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