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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해명과 변명 사이…불신의 늪에 빠진 기상청

[취재파일] 해명과 변명 사이…불신의 늪에 빠진 기상청
더위에 얼마나 고생이 많으십니까?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이런 더위는 처음이다!” 라며 볼멘소리를 토해내고 있는데요, 낮에는 폭염이 정신을 못 차리게 하고 밤에는 열대야가 잠을 재우지 않으니 그럴 수밖에요.
 
올 여름 더위가 얼마나 심한지는 기록에서도 잘 나타납니다. 7월 전국 평균 폭염일수가 5.5일로 평년값인 3.9일보다 많았는데, 이 수치는 가장 더운 달인 8월의 평년값 5.3일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그러니까 예년 같으면 8월에 겪어야 할 가마솥더위를 올해는 7월부터 경험하고 있는 셈이죠.

열대야도 마찬가지입니다. 7월 전국 평균 열대야일수는 4.0일로 평년 2.3일보다 거의 두 배나 많았는데, 이 기록은 1973년 이후 여섯 번째에 해당하는 기록입니다. 가장 더웠던 7월은 1994년 여름으로 7월의 열대야일수가 8.9일이나 됐습니다.
 
여름이 더운 것이야 당연한 것이지만 7월부터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고, 열대야까지 가세하자 여기저기서 못살겠다는 아우성이 들리는 것입니다.
기상청은 이른 폭염의 원인으로 우리나라 동쪽의 베링해 부근에서 강하게 발달한 고기압을 들고 있습니다. 이 고기압이 공기 흐름을 막으면서 턱하고 버티고 있는 바람에 북태평양 고기압이 우리나라로 확장해 더운 공기를 불어넣고 있다는 것이죠.
 
시원한 비라도 내리면 폭염 기세가 한풀 꺾이련만, 강한 고기압을 피해 비구름이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큰비가 주로 중국이나 북한에 치우친 것도 7월 폭염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문제는 이런 패턴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입니다. 기온이 오르내리기는 하겠지만 앞으로 보름가량은 종일 무더위와 싸워야 한다는 것이죠. 한숨이 절로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이런 기상청의 분석을 대하는 국민들의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앞서 전해드린 베링해 고기압의 발달이 매우 이례적이어서 최근 한반도 날씨가 이상패턴을 보인다는 해명이 기상청의 변명으로 들리는 것입니다. 올 장맛비 예보가 자주 빗나가는 바람에 기상청에 대한 실망감이 큰 상태여서 해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죠.
 
물론 기상청의 해명에는 충분한 근거가 있습니다. 올 여름 우리나라 부근의 기압배치가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예보의 정확도를 낮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상예보의 기본은 그동안의 연구와 경험에서 얻은 자연법칙에 현재의 날씨상황을 대입한 뒤 미래를 내다보는 것인데, 경험하지 못한 상황에 직면하다 보니 미래를 정확하게 내다보는 일이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국민들의 생각은 많이 다릅니다. 그동안의 잇따른 오보로 이미 밉상으로 찍혀버린 기상청을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것이죠. 기상청은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이 현실입니다.
 
기상청이 욕을 먹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닙니다. 그도 그럴 것이 국민들이 원하는 기상예보의 수준은 날로 높아지고 있는데, 예보의 정확도는 국민들의 요구에 못 미치기 때문이죠.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달에도 불구하고 아직 인간이 이해하지 못하는 자연현상이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기상청이 조롱거리로 전락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불신의 벽이 너무 높기 때문인데요, 이 불신을 해소하지 못하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기상정보를 신뢰하지 못하면 긴급재해 상황에서 제대로 대체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아까운 생명과 재산을 잃었던 미국 뉴올리언즈의 대응에서 얻은 교훈이기도 합니다.
 
8월 들어서면서 곳곳에 요란한 소나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가 폭우 수준이어서 짧은 시간에 호우특보가 내려지기도 하는데요, 이런 소나기 예보를 무시할 경우 불어난 물에 갇히는 상황이 쉽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국민을 골탕 먹이려고 예보를 일부러 틀리는 예보관은 없습니다. 밤과 낮 구분 없이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애쓰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아직 기술이 부족하고 자연에 대한 이해가 덜 되어 생기는 안타까운 일이지, 마치 이지매하듯 공격만 해서 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호된 질책은 하되 애정의 눈길도 보내주는 것은 어떨까 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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